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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담] 일상의 소중함김단이

[한국농어민신문]

거창한 삶은 아니지만, 하루하루 힘들다 투덜거리며 살았습니다. 한두 달만 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푹 쉬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공기 좋은 곳에서 한 달 살이 하면서 유유자적 살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생인가 봅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코로나19로 평범한 일상이 뒤죽박죽되어버렸습니다. 여행은 줄줄이 취소되었습니다. 2월에 떠나기로 한 진시황릉 병마용갱도, 3월의 북경도 4월 말에 예약한 미국 서부 그랜드 캐니언도 줄줄이 취소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찌 이런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젠 모든 수업이 올 스톱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저절로 많은 시간이 주어졌지만 쉬는데 쉬는 게 아니고 답답증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수업 중단은 선생님의 안전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암묵적 배려입니다. 될 수 있는 대로 집안에서 쉬라는, 어디 싸돌아다니지 말라는 암시적 지시가 숨어 있는 수업 중단입니다.

“울고 싶을 때 비 온다”라는 말처럼 처음에는 이참에 쉬자고 했는데 이 쉬는 것이 제약적으로 쉬는 거다 생각하니 감시받고 있다는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스스로를 격리하는 묘한 기분 이 엄청나게 주어진 시간을 집에서만 있자니 좀이 쑤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코로나19로 정말 격리 대상자가 된 분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애국이 뭐 특별한 건가요. 이 비상시국에 나라의 지시에 잘 따라주는 것도 애국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밖에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일 외에는 방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느꼈습니다. 나들이하고 싶을 때 주저 없이 나가고, 친구가 보고 싶으면 만나고, 찜질방이 가고 싶으면 땀을 쭉 빼고 오는 이런 평범한 일상이 주는 소중함을요.

씨앗을 넣어야 하는 남편은 농사철로 접어들어 매일 밭으로 나갑니다. 성가신 거 제일 싫어하는 남편은 제 잔소리에 매일 마스크를 쓰고 나갑니다. 마스크 착용은 나를 지키고 상대방을 지켜주는 기본 배려입니다. 딸은 엄마가 마트 가는 것도 안심이 안 된다며 일주일치 비상식량을 배달시켜주었습니다. 아빠가 좋아하는 라면과 엎어진 김에 편히 쉬라고 요리하지 말라며 즉석 사골곰탕과 갈비탕, 육개장, 호박죽이 배달되었습니다.

주말이면 집에 오던 딸은 요사이 오지 않습니다. 항상 바쁘게 일하는 딸아이가 혹여 작은 바이러스 하나라도 엄마, 아빠에게 옮겨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합니다. 저는 건강해서 코로나19가 침입해도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지만, 엄마, 아빠는 코로나19를 이겨낼 힘이 약하다 하면서요. 딸, 아들과는 매일 한 번 영상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살고 있습니다. 하긴요. 저와 남편은 기저질환 한두 개는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니 어찌 제가 밖을 싸돌아다니겠어요. 좀이 쑤셔도 꾹꾹 참아야 합니다.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복에 겨워 투정부리는 생활이지만 코로나19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잃어버린 요즘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어진 시간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해야 하는데 자꾸 미뤄두었던 일거리가 눈에 띕니다. 그래서 집안 정리를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겨울 옷가지를 집어넣고 3년 동안 안 입은 옷 미련 없이 내놓았습니다. 이불도 장롱 안에서 숨죽이고 사는, 혹시나 하고 둔 자잘한 것들 미련 없이 내놓았습니다. 딸아이가 “엄마, 점점 할머니 닮아가는 거 알아요? 좀 버리고 사세요!”라고 하던 말이 생각나 정리를 하면서 모두 내놓았습니다. 어느 정도 미니멀 라이프도 되었습니다.

아침에는 딸이 보내준 사골곰탕 끓여서 먹었습니다. 저녁에는 농사지은 서리태를 삶아 갈아서 진하게 콩국수를 해서 남편과 먹었습니다. 단백질 섭취도 넉넉하게 했으니 면역력이 조금이라도 올라갔을까요? 뉴스에서 눈과 귀를 땔 수 없는 요즘 연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었다고, 사망자가 또 생겼다고, 여러 나라에서 한국인 입국을 거절한다고 알려줍니다. 즐거운 소식이 들리지 않는 뉴스에 쓸쓸한 밥상이 되었습니다.

남녘에서 봄바람이 불어옵니다. 봄이 우리 곁으로 오고 있는데 마음은 아직도 칼바람이 부는 겨울입니다. 아파봐야 건강의 중요함을 알듯이 이렇게 집에만 있으면서 일생 생활의 소중함을 알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요.

대구 경북 주민들, 코로나19와 투병하고 있는 분들, 코로나19로 본의 아니게 격리 생활을 하는 모든 분 힘내시길 바랍니다. 이 또한 지나갈 역경이니 모두 애국한다 생각하고 나라의 지시에 잘 따라주길 바랄 뿐입니다. 평범한 일상이 주는 소중함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그날까지.

/김단이 평택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민들레 꽃씨> 당선, 월간순수문학 동화 <볍씨의 꿈> 신인상, 월간 아동문예 동화 <명석돌과 우산솔>로 아동문예문학상,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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