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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담] 다시 일상으로박희남

[한국농어민신문]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아무 일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모임하고, 행사하고, 농사 준비도 하고, 학생들은 학교 가고. 지극히 당연하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일상이 깨질 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모두 그 특별하지 않았던 일상을 그리워하고 있다.

인삼 농사를 짓고 있는 우리도 이번 코로나 19로 인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0여 년간 우리 인삼밭 일을 도맡아 하던 사람이 베트남에서 3월 초에 입국하기로 했는데 들어오지 못했다. 몇 년 전, 남편이 힘든 수술을 했을 때도 그 사람이 있어서 수월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딸이 한국으로 시집와 살고 있어 매년 3월 초에 입국해서 11월 초에 출국한다. 성실하고 눈썰미가 있어 농기계도 잘 다룬다. 그가 안 들어온 것만으로도 큰 타격인데 다른 인부들 구하기도 어려웠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많이 안 들어온 것이다. 그 사람들 아니면 농사짓기 힘든 게 농촌 현실이다. 용역 업체에서 데려오는 인부들도 대부분이 외국인들인데 그들이 못 온 것이다. 남편의 건강이 좋을 때 같았으면 그나마 걱정이 덜 되었을 텐데 큰 수술을 받은 뒤로는 힘든 일을 못 한다.

인삼밭은 봄에 유난히 일이 많다. 인삼을 심고, 시기에 맞춰 지붕까지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없고 일은 생각만큼 진행도 안 되고 이래저래 짜증이 올라오는데 새참 무렵에 교우들 여섯 명이 양손에 간식거리를 들고 밭으로 찾아왔다. 옥수수 술빵을 노랗게 찌고, 딸기며, 차를 꺼내 놓는데 힘들었던 차에 어찌나 반가운지 가슴이 뭉클했다. 그들의 방문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감사의 인사를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밭으로 들어가려는데, 그들이 차에서 주섬주섬 장갑이며 모자, 장화를 꺼내고 있다. 인부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일손을 도와주러 온 것이다. 대부분이 직장생활 하다가 퇴직하고 귀촌한 사람들이라 일에서는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일을 잘한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며칠째 이어져서 인삼밭 지붕을 마무리할 때까지 일주일 정도 계속되었다.

일을 마친 날에는 우리 집 마당에서 삼겹살 파티를 했다. 농사일이 이토록 힘든 것인 줄 몰랐다는 이도 있고, 농산물 값 비싸다고 깎지 않을 거라는 이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코로나는 밉지만, 그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다는 이도 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고 전 세계가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하여 상상할 수 없는 피해들을 입고 있다. 평범했던 일상을 잃어버린 지 오래고,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으며 경제적으로도 타격이 막대하다. 학생들이 학교에 갈 수 없다는 이 사실만으로도 코로나 19가 얼마나 지독한 바이러스인지 알 수 있다. 사상 초유의 원격수업에 문 앞에만 나가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현실. 이 악몽이 언제 끝날 일인지도 모르는데, 더 두려운 건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종식되어도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하니 슬프다.

이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어디서 시작된 것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이러한 바이러스가 오게 된 이유를 나는 인간에게서 찾는다. 우리의 탐욕과 잘못으로 지구를 아프게 했기에 우리를 향해 울리는 경고 내지는 형벌이 아닌지.

거대한 자연의 섭리 안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우리 농사꾼들은 누구보다 먼저 깨우치고 있다. 그렇기에 더 앞장서서 자연을 아끼고 돌보고 치유하려 노력해야 하는데, 그저 자연으로부터 치유하기만 원했던 건 아닐까? 이 시간 나 자신부터 돌아본다.

전 세계가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이 시간이 온전히 아픔으로만 남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루속히 백신을 개발해 앞으로 더 무서운 바이러스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고, 자연과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서 세계가 같이 공유하고 공해를 줄여나가는데 다 같이 협력하여 자연을 회복시키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잃은 것도 많지만 이때를 통하여 얻은 것도 있다. 우리 교우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베트남에 사는 ‘탕’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각종 행사와 모임으로 바빠서 돌보지 못했던 집주변의 야생화도 들여다보고 텃밭에 야채들도 잘 가꿔 놓았다. 언제 이렇게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가? 역설적으로 코로나가 가져다준 선물이라 생각해야겠다. 속히 코로나 19가 깨끗하게 종식되어서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박희남 한여농충북연합회 정책부회장, 음성문인협회 회원, 농어촌여성문학회 회원, 꿈꾸는 인삼농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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