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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담] 오늘서 보는 이십년 전이길숙

올해의 벼농사가 대풍이라고 떠들어댄다. 태풍도 안 지나가고 생육일수 즉 햇볕을 많이 받아서 여뭄비율이 충실하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들판은 나락 색깔부터 풍년이 아닌 것이 확연한데 그토록 발표한 이면엔 애매한 정책을 감추고자하는 의도로 보여 농민의 복장이 터질 지경에 있다. 작금 농촌의 최대이슈는 벼 값이다.

얼마 전 신문에는 산지 쌀값이 80kg을 기준하여 한 가마에 13만3400원이라 보도했다. 20년 전인 1996년도 벼 값이 13만7990원이었다. 20년 전보다 올해의 벼 값이 더 떨어졌다는 말이다. 20년 전 가계부를 넘겨본다. 10월 달, 벼 수확한 것을 훑어보기 위해서다.

용정 논 몇 가마, 불당리논 몇 가마, 용머리논 몇 가마…….

그때나 지금이나 논 평수는 같으니까 가마수 또한 크게 달라질 바는 없다. 그러나 그 때는 벼농사만의 소득으로 큰애 대학생, 작은 애를 고등학교에 보내던 해였고 한 달 생활비가 평균 100만원도 못 되었다는 기록에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참으로 알뜰하게 살았던 것 같다.

최근의 가계부에는 교육비가 전혀 안 드는 살림을 살아도 한 달 생활비 3, 4백만원 이상을 쓰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하긴 오르는 물가에 맞추어 사느라 당연 생활비도 올라갔을 것이라 짐작하는 바다. 모든 물가는 해마다 오르고 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그 중 하락하는 것은 오로지 한 가지 벼 값뿐이다. 우리 집 농사는 매년 가마 수는 일정한 편이니까 사상최악의 가격이라니 앉아서 고스란히 얻어맞게 생겼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한 시간에 5210원이라고 들었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대략 월 120만원에 열두 달을 합산하면 연간 1400만원을 보장한다는 설이다.

1400만원은 조곡 300여 가마니에 달하는 돈이다. 300가마라면 6000평 논농사 조소득에 해당된다. 그리고 논 육천 평은 우리나라 벼 재배 농가 평균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중농을 넘어서는 대농이라 불리고 있다. 내 논 6000평에 애면글면 농사지은 수입이 대도시 근로자 최저임금 수준보다 낮은 농민 소득.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가자. 농사 중에는 그래도 논농사가 훨씬 수월했다. 손으로 하던 일을 기계로 대신해가던 시절은 벼농사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굳이 추곡수매가를 따지지도 않았고 벼 수매하러 가는 날은 밭의 김장 무, 배추를 솎아다 김치를 해 들고 갈 만큼 모두를 신뢰하며 감사한 시절을 보냈던 거다. 정부에서는 국가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농지는 보존해야 한다고 한다. 지당하신 명분이긴 하다. 그러나 명분만 앞세우는 게 국가의 권리라면 권리에 따른 책임과 의무도 동반해야 마땅하다. 농지규제로 오로지 농사밖에 할 수 없는 농민에게 내리는 가격의 쌀농사를 강요할 수 있을 텐가?

20년 세월이면 태어난 아기가 성인이 되고도 남을 시간이다. 중년이 노년으로 넘어가는 긴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농업정책은 아기걸음마 수준도 안 되고 있으니 이 나라 농업정책은 정녕 성장할 수는 없는가 묻고 싶다.

농지를 보존하느라 평생을 몸 바친 사람들에게 “농지보존료”를 지원해주고 20년 전으로 돌아간 벼값을 위해서도 “논농사생산비보장제”라는 제도를 만들어 농민의 허탈함을 달래줘야 진정 나라다운 나라일 것이다.

예전에는 농자를 천하지대본(天下地大本)이라 했건만 지금의 농사꾼은 논두렁을 밟고 서서 20년 전 가격만도 못한 농사를 내년에는 어떡할 것인지 막막할 뿐이다.

이길숙/이원농장, 이원농장펜션 운영,(사)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제4, 5대 회장 역임, 수필집 ‘이원농장 일기’
 

   
 

이길숙
이원농장, 이원농장펜션 운영
(사)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제4, 5대 회장 역임
수필집 ‘이원농장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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