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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담] 미세먼지

[한국농어민신문]

세상이 온통 뿌옇다. 오늘도 미세먼지 속에 갇혔다.

공기청정기의 본체도 날씨 따라 붉으락푸르락, 수시로 색이 바뀌며 심사가 몹시 언짢다. 집안을 둘러본다. 무엇이 문제인가. 공기청정기가 들어오고부터 걱정거리가 하나 늘었다. 내가 우리 집의 상전이었건만, 이제는 그가 상전이 되어 식구들이 무시로 그의 눈치만을 살핀다.

가스레인지 사용조차도 조심스럽다. 가스레인지에서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것은 진즉에 알고는 있었지만, 그 실체를 보니 정말 조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 실내공기가 미세먼지보다도 더 무섭다고 하는데, 움직이기만 해도 먼지가 발생해 공기청정기의 색이 붉게 변하니 종일 공기청정기의 표정만을 읽는다. 그의 낯빛이 가을 하늘처럼 맑고 푸르면 덩달아 기분이 좋고, 상기 되어 있으면 무엇 때문인지 주위를 살피게 된다. 기계의 눈치를 보는 인간이 그저 딱할 뿐이다. 실내에서 조차도 이럴 진데 밖에서는 얼마나 많은 미세먼지와 부대끼며 살아가는지 알만하다.

“날씨가 도와주질 않네. 햇볕이 나와 줘야 호박이 자라든지 하지.”

남편은 오늘도 날씨를 탓하며 적진으로 뛰어들 듯 하우스로 향한다. 농한기 때도 쉬지 않고 농사에 전념하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기온상승에다 미세먼지 때문에 고충이 여간 아니다. 증산작용을 저해하는 미세먼지가 식물성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모든 농작물이 그러하지만, 호박 역시도 날씨에 매우 민감하여서 날씨정보가 최우선이다. 그런데도 5월까지는 미세먼지가 쭉 이어질 전망이라니 진퇴양난이다. 공기 좋다고 여겼던 농촌조차도 날마다 이렇듯 미세먼지와의 전쟁이다. 미세먼지의 농도가 도시와 다소의 차이는 보이겠지만, 그 심각성은 도시 못지않다.

본격적인 농사철이다. 미세먼지도 아랑곳없이 모종을 심고 파종하느라 여기저기서 트랙터 소리가 요란하고, 이웃 과수원에서는 가지 유인작업을 하느라 몹시 분주하다. 날마다 일 속에 묻혀 사는 것이 농부들이다. 외출을 자제하라는 방송도 무시한 채 어쩔 수 없이 논과 밭에 있다. 삶의 터전이 그곳이기 때문이다.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피부나 눈 등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그 심각성을 농민들이라고 왜 모를까마는, 그래도 그들은 거기에 있다.

“다 산 노인네가 아무렴 어떤가. 그런데 목이 따갑고 컬컬하긴 하네.”

미세먼지가 노인에게 더 치명적임을 몸소 알고 있으면서도. 고령인 농부들이 이렇게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 안타깝다.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필수가 된 보호구인 마스크가 있지만, 이것 역시도 숨쉬기가 불편한 것은 매한가지다. 날숨 들숨 쉴 때마다 곤혹이 여간 아니다. 한쪽에서는 마스크가 정상적인 호흡을 방해해 건강을 더 해칠 수도 있다고 하니 어떠한 말을 믿어야 할지 참 난감하다.

TV 화면에 직장인들의 출근길 모습이 비친다.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다. 최루탄을 뒤집어쓴 듯 세상이 온통 뿌옇고,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직장인들이 고개를 푹 숙인 체. 도망치듯이 잰걸음을 옮긴다. 그야말로 최악의 공습이다. 이 상황에서 누구인들 안심할 수 있겠는가. 두렵다.

도대체 이 미세먼지는 누구의 탓인가? 중국의 수많은 공장과 발전소에서 나오는 매연과 몽골 쪽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지만, 그들은 자기네 탓이 아니라 오리발을 내밀고, 정부에서도 별 뚜렷한 답을 못 내고, 서로 삿대질만 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그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가. 그것은 바로 내가, 우리가 모두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농촌에서는 우선 쓰레기를 쉽게 소각하는 것부터 자제를 해야 할 것이고, 도시나 농촌이나 쓰레기양부터 줄여간다면 미세먼지를 없애는데 조금은 일조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비라도 죽죽 내려주면 좋으련만, 기다리는 비는 감감무소식이다. 그래도 봄꽃들은 여전히 피었다 지고 있다. 벚꽃, 개나리, 진달래, 목련. 이 와중에도 곱게 핀 꽃들이 무척이나 반갑다. 달래와 쑥도 지천이다. 그러나 봄나물 캐는 아낙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봄은 여전하다.

/이상분
계간 좋은수필 신인상, 좋은수필 작가회 회원, 한국농어민신문 ‘밥상일기’ 기고, 경기도 평택시 소사벌 서예대전 초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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