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성 여성현장
[농촌여담] 엄마가 된다는 것오승희
“엄마, 할머니 되게 생겼어….” 작년 4월 말, 과수원 꽃 솎기 작업에 바쁜데 [···]

“엄마, 할머니 되게 생겼어….”

작년 4월 말, 과수원 꽃 솎기 작업에 바쁜데 딸아이가 한 말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저도 많이 망설이다 전화했을 터였다. 잘 의논해 보자 말하고 아빠한테는 직접 전화 드리라 했다.

다른 농장에서 일하다 전화 받은 남편은 어이없는 얼굴로 돌아 왔다. 나도 어처구니없는데 남편은 더했을 것이다. 그런 남편을 보며 돌아서는데 웃음이 났다.

‘사랑이 계획 세워서 온디야?’

계획에 없던 딸의 혼사 준비는 농사일 뒤로 미루었다. 혼사도 중요하지만 다래 농사는 때를 놓치면 그르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정기간에는 더 바쁘다. 꽃가루가 날아가기 전 이른 새벽부터 수꽃을 따야 한다. 하나하나 그 많은 꽃들 시집보내는 일이 큰일인데 딸까지 시집보내려니 더 바쁘다. 사돈 될 쪽에 양해를 구하고 다래 수정이 다 끝나고 상견례를 했다.

딸의 혼전 임신이 몹시 섭섭했던지 남편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진짜로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다. 결혼식이 가까워오자 아무것도 안하는 내게 인륜지대사가 어쩌고 하면서 남편이 궁시렁거렸다. 입이 퉁퉁 부어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더니, 막상 때가 되니 부성애가 서운함을 주저앉힌 듯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결혼한 딸이 산달이 되어 친정에 왔는데 느닷없이 양수가 터졌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딸을 데리고 40여분을 달려 병원에 도착했다. 진통을 견디다 제왕절개를 하기로 결정하고 수술실로 가려는데 사위가 도착했다. 딸을 수술실로 들여보내고 밥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사위는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자네 여기 없어도 아이는 나오네.”

출산하는 아내 옆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위를 데리고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왔다.

“아이는 신생아실로 갔어요!”

간호사가 하는 말에 우리는 깜짝 놀랐다. 딸이 섭섭해 할 것 같아 사위한테 밥 먹으러 간 것 비밀로 하자고 했다. 그 뒤 조리원을 거쳐 친정으로 와서 몸조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딸이 하는 말이 가관이다.

“엄마! 나물 감 세 가지만 사다 주세요!”

“뭐하게?”

“삼칠일에 삼신할머니 밥 차려 드리게요!”

“무슨 그런 것도 한다니? 엄마도 안 했는데…”.

그러면서도 나는 나물 감을 사다 주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씻고 상을 차려서 비는 딸을 보면서 나는 뿌듯하고도 안심이 되었다. 마냥 어린 줄 알았더니 이제 어른이 되었구나. 아니, 엄마가 되었구나! 그렇게 완전한 어른이 되어 가는 거구나.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묵직한 울림이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다.

모든 생명이 피어나는 이 봄날, 아기도 무럭무럭, 내 딸의 모성도 무럭무럭 잘 자라기를….
 

   
 

오승희
전남 진도에서 다래농사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회원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농어민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관련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