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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담] 희망말이김단이

객지에 나가 있는 아들이 왔다. 우리와 식성이 다른 아들이 오면 반찬이 신경 쓰인다. 예고도 없이 온 아들을 위해 냉동고를 열고 반찬 재료를 찾는다. 고기, 햄, 어묵, 해물전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마땅히 해 줄 식재료가 없다. 냉장고를 열었다. 선물 받은 계란 한 판이 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찡하다.

다문화가족 방문 부모교육을 하는 나는 지난여름부터 예쁜 베트남 엄마를 만나고 있었다. 첫 방문 날 삶은 계란을 내놓으며 “드셔보세요.” 했다. 임신한 그녀는 계란을 간식으로 먹고 있었다. 남편이 축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육계를 주 종목으로 하고 있었다. 삼복더위가 있는 여름내 삼계탕 재료인 육계를 키우고 출하하기 바쁘다며 남편은 일찍 축사에 나가고 늦게 귀가한다고 했다. 부지런한 남편이었다. 계란을 낳는 닭 덕분에 집에 항상 계란이 있는 그녀는 공부가 있는 날이면 미리 계란을 삶아 놓고 날 기다렸다.

그렇게 여름이 가고 찬바람이 불면서 AI 소식이 뉴스를 타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래전 오리농장을 하던 중국 엄마네는 AI로 키우던 오리를 모두 매몰 처리해야 했던 가슴 아픈 일을 알고 있는 터라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녀를 찾아가는 날 조심스럽게 AI에 대해 간단하게 알려주고 안부를 물었다.

“저는 몰라요.”라며 잔잔하게 웃는 그녀를 보며 막 출산한 아내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은 남편의 자상함을 알았다. 그날부터 그녀 집을 방문할 때면 “괜찮아요?”하고 묻는 대신 삶은 계란이 식탁 위에 있으면 ‘아직 축사는 안전하구나!’ 안심을 하곤 했다. 그러나 AI 감염을 피해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전국이 AI 사태로 휘말리면서 닭 소비가 뚝 떨어져 이래저래 가슴만 타는 것은 양계종사자들이다.

12월 중순 마지막 공부를 마치는 날 그녀는 나에게 계란 한 판을 선물로 주었다. 그건 단지 계란 한판의 의미가 아니라 그녀의 집이 안녕하다는 의미다. 나는 사양하지 않고 고마운 마음으로 계란 한판을 품고 와서 판째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가끔 냉장고를 열어보고는 신선할 때 먹지 않는다는 남편의 성화에도 개의치 않고 보고만 있었다. 냉장고를 열 때마다 계란을 보며 그녀의 축사가 무탈하기를 기원했다.

한 달가량 냉장고를 지키던 계란판을 풀어 계란 열 개를 꺼냈다. 남편이 좋아하는 계란찜도 안 해주던 계란으로 계란말이를 했다. 채소를 듬뿍 넣고 하던 계란말이 대신 오늘은 계란만으로 해서 큰 접시에 썰어 놓았다. 아침 식단은 잡곡밥에 남편을 위한 계란파국에 아들을 위한 계란말이뿐이다. 아들이 한마디 한다.

“헐, 요즘 계란 대란이라 계란 구하기도 힘들다던데 웬 황금 계란말이를 이렇게 많이?”

나도 가슴에 담아둔 한마디를 한다.

“이건 단순한 황금 계란말이가 아니야. 한 가정의 희망말이야!”
 

   
 

김단이
평택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민들레 꽃씨> 당선
월간순수문학 동화 <볍씨의 꿈> 신인상
월간 아동문예 동화 <명석돌과 우산솔>로 아동문예문학상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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