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 못하나 
김종성. 내일을 여는 책. 15,000원

역사는 ‘2류가 1류를 이기는 과정’
150년 한미 관계사 분석 통해
‘북핵문제’ 해법 도발적 진단 내놔


“한반도에서 절대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하는 사람을 만났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돌출적 언행과 북한 김정은의 핵미사일 시험발사에도 불구하고 전쟁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는 사람이다.

날이면 날마다 난폭하게 으르렁대는 미국과 북한을 보며 불안감을 떨치기가 어려운 판에 다행스런 진단이다. 한사람은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남북문제 전문가고 또 한사람은 중국 전문가다. 최근 이 두 사람의 강연을 한 달을 사이에 두고 듣게 되었는데 앞의 사람은 이재봉 원광대교수이고 뒤의 사람은 중국인민대학에서 신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조재구 전 중화티브이 사장이다.

이유는 서로 달랐다.

이재봉은 미국이 전쟁을 벌일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의 역량이 주된 이유다. 아주 정교한 이유와 근거들을 제시했다. ‘치킨게임’을 빗대어 미국이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했다. 조재구는 미국 얘기는 없이 중국과 북한,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중국이 절대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근데 이런 진단을 훨씬 뛰어넘는 도발적인 책이 올해 나왔다.

‘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 못하나(김종성. 내일을 여는 책. 15,000원)’라는 책인데 부제가 ‘북미 핵 대결에 관한 역사적 고찰과 전망’이다. 미국은 북한을 이길 수 없고, 대만의 예에서 봤던 것처럼 한국을 배신(?)하고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미국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웬 종북주의자의 주관적 희망이냐고 예단하면 큰 오산이다.

저자는 대중적 인기를 모았던 〈김종성의 사극으로 역사 읽기〉를 2007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했고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역사를 강의했다. 기독교방송 〈김미화의 여러분〉, 교통방송 〈송정애의 좋은 사람들〉의 역사 코너에 출연했으며 저서도 방대하다.

저자는 150년의 한미 관계사를 동북아 역사 틀로 분석하면서 역사는 제2류가 제1류를 제쳐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1류인 미국을 위협하는 2류로 북한을 지목한다. 2류가 1류를 이기는 것이 역사의 철칙이라고도 분석한다. 북한은 큰 보상이나 에너지 지원을 더 받아내려고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의 패권을 노리며 미국 중심의 판을 뒤집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낯설고 선뜻 믿음이 안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두 가지 선택 즉, 전쟁이냐 북핵 용인이냐는 것 중에 전쟁선택은 불가하므로 북핵 용인뿐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북은 죽으면 죽었지 핵을 포기하거나 협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란다.

1842년 1차 아편전쟁은 서양 해양세력이 대륙세력을 지배하기 시작한 분기점이 되었고 최근에 와서야 대륙세력의 반격이 시작되었는데 그 중심에 미국에 대한 북한의 도전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바야흐로 동북아는 물론 나아가 세계 질서의 격동적 재편이 시작되는 것으로 북핵문제를 바라 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미·러·중·영·프 이 다섯 나라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것은 핵보유국인 것이 이유의 전부다. 이 세계질서를 뒤집으려는 것이 북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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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의 법정증언이재봉
들녘. 15,000원

국가보안법 재판 증언 내용 엮어
분단과정·평화통일 방안 등 성찰

세상은 양심대로 살기가 어렵다. 그러나 ‘양심대로만’ 말할 것을 요구하는 곳이 있다. 그러지 않으면 엄중한 처벌이 내려진다. 그래서 그곳에서의 발언은 일단 ‘양심’으로 수용된다. 법정이다. 이런 법정의 증언대에서 학자의 양심과 용기로 말 한 것을 옮겨 놓은 책이다. ‘이재봉의 법정증언(이재봉. 들녘. 15,000원)’

책의 모든 내용은 북한과 국가보안법과 김일성과 주체사상에 대한 진술들이다. 북방한계선, 북한붕괴, 서해교전, 연방제, 통일방안 등이 구어체로 쉽게 설명되어 있다. 북한을 정치적 판단 없이 ‘양심적으로’ 파악하고 남북 대립의 쟁점들을 갈래를 나눠서 이해하는 것은 오늘의 심각한 전쟁위기를 극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   

법정 진술을 통해 남북분단의 과정을 올바로 이해하고 통일을 평화적 수단으로 이루어 나가자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분단 과정에서 미국이 했던 역할과 그 후 지속적으로 남한사회가 미국의 영향아래 편입되어 가는 과정을 북한의 대 중국, 대 러시아 관계와 견주어 보고 있다. 남과 북은 각기 주변 강대국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한반도 전쟁 위기를 푸는데 관건이 아닐 수 없다.
북한만 연구한 게 아니라 미국의 텍사스텍대학교와 하와이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저자는 미국 전문가이기도 하다. 대화와 전쟁 분위기를 하루가 멀다 하고 뒤집어가면서 천박한 무기 장사꾼 노릇을 하는 미국의 진면목을 사료와 학자적 양심에 입각하여 보여준다. 
법정에 선 그는 우리의 분단을 크게 국토분단, 체제분단, 민족분단으로 나누면서 가장 첫 출발격인 국토의 분단은 미국이 주범이고 소련이 종범이라고 증언한다. 논리가 매우 치밀하다. 반미감정의 씨앗은 일본 식민통치구조의 연장에 불과한 미군정이었다고 증언한다.

문명과 전쟁아자 가트
오숙은·이재만 옮김.교유서가. 53,000원

전쟁 유형·발생원리 좇다보면
“우리의 일상이 전쟁터” 깨달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 날 것 같은 현실과 두려움은 전쟁의 작동원리를 살펴보게 한다. 어떨 때 전쟁이 일어나는가. 전쟁은 인류의 본성인가. 변화와 발전의 불가피한 과정인가. 전쟁이 문명과 인류의 진화에 기여하는 건 아닌가.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는 중에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평생 전쟁을 겪으며 살아온 정치학자 ‘아자 가트’는 ‘문명과 전쟁(아자 가트. 오숙은·이재만 옮김. 교유서가. 53,000원)’에서 전쟁사의 범위를 인류의 역사 전체로 넓혀 설명한다. 

인류 본성과 문명화 과정의 관계성도 분석하고 있다. 기술발달과 전쟁의 참상. 궁핍시대는 물론 풍요시대의 전쟁은 어떻게 설명될 것인가. 이 책은 학문의 분야를 망라하면서 문명과 전쟁의 상관관계를 따져보고 있다.

전쟁의 각종 유형과 발생 원리를 알아가다 보면 우리의 일상이 전쟁터라는 걸 알아채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정말이지 전쟁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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