금경애

[한국농어민신문] 

코로나로 온 나라가 문을 닫고 빼꼬미 눈만 내민 지 2년이 지나간다. 세상이 어수선하니 산짐승도 독기가 올랐는지 과수원을 휘젓고 다닌다.

싸움도 이길 약간의 확률이 있어야 기 쓰고 덤벼 보는데 이것은 판판이 필패니 어찌한단 말인가? 처음에는 나름의 방어 전략을 썼다. 일단 크레졸 소독약을 달면 멧돼지가 덜 온다고 했으니 온라인 쇼핑몰에서 박스로 샀다. 

냄새를 참아가며 작은 페트병을 몇 날을 주워서 칼로 양옆을 뚫었다. 위로 부으니 옆으로 새서 손에 묻는 시행착오 후 뚫지 않은 쪽으로 부으니 실패율이 적었다. 오전 해를 다 채워가며 과수원을 삥 둘러서 나뭇가지에 매달았다. 

그런데 오전 내내 한 일이 헛일이 되었다. 남편이 하는 말이 바닥과 가까워야 멧돼지가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며 다시 달랐다. 풀릴까 근심하며 옹골차게 묶은 끈을 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나쁜 욕을 다 하며 옮겼다.

그런데 다시 또 문제가 생겼다. 날씨가 너무 뜨겁다 보니 병에 넣어뒀던 소독약이 졸아서 말라 버린 것이다. 소독약을 또 살 것인가 고민하다가 나프탈렌을 구했다. 말라 버린 병에 좀약을 넣어놓고 제발 그만 와라 빌고 또 빌었다. 왜냐면 더는 할 것이 없으니까.

중생종 아리수밭에 왔더니. 세상에나 까지 때가 새카맣게 매달려서 사과를 쪼아 데고 있었다. 수확까지 한 달 남짓 남았는데 맛있다고 입소문이 돌았는지 근처의 까치는 다 모인 거 같았다. 페트병을 두들기며 쫓으니 이 나무에서 저쪽 나무로 옮겨가며 파먹는데, 꼭 약 올리는 세 살 아이 같았다. 싸움이 안 되는 상대 까치는 이쪽저쪽으로 날아다니고, 나는 땅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야말로 환장할 지경이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밀려오자 다 먹었는지 깍깍거리며 흩어지는 모습이 내일 아침에 만나자 하는 신호로 들렸다. 

다음 날 아침, 페트병과 남은 좀약을 들고 다시 과수원 가에 퍼질러 앉아 구멍을 내고 끈 묶기를 했다. 제발 까치가 그만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나무 저 나무 최대한 높이 매달았다. 이제 덜 오겠지 하며 해 질 녘 과수원에 갔더니 내 노력을 비웃듯이 매달지 않은 나무에 서너 마리씩 앉아서 크고 좋은 사과로 저녁을 먹고 있었다.

트럭으로 빵빵거려도 쳐다도 안 보고 먹을 만큼 먹었는지 어제처럼 깍깍거리며 헤어진다. 이제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수를 써 봐야 하나 고민하다가 은색 필름을 생각해 냈다.

영주 시내를 한 바퀴 돌아서 열 개 묶음을 사 왔다. 같이 하자 하니 별 소용없는데, 왜 힘들이냐는 소리에 혼자 한다며 시작한 줄치기는 온종일 사과나무를 오르내리게 했다. 나무 지줏대 끝에 매고 다시 다른 나무 지주대로 옮겨 다니려니 수없이 사다리를 오르내리고 더 반짝거리게 조금씩 꼬아서 매달았다. 운동 다니는 어르신들이 보면서 만국기 달렸다며 공연장 같아 보인다며 애쓴다고 위로하셨다. 

이런 노력에도 까치 떼가 계속 온다면 어찌해야 하나. 들짐승 날짐승을 물리칠 특단의 대책은 정말 없는 걸까. 산짐승과의 싸움에 쓸 전술을 짜내느라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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