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농부. ‘습관 된 나를 넘어’ 저자.

[한국농어민신문] 

지역의 근원적인 생명력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봐
사회·문화 각 분야에 걸친
지역이 품은 가능성도 조명

지역의 발명(이무열. 착한책가게. 2022.12. 1만8000원)
지역의 발명(이무열. 착한책가게. 2022.12. 1만8000원)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도시재생과 지역 활력 사업이 새로운 건물을 세우고 도로를 넓히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문화도시, 청년 일자리, 농업의 6차 산업화, 중간 지원조직 신설 등에 정책과 재정이 쏟아지고 있지만 행정과 전문가들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는다.”(이상 책의 서문 중에서)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지역의 발명>은 이웃과 자연이 서로 돌봄 관계를 맺자고 한다. 순환되는 삶을 지역에서 구현하자고 하는 책이다. 협동 없는 협동조합을 극복하자는 책이다.

책의 1부는 지역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자고 한다. 그동안 당연시하던 장소, 시간, 인구 등이 중심이 아니라 지역의 근원적인 생명력을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보자고 한다. 서로 돌봄을 강조한다.

현재의 돌봄 현장은 경직된 규범과 시장 상품화된 측면이 있다. 아기 돌봄, 장애인과 노인 돌봄, 건강 돌봄, 재난 돌봄 등에서 돌봄은 여성의 일이며 나약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뿐인가. 정상과 비정상, 우성과 열성으로 나눈다.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하는 부끄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이런 현상은 존재의 다양성과 인간 생명 활동의 순환성, 관계성을 알지 못 한데에서 비롯된다고 말하고 있다. 정서 돌봄, 정신과 영성 돌봄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64-65쪽).

강조하는 것이 또 있다. 자기 돌봄이 없다는 것이다. 외부적인 상대 돌봄만 있다 보니 자신의 건강, 자신의 감정, 자신의 정신을 돌볼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많은 돌봄 현장을 봐 온 견해도 같다. 자기 돌봄이 없거나 소홀하면 대상 돌봄은 기계적으로 된다. 우리 지역에서 치매 가족 치유 프로그램을 7주 진행하면서 나는 자기 돌봄을 강조했다. 이 책이 그 점을 중시하고 있어서 반가웠다.

책의 2부는 사회와 문화 각 분야에 걸쳐 지역이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살피고 있다. 혁신모델과 마케팅모델, 커뮤니티 디자인모델을 다룬다. 주민을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참여하게 할지 그 방법을 워크숍 방식으로 안내한다. 이는 저자 이무열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지역사회로 확장해 온 전문 분야이기도 하다.

지역 활동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지역주민의 주체화 부분은 책의 뒤편에 실린 특별인터뷰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의 과제를 지역주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돕는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인터뷰는 일본의 유명한 공동체 설계자인 야마자키 료와 진행했다. 도표까지 만들어가며 친구, 이웃, 친척, 직장동료, 가게 등을 연결하는 관계망이 매우 인상적이다.



[함께 보면 좋은 책]

우리가 겪는 모든 일은 계획됐다

태어나기 전 사랑을 계획하다(로버트 슈워츠. 추미란 옮김. 샨티. 2023. 1. 1만7000원)
태어나기 전 사랑을 계획하다(로버트 슈워츠. 추미란 옮김. 샨티. 2023. 1. 1만7000원)

저자인 로버트 슈워츠를 보는 순간 ‘웰컴투 지구별’이 떠올랐다. 10년 전, 제주도 어느 감귤농장에 협동조합 강의 갔다가 만난 농부의 가방에서 발견하고 그날 밤에 다 읽은 책이다. <태어나기 전 사랑을 계획하다>는 같은 저자의 신간이다. 저자는 공인 최면 치료사다. 비물질적인 존재인 우주 영과 대화를 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모든 일은 태어나기 전 영혼의 단계에서 치밀하게 계획된 거라는 게 책의 핵심이다.

이런 말이 뜬금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좀 더 책 속으로 가 보자. 삶의 시련과 과제는 사랑의 실현이라는 깊은 인생 목적에 뿌리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 활력화도 좋고, 6차 산업도 좋고, 협동조합도 좋은데 이게 사랑의 실현이라는 원대한 비전에 뿌리를 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취지가 좋은 단체나 기관이 겪는 분열과 파탄은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5장으로 된 책의 내용은 다양한 사례와 극복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룰 상태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책에서 다루는 외도, 성기능 장애, 차원 간 양육, 싱글로 살기 등을 조금 확장해서 보면 늘 직면하는 과제들이기도 하다.

마케팅 전문가인 60살 캐시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40살 때는 관계를 발전시키는 법도 몰랐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법도 몰랐어요. 관계를 떠나는 식으로 나를 보살필 뿐이었죠”(169쪽).

누구에게서나 들을 수 있는 얘기지만 캐시는 이때 자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현’이라는 전환기를 맞는다. 일과 인간관계 등 현실 속 모든 과제를 사랑의 실현으로 전환해 가게 하는 책이다.


책 처방하는 한의사 이야기

마음 병에는 책을 지어드려요(이상우. 남해의봄날. 2022. 3. 1만5000원)
마음 병에는 책을 지어드려요(이상우. 남해의봄날. 2022. 3. 1만5000원)

이상우. 경주에 사는 한의사다. 이 사람의 한의원에서는 독특한 처방을 한다. 환자를 진맥하고 나서 지어주는 것이 책이다. 그래서 이 분이 쓴 책 이름도 <마음 병에는 책을 지어 드려요>이다.

과학고를 나오고 생물학과 화학을 전공했다. 그런데 한의사라고? 다시 한의대를 들어간 사람이다. 좀 색다른 느낌이 풍기는 사람이다. 그는 늦깎이 한의사가 되면서 돈을 많이 벌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건 그렇다고 하자. 그런데 이 사람은 아픈 사람을 돕겠다는 거룩한 소명도 없었다고 한다.

그저 자기 자신의 마음의 평화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한의사가 되었단다. 참 별나다. 환자에게 “술, 담배 줄이세요.”라든가 “스트레스를 받지 마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할 테니 그러려면 자기가 먼저 모범이 돼야 할 것이고 그러면 건강을 지키지 않겠냐고 생각했단다.

아내의 외도로 잔뜩 화가 나서 간이 상한 환자가 왔다. 그는 자동차 트렁크에 도끼를 넣고 다닐 정도다. 이상우 한의사는 환자의 성장 과정과 가정 내력까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처방했다. 법륜스님의 책 <인생수업>을 자기 전에 매일 10분씩 읽는 것이었다. 이혼 조정 중인 부부 이야기를 주의 깊게 읽게 했다. 그 환자가 불자인 것을 알고는 체력 강화 겸 100배 절 운동(수련)을 권했다. 절 운동을 할 때마다 한 가지씩 “~ 에 감사합니다”라는 감사 명상도 권했다.

이 남자는 자기가 먼저 외도 했던 것을 반성했다. 가정에 봄이 찾아왔고 부부가 손자를 안고 찍은 사진을 이상우 한의사에게 보내왔다. 혈자리와 경락 얘기는 한 줄도 없는 한의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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