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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담] 알랑가 몰라형효순

햇살이 따뜻해지자 아직 아무것도 심지 않은 밭에 온통 풀들이 점령을 했다. 풀과의 전쟁은 이미 선포되었다. 이제 막 올라온 풀들을 뽑아내려면 안쓰러울 때도 있다. 어쩌다가 밭에서 올라와 파란 싹을 내밀자 뽑혀지는지 가끔은 예쁜 꽃다지 풀을 방천으로 이사시켜주기도 한다. 풀을 매다 힘이 들어 제초제를 사용할까하고 시내를 나가다가 병원에 간다는 마을할머니 세분을 태웠다.

“아이고 어제 하루 죙일 풀을 맺더만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땡기고 병원에 가려고. 성님은 지난번 서울아들한티 검사허로 갔담서 어쩐대야?”

“이 머시냐 그 골다정이 있어서 수술도 못힌댜. 그냥 운동 열심히 허고 일도 쬐금씩 허고 그러드만, 그래도 눈으로 보고 어쩌겄어 나도 죙일 밭에서 살았그만, 저 동상은?”

“이 긍깨 나도 루마청이 있어서 어쩔 수 없당만 의사선상님이 일을 쬐금만 허고 쉬랴. 근디 맨날 노는 것도 월매나 심심 허고 못 헐 짓이여. 그 순신이네 봐 아들이 데리고 간다고 논 팔고 밭팔고 허드만 정작 혼자 두고 데리고 가지도 않음서 이젠 헐일도 없고 병은 들고 돈이 없어 요양원에도 못가고 겨우 다리 끌고 죽지 못혀서 밥 먹고 챙피헌게 회관에도 못나와 젊어서 얼매나 애를 쓰고 살았당가, 어젯밤에 좀 들어다 봤다가 함께 울기만 했그만”

“인자 와서 후회허먼 뭣한 당가. 끝까지 논이랑 밭이랑 팔아주지 말았어야제. 그 썩을놈 저하나 믿고 혼자 살면서 모래 논에서 손톱발톱 다 닮아지드락 일허고 못 먹고 못 입고……. 긍깨 우리도 인자 죽을 둥 살 둥 일도 그만허고 아프먼 자식들이 요양원에 처너 불꺼니께 먹고자픈것도 애끼지 말고 먹고 그러드라고”

“근다고 어쩌케 허겄어. 밭에도 내 손 아니면 안 되고, 집도 나 아니먼 치울 사람 없고 손자손녀들도 가끔은 용돈을 줘야 좋아허는디 막 쓰고 막먹고 그런 당가. 자식 놈들도 사느라고 허둥대싸는디 손 벌리먼 좋아 허겄어? 즈그들이 어쩌케 우리 사는 시상을 알 것 능가? 몸 아픈 것을 친구 삼아 그렁저렁 살다가 잠자듯이 죽기를 바라야제”

“요세 세상은 얼릉 죽지도 않는다는데 어쩐디야?” 갑자기 차안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해졌다.

골다공증이 있어도 루마티스가 있어도 다 괜찮지만 자식들이 살아온 지난날을 몰라주는 것이 더 아픈 어머니들이다. 그렇다고 지금 젊은이들에게 전설의 고향 같은 어머니들 이야기를 이해시킬 수도 없다. 압구정 스타일에 해외 어학 연수를 가야하고 낮은 코도 세워야 하고 턱도 깎아야 취업이 잘되는 현시가 더 급한 그 젊은이들에게 먼 시골 어머니들의 보리밭이 어쩌고 나락이 어쩌고를 이야기 할 수가 없다. 취업이 어려워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버텨 보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짐을 보태기도 미안 하단다. 우리나라의 밑둥치가 되어 주신 어르신들이 외롭다는데 자식들이 너무 멀리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농촌은 자꾸만 외로워지고 들판에 피어 오른 아지랑이가 아롱아롱 어지럽다. 진달래와 개나리꽃도 환장하게 피어 어지럽다. 할머니들 보는 내 마음도 어지럽다. 그래도 봄날은 간다.
 

   
 

형효순
전북문인협회 회원, (사)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장 역임
행촌수필문학상 수상
수필집 ‘재주넘기 삼십년’, ‘이래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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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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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길숙 2016-04-21 08:43:19

    우리세대는 알지요. 아래세대에게는 알라고 부추길수도 &amp;#51022;고 요즘 농촌현실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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