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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女담] 희망 적금박윤경
   

전국에서 농사를 지으며 글을 쓰는 문우들의 단톡방이 들썩들썩하다.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 때부터다. 회담 직후 공동선언문문을 통해 큰 성과가 있었음을 발표했지만, 그보다 우리 가슴을 더 뭉클하게 한 것은 2박 3일간 우리 대통령과 일행에게 보여준 북측의 배려와 정성이었다. 평양 시민들의 열광적인 환영, 우리 대통령이 20만 평양시민에게 한 능라도 연설, 그리고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마주잡은 손 번쩍 들고 기념사진을 찍던 순간….

그 분위기에 감동한 선배가 통일됐을 때를 대비하여 북한으로의 여행경비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단체로 매월 적금을 들어 그중 일부는 자선비로 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말은 느리지만 충청도 회원이 제일 먼저 환영의 글을 올렸다. 이어 전라도와 경상도, 경기도, 강원도 등에서도 가입하겠노라는 댓글이 달렸다. 북한 땅을 밟으며 그곳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날이 정말 올 것인가. 그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엎어지면 북한과 코가 닿는 곳에 사는 강원도 회원이 신났다. 여행목적지를 함경북도 최북단의 ‘온성’을 목표로 정하자고 한다. 위로 올라가면서 북한전역을 고루고루 구경하자는 계획서까지 내놓았다. 더 늙기 전에 꼭 북한여행을 가고 싶다는 회원과 북한으로 올라가 농사를 짓겠다는 이도 있다. 이 기분, 이 마음이 어디 우리 촌부들뿐이랴.

충청북도의 어느 단체에서는 북한으로 돼지 500마리 보내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을 생각하면 근사한 일이긴 한데 그것은 축산을 몰라서 하는 일이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내가 볼 때 돼지는 무리가 있다. 세계적으로 심각한 질병 문제와 축사 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져야 하며, 사료 조달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가축을 보낸다면 방목하여 기를 수 있는 닭이나 소, 염소 등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가난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쌀이 풍부하고부터였다. 그리고 축산업이 발달하면서 식생활이 윤택해졌고 산업화의 발달로 이어졌다고 본다.

한때 우리의 쌀이 북으로 전달되던 당시, 쌀자루를 버리지 않고 인민들이 옷이나 가방 등을 만들어 활용한다는 뉴스를 들었다. 포대의 질감이 따뜻하고 질겨 각가지 용품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에 뭉클했다.

북한과 자유로운 왕래가 이뤄지는 길이 열린다면 비무장지대를 통과하지 않을까 싶다. 제일 빠른 길이기도 하고, 단일민족이 어언 70년 간 총을 겨누던 장소를 평화롭게 오갈 수 있다면 그 얼마나 감동적일까. 더 이상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산 역사 그 한가운데 서 있는 감동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나는 북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 비무장지대를 꼭 둘러보았으면 한다. 내 아들이 군 복무를 하던 곳을 지나 북한군이 지키고 있는 숲을 바라보며 걷고 싶다. 쌀과 소떼가 올라가던 길, 그 길을 따라 올라가 북한 주민들을 만나면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싶다. 생각만으로도 순수하고 천성이 착한 그곳 주민의 모습이 그려진다.    

북한과의 자유로운 교류가 이뤄진다면 축산업의 종사자들뿐만이 아니라 많은 기업체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큰 꿈이 있다고 한다.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인민들이 세끼 밥을 먹게 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는데, 그 아들은 경제부흥이라는 꿈을 꼭 이루고자 전력을 다한다는 것이다. 이제 곧 2차 북미회담도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당장 통일은 어렵겠지만 자유롭게 서로 왕래하며 경제협력을 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꿈도 실현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언젠가 자연스럽게 통일까지 된다면 단일국가로서의 위상이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설게다. 가상으로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최강국이 된 것 같아 흐믓하다.

일부회원은 적금도 타기 전 북한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 농협에서 대출을 받으면 된다는 응원까지 보냈다. 단체적금을 시작해봐야 할 것 같다. 미리미리 통일을 대비하는 농민의 발걸음을 재촉해야 할 시점이다. 내려올 때는 ‘옥류관’에 들러 꼭 평양냉면을 맛보고 오리라.


/박윤경
문예한국등단, 진천문인협회 회원, 대소창작교실 회원,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회장 역임, 수필집 ‘멍석 까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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