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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담] 시름으로 일렁이는 노을전경희

우리 지역에는 비닐하우스에 시설채소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이 많다. 얼마 전에는 애호박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모여서 친목회를 하나 만들었다. 취지는 농사에 관련된 정보 교환 및 친목 도모인데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다.

이번 모임에서는 ‘농작물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인건비는 올라만 가는데 뾰족한 방안은 없는가?’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농촌 인구는 노령화가 심각하다. 젊은 사람들은 험한 일을 피하기 때문에 인부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외국인으로 교체하는 농가도 더러 있는데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깨끗한 숙소도 마련해 줘야 하고 언어가 다르다 보니 소통도 잘 되지 않아 애로사항이 많다.

게다가 문제는 농산물가격이 해마다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계절, 경남지역에서는 청양고추가 과잉 생산되어 상품성 있는 청양고추 140톤을 산지에서 땅에 묻었다. 지역농협에서는 추가로 가격 불안이 지속하면 수급 안정을 위해 청양고추를 재차 폐기할 계획까지 세우고는 했었다.

보일러 온도를 낮추고 될 수 있으면 전기장판을 쓰며 아껴가며 쓴 기름. 그 비싼 기름을 들여 키운 청양고추였다. 고 참한 것들을 키우는데 쏟은 정성은 또 어떤가. 자식에게 정성을 쏟듯 애지중지한 멀쩡한 청양고추를 땅에 묻어야 하는 마음을 누가 알겠는가? 피눈물 나는 일이지만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가면 농사를 접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누군가 볼멘소리를 한다. 그렇지만 당장 적자가 다소 났다고 농민이 쉽게 농사를 접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예전에는 시설채소 1000평 지어서 4인 가족이 걱정 없이 살았는데 요즘은 2000평을 지어도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시설채소 농민이 재료구입부터 인건비, 파이프대금, 비닐대금 기타 등등 지출하는 가지 수가 총 50여 가지라고 한다. 수지타산을 위해 너나없이 평수를 늘리는 실정인데 작물가격은 계속 내려가고 지출하는 것이 많아 농민의 어려움은 커져만 간다.

당장 내년에는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할지도 고민이다. 올해 청양고추의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실패해 내년에는 다른 작물로 돌아서는 농민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작물이 과잉생산 되어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농사지어서 엄청나게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없다. 나를 비롯한 모든 농민이 열심히 일한 만큼 적당한 수입이 보장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사회 모든 구성원이 다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나의 희망 사항이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언제 오려는지.

비닐하우스에 비친 저녁노을이 시름으로 일렁인다.
 

   
 

전경희
애호박농사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회원
진주시 문화유산 보존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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