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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담] 호박 심는 날이상분

비닐하우스 안이 분주하다. 영하의 날씨에도 일꾼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태국·방글라데시·필리핀·캄보디아·라오스 등에서 온 이웃 하우스의 일꾼들이 호박 정식을 돕기 위해 온 것이다. 일종의 품앗이다. 세계인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외국인 노동자가 100만이 넘는다고 한다. 불법 체류자까지 합산하면 굉장한 숫자일 것이다. 버스에 올라타고서도 내가 외국에 온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차 안이 온통 외국인이 일 때가 있다. 우리가 국제화 시대에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시끌벅적, 나름대로 노하우와 실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자국의 언어와 한국어가 뒤섞여진 토론이 재미있다.

“싸바이디. 싸와디캅”

반갑게 인사하며 들어서자 토론을 멈추고 응대를 한다.

“안뇽하세요. 싸머님!”

국적과 피부색은 다르지만 그들의 꿈과 목적이 같음에서일까! 서로가 위안이 되는 듯 표정이 매우 밝다. 대부분 어린아이를 떼어 놓고 온 젊은 부부들이다.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하다. 어린것들이 얼마나 눈에 밟힐까. 자식들은 또 얼마나 부모 정이 그리울까.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할 법도 하지만, 5·6년을 아니 10년을 묵묵히 이겨내고 있는 이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희망과 목표가 있기에 그렇게 견디어 낼 터. 

우리 하우스에서 일하는 라오스 부부는 대학을 나왔다고 한다. 지식층이어서인지 저개발국인 자국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며 한국의 부(富)를 사뭇 부러워한다. 이럴 때마다 남편은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라오스 못지않게 어려운 시절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 또 사막의 나라 사우디에서 고생한 근로자들의 애환을 들려주며, 그들의 고생 덕분에 우리나라가 부흥할 수 있었음을 상기시키곤 한다. 그들의 외화벌이가 개인의 발전도 있지만, 나라발전의 큰 원동력임을 일깨워주고, 머지않아 그네들도 부한 나라가 될 것을 피력한다. 사실 라오스는 풍부한 자연자원을 가지고 있는 나라여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멀칭용 비닐 위에 놓인 모종판이 순식간에 드러났다. 사람이 많다 보니 2,000여 평의 밭이 금방 푸르다. 군복을 입은 어린 병정들 모습과도 같다.

정식을 하고 나서 활착을 돕기 위해 관수를 하는데, 여린 모종들이 잔뜩 긴장한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낯섦의 표시일터. 며칠은 몸살을 앓겠지만, 곧 적응하여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할 것이며, 무수한 꽃을 피워내면서 진정한 애호박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릴에서 고기가 노릇노릇 익고 있다. 외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한국음식이 삼겹살이라고 했던가! 일을 마치고 나온 그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대박!”

생소한 말이 아님에도 왠지 다른 의미로서 남다르게 들린다. 즐거움 중 식도락만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더구나 이방인들과 함께 하는 자리임에랴. 일과 음식을 함께 나누는 이 자리가 그저 감사 할뿐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올해도 그들과 조화를 이루며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이상분
좋은수필 신인상,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경기도회장 역임, 좋은수필작가회 회원,
한국농어민신문 <밥상일기>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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