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농부. ‘밥은 하늘입니다.’ 저자)

몸 중심서 면역력 주체로 활동
마음의 움직임과도 밀접 관계
장이 ‘제1의 뇌’, 생명력의 근원

장뇌력(나가누마 타카노리. 배영진 옮김. 전나무숲. 2016. 7. 1만3000원)
장뇌력(나가누마 타카노리. 배영진 옮김. 전나무숲. 2016. 7. 1만3000원)

우리 인간도 동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돈? 권력? 건강? 다 맞다. 근데 놀랍게도 장(창자)이 근본이라고 한다. 이 사실을 잊고 머리가 중요하다거나 얼굴이 중요하다고 여길 때가 많다. 장은 음식물을 소화·흡수하고 배설하는 기관만은 아니다. 우리 몸의 중심부에서 면역력의 주체로 활동하면서 마음의 움직임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속이 쓰리다”는 말. 배탈이 났을 때도 이런 말을 하지만 뭔가 뒤틀리고 인생이 엉망이 될 때도 이런 말을 한다. 근데 실제 일이 꼬이면 장이 쓰리기 시작한다. 다른 어느 신체 부위보다 장이 먼저 반응한다. <장뇌력>의 부제가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장의 놀라운 힘’으로 되어 있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장을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도 하는데 몸 안에 사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이다. 쉽게 말해서 똥 덩어리다. 장 속의 똥에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 군집의 유전적 정보가 다 들어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70kg 체중인 성인의 경우 약 38조 개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몸속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인체의 모든 기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차세대 항암제라고도 한다.

25~28쪽을 보면, 우울증 얘기가 나온다. 항우울제이기도 한 세로토닌이 90% 이상 장에서 분비된다는 내용이 그림과 함께 나온다. 장이 안정되면 마음이 안정되어 평화로운 상태로 되는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좋다, 싫다, 기쁘다, 슬프다 등의 느낌은 머리가 아닌 장에서 발생하고 신경망을 통해 머리에 전달되어 이것이 근육을 움직여 행동한다. 하지만 현대인은 생각하는 힘만 쓴 나머지 느끼는 힘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느낌보다는 생각이 전문인 뇌에 의존하며 살고 있다 보니 매일같이 고민에 둘러싸이고, 스트레스에 치이고, 당분과 동물성 단백질을 과다하게 먹는 식습관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당분과 동물성 단백질은 뇌가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장 속 유해균을 늘려 장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장이 ‘제1의 뇌’로서 생명력의 근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식습관은 바람직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책의 저자는 제6장에서 장내 미생물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소개하고 있다(123~144쪽). 한마디로 서양 음식을 멀리하고 생채식과 발효음식을 먹고 소식을 해서 뇌의 지배에서 벗어나 장이 이끄는 느낌의 세계에 살자고 강조한다.


[같이 보면 좋은 책]

숨 쉬는 기술은 꼭 필요하다

하버드식 호흡의 기술(네고로 히데유키. 문혜원 옮김. 비타북스. 2023. 2. 1만6000원)
하버드식 호흡의 기술(네고로 히데유키. 문혜원 옮김. 비타북스. 2023. 2. 1만6000원)

도쿄대학교 대학원을 나온 의학박사이며 하버드대학교 의학부 객원교수와 소르본대학교 의학부 객원교수로서 항노화, 호르몬 균형, 수면 의학 분야에서 활동한 ‘네고로 히데유키’가 낸 책이 <하버드식 호흡의 기술>이다. 우리가 하루에 2만2000번 이상 숨을 쉬는데 숨 쉬는 기술을 담고 있다. 숨이 넘어간다, 숨이 차다, 숨이 멎을 것 같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숨 쉬는 기술은 꼭 필요하다.

짜증을 내거나 피로감이 겹치면 호흡의 속도가 달라진다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화가 나거나 달리기를 해도 그렇다. 편안하고 넉넉해지고 싶으면 호흡부터 조절해 보면 되겠다.

평소 내 호흡의 길이가 어떤지(71쪽), 코를 골거나 충치가 있는지(73쪽) 등을 확인하여 잘못된 호흡을 바꾸는 연습 요령이 그림과 함께 나온다(77~110쪽). 횡격막 호흡을 하고 들숨보다 날숨을 길게 하는 요령들이다.

서는 자세와 걷는 자세, 그리고 앉는 자세가 호흡과 어떻게 연결되도록 할지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호흡 습관을 고쳐 갈 수 있다. 특히 잘 때의 요령도 만난다. 반신욕을 하고 자면 좋은데 밤참을 먹지 말라고 한다. 내가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절대 유튜브를 보다 자지 말라는 것이다. 자는 동안의 꿈과 호흡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

이 책의 호흡법 중에는 ‘마음 챙김 호흡법’이라는 것이 관심을 끈다. ‘지금’에 집중하여 호흡에만 의식을 두어 떠오르는 잡념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개되어 있다.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100가지 행동 비결도 함께 담았다.


질환별 생채식단과 진행과정

니시생채식 교본(고다 미츠오. 배성권 옮김. 건강신문사. 2013. 6. 2만원)
니시생채식 교본(고다 미츠오. 배성권 옮김. 건강신문사. 2013. 6. 2만원)

<니시생채식 교본>이라는 책 제목을 보면 바로 일본의 전통 의학인 ‘니시의학’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고 장두석 선생님에게서 이것을 배웠다. 이 책을 쓴 고오다 미쓰오는 니시 의학 연구로 큰 상을 많이 받은 의사다. 번역자인 배성권도 동경 니시건강의학원을 수료했다. 이 책의 장점은 저자가 직접 생체 실험을 한 실제적 기초를 바탕으로, 이를 임상에 응용하여 많은 난치병을 치료한 기록을 집대성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장과 호흡이 몸의 한 부위가 담당하는 기능과 역할에 관한 이야기라면, 음식을 먹는 것은 입을 통해 몸에 영양을 공급하는 행위다. 이때 ‘생채식’은 어떤 역할을 할까? 이 책은 전체식(全體食), 정신적인 자세, 운동 등의 종합적인 건강에의 노력을 다루면서 생채식의 효과에 초점을 두고서 그 분야 연구의 성과를 밝히고 있다.

의료 현장의 기록이니만큼 박진감 넘치는 사례들이 즐비하다. 대장염, 기생충, 난소낭종, 유방암, 자궁근종, 비만, 근위축증 등등 여러 질환에 적용한 생채식의 식단과 진행 과정이 소개되어 있다. 237쪽부터 여러 쪽에 걸쳐서 신장염을 앓던 젊은이가 그동안 겪었던 고통과 식습관을 소개하면서 현미 가루, 소금, 케일, 레몬, 당근, 사과, 양배추 등을 어떤 식으로 먹어서 완치되었는지 자세한 체험기가 나온다. 제1의 뇌라고 하는 장의 건강을 생채식으로 이뤄가는 나침반으로 여기면 되는 책이다. 간단한 요령으로 체질과 식성 자체를 바꾸면 생채식이 전혀 어렵지 않고 도리어 즐겁다는 것이 나의 체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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