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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담]황금 개띠의 대동계 때는박윤경

겨울 들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겹다. 알람은 연신 울어대지만 눈이 떠지질 않아 뭉그적대고만 있다. 회관에 빨리 가보라는 남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우리 마을은 12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대동계를 연다. 일찍 가겠다고 큰소리쳤는데 지각하고 말았다. 부랴부랴 마을회관에 당도하니 부녀회장 및 언니들과 어르신들이 나물과 부침을 부치고 계셨다.

나 어렸을 적에도 우리 마을 아낙들은 손발이 척척 맞고 입담이 셌다. 마을의 큰일에는 서로 팔 걷어 부치며 일손을 거들었고, 농사일, 줄다리기, 이어달리기까지 타 마을에 지는 것을 자존심 상해했다. 음식솜씨도 좋아 회갑잔치와 예식 및 초상까지 집에서 거뜬히 치러냈다. 그 저력을 잘 이어온 덕분인지 요즈음도 음식솜씨와 일 맵시는 다른 동네보다 월등히 좋다.

왁자지껄 화기애애한 가운데 음식이 마련되고 한쪽에서는 삶아진 고기를 써느라 분주하다. 마을 어귀에 위치한 몇몇 공장에서 보내온 과일까지 차려놓으니 상다리가 휘청일 정도로 진수성찬이다.

어느 정도 음식준비가 끝나갈 무렵 이장님의 주관으로 마을총회가 열렸다. 한 해 동안의 마을 소식과 마을을 위해 쓰인 지출내용 보고를 끝으로 함께 식사를 한다. 92세의 최고령이신 옥란이 아버지를 비롯해 7·80대가 전반인 분들이 음식을 맛나게 드신다. 상 어르신들에 비하면 60대는 애들이다. 어느 분이 몇몇 60대 언니들을 향해 언제 노인정에 입소할 거냐며 큰소리로 묻는다. 젊은이가 있어야 노인정이 활기를 찾을 것 같단다. 언니들은 손사래를 치며 아연실색하는 표정이다. 70이 되면 정식으로 들어가겠다고 둘러대지만, 어르신들은 이에 질세라 대한민국의 노인 정년은 65세라며 한목소리를 낸다.

60대의 언니들을 바라보니 너무도 청춘이다. 농사일이 없는 농한기라 얼굴에 옅은 화장까지 하니 더 예쁘다. 이 언니들이 있어 때때마다 상노인들은 보살핌과 대접을 받는다. 시간이 흘러 언니들이 상노인이 될 무렵에는 아랫사람이 없을 것 같다. 50대의 내 또래는 두세 명에 불과하며 더 이상 젊은 새댁이 없다. 농사지을 젊은이가 없다는 얘기도 된다. 이러다가는 머지않아 수입농산물이 우리 밥상을 차지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왁자하던 대동계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생각이 많아진다. 지금 50대인 두세 명이 60대가 될 때쯤에도 우리 동네 부녀회에 젊은 일꾼이 있을까? 과연 지금처럼 동네 큰 잔치를 거뜬히 치러낼 수 있을까? 농촌경제가 지금처럼 어렵다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농촌이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미만 살짝 보여도 예상 밖으로 젊은이들이 많이 찾지 않을까.

새해에는 우리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좀 많이 이사 오기를, 그래서 연말 대동계 때는 새 식구를 맞이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나는 이 소망이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돌아오는 무술년은 그냥 개띠가 아니라 황금 개띠니까.
 

   
 

박윤경
문예한국등단, 진천문인협회 회원,
대소창작교실 회원,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회장 역임,
수필집 ‘멍석 까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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