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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담] 별이 빛나는 밤에이수안

[한국농어민신문]

상현달도 서산으로 기울고 어둠에 둘러싸인 과수원집의 한밤중. 음성읍을 둘러싼 저만치의 산도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침묵 중이다. 오늘 밤의 어둠이라면 선명한 별빛을 잘 드러낼 수 있으리라.

과수원 길로 발걸음을 옮기며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온통 검은색인 지상과는 달리 어둠 속에서도 하늘은 신비스러운 푸른빛이 감돈다. 바라볼수록 점점 더 돋아나는 별, 별, 별…별이 반짝일 때마다 노랑, 주황, 파란빛을 공중에 뿌려 칠흑빛 밤하늘을 신비스러운 푸른빛으로 칠하는 걸까. 사람도 산도 달님도 잠자는 이 시간에 반짝반짝 고요한 빛을 쉼 없이 발산하는 별을 하염없이 올려다본다.

무심코 별을 세는데 윤동주 시인이 떠오른다. 그리움이 얼마나 절절했으면 저 무수한 별 하나하나에 추억, 쓸쓸함을 담아 헤아렸을까. 소학교 때 친구, 뒷산에 노닐던 노루와 비둘기, 그리고 어머니…. 그리운 이름들을 불러보지만 아스라한 별 만큼이나 멀리 있어 만날 수 없는 안타까움. 별빛 내린 언덕 위에 쓴 이름자를 흙으로 덮어버린 그 심정, 이 밤 어둠의 농도보다 더 깊었을 절망의 크기가 짐작되어 목젖이 뜨끔해진다.

저 맑은 영혼의 시인이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의문의 죽임을 당했으니 당시 나이 27세. 우리 민족이 겪은 시대적 아픔과 너무 빨리 별이 되고만 임의 삶을 생각하면 울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암흑의 시대를 살면서 절절한 그리움 달랠 길 없어 별빛 얼어붙은 밤하늘을 올려보며 시를 썼을 윤동주.

우리의 시인이 시로 별을 노래했다면 그림으로 별을 노래한 화가가 네덜란드에 있었다. 생생한 별빛을 화폭에 담기 위해 밖으로 나가 별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던 화가,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그린 그림 900여 점 중 살아생전에 단 한 점만 겨우 팔 수 있었던 불운한 화가….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의 레플리카 그림전이 지난 한 달간 열렸다. 고흐의 대표작 50여 편을 감상하며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눈에 보이는 것을 사진처럼 똑같이 그리는 그림을 알아주던 시대, 고흐는 사물을 통해 느끼는 감성을 빠른 붓놀림의 구불구불한 선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자기만의 그림을 그렸다. 사람들은 이 독특한 화풍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하는 일마다 실패한 뒤에 화가의 길로 들어섰지만, 이 천재가 그린 그림을 시대는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그럴수록 더 크게 타오르는 내면의 불덩어리를 그림에 담아냈다. 태양, 나무, 보리밭, 밤하늘의 작은 별까지 활활 타오르는 불기둥처럼 표현한 것이다.

화가로서 줄곧 동생 태오의 후원으로 화구(畵具)를 장만했으니 그 미안함과 궁색함이 얼마나 어깨를 짓눌렀겠는가. 캔버스가 없을 때는 버리는 행주를 구하기 위해 식당으로 가기도 했다는 설명까지 들은 뒤였다. 사람들의 몰이해를 받던 고흐의 그림들이 이제는 수백억 원까지 간다는 설명을 들을 때 나는 고흐 형제가 너무 가여워 그 자리에 무너지듯 주저앉고 말았다.

한 달간 열린 레플리카 전의 마지막을 하루 앞둔 날, 음성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가 열렸다. 한 달간 레플리카 전을 통해 고흐를 마음에 담은 관객이 뮤지컬을 통해 밤하늘의 별이 된 고흐와 해후하는 자리가 마련 된 것이다.

후일담에 따르면 배우들이 그 어느 곳에서보다 음성 공연에서 관객들과 깊은 소통을 했다고 한다. 공연에 몰입해 눈물 훔치는 관객들을 느끼며 연기에 더 혼신을 다했다는 것이다. 이미 레플리카 전을 통해 고흐를 마음에 품은 관객들은 고흐와의 완벽한 만남을 연결해 줄 뮤지컬을 기다렸던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올려다본 밤하늘에는 오늘 밤처럼 별이 빛나고 있었다. 고흐는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 것은 별에게 걸어가는 것이라고 했다는데, 순리대로 가지 못하고 단숨에 별까지 달려 가버린 마지막 운명까지 비극적이다.

세상을 뜬 후에야 사람들 가슴에 별로 남은 서른일곱의 고흐와 스물여덟의 동주. 시대는 두 천재를 불행으로 몰아넣었지만, 그 위대한 불행이 더 큰 울림으로 남아 오늘날 메마른 현대인의 가슴을 적시는 건 아닐까. 예술의 아름다움이 예술가에게는 어쩜 그렇게도 잔인한 것인지.

별을 헤며 복잡한 심경을 가졌을 동주, 별을 그리며 우주의 신비를 느꼈을 고흐, 별을 올려다보며 두 예술가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하는 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저 별이 반짝이는 한 인류는 임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수안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전 편집장, 회장 역임, 문예운동 신인상, 한국포도회 이사, 향기로운포도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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