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마음치유농장 대표. ‘소농은 혁명이다’저자

[한국농어민신문] 

코로나로 접촉 줄고 접속이 늘어난 삶
초월적 세상 메타버스가 고립감 대체
실제와 가상이 나눠질 수 있을까

메타버스 이미 시작된 미래(이임복. 천그루숲. 2021.6. 1만6000원)
메타버스 이미 시작된 미래(이임복. 천그루숲. 2021.6. 1만6000원)

“지금 당장 올라타라”라는 광고성 안내문을 봤을 때 나는 진짜 새로 나온 버스인 줄 알았다. 고속버스, 심야버스, 마을버스, 전기버스 등을 떠올리며 말이다. 메타버스 얘기다.

에이아이(인공지능. AI-artificial intelligence), 브이아르(가상현실. VR-Virtual Reality), 에이아르(증강현실. AR-augmented reality)와 함께 새로운 현실이 우리 앞에 와 있다는 부가 설명을 읽고서야 메타는 초월을 뜻하고, 버스는 세상을 뜻하는 합성단어라는 걸 알았다.

초월 세상? 누구나 쓰는 네이버, 배달의 민족, 토스, 카카오톡, 줌 등등 코로나 시대에 붐을 일으키고 있는 플랫폼들이 있다.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 하나로 뉴스도 보고 대화도 하고 음식도 시켜 먹는다. 이들 플랫폼은 메타버스에 올라타는 길목들이라고 할 수 있다. 초월적 세상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분명한 현실이 되었다.

저자 이임복은 말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래가 오고 있다는 희망”이라고. <메타버스 이미 시작된 미래>는 코로나로 변해버린 우리의 삶이 접촉을 줄이고 접속을 늘리는 중이라고 진단하면서 줄어든 접촉으로 생긴 고립감을 인터넷과 모바일을 넘어선 초월적인 세상인 메타버스가 대체하고 있다고 선언한다. 개인뿐 아니라 사업과 행정, 사법과 예술까지도.

유튜브에 보면 인공지능(AI)이 부른 고 김광석의 노래가 있다. 고 김현식 가수의 노래도 있다. 실제 목소리 그대로다. 메타버스는 한 발 더 들어간다. 고 김광석이 노래하는 가상공간에 내가 들어가서 생시의 김광석과 어울린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의 혼합세상에서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세상이란 이미지로 인식된다. 인간의 감각체계는 그것이 현실인지 이미지에 불과한지 구별하지 못한다. 우리 삶에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 모습이다.

쉬지도 않고 짜증도 안내고 감정 기복도 없으며 누구에게나 한결같이 응대하는 가상 캐릭터는 사람보다 훨씬 나을 때가 많다. 이쯤 되면 우리가 오감으로 알고 있는 이 세상이 실재인가 하는 의문이 들 지경이다. 실재와 가상이 과연 나눠질 수 있는 것인가?

이 책의 4장 ‘메타버스의 미래, 어디에 주목해야 하는가?’에는 걸그룹 ‘에스파’ 얘기가 나온다. 4명의 실제 걸그룹 외에 가상세계에 살면서 각각의 지성을 가진 걸그룹이다. 에스파가 둘인 셈이다. ‘아뽀키’와 ‘루이’도 등장한다(220-228쪽).

책 읽기의 재미를 더하는 것은 각각의 장마다 뒤쪽에 팁이 있어서 직접 가상세계에 들어가 체험해 볼 수 있게 한 점이다. 129-133쪽에는 회원 수가 2억 명인 ‘제페토’에서 아바타를 만들어 활동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

 

같이 보면 좋은 책

메타버스로 잠재력 높이기

메타휴먼(디팩초프라. 김윤종옮김. 불광출판사. 2020.9. 2만원)
메타휴먼(디팩초프라. 김윤종옮김. 불광출판사. 2020.9. 2만원)

<메타휴먼>은 부제가 ‘당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끌어내는 방법’이다.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끌어낸 인간이 메타버스에 들어가 사는 삶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하면 되겠다. 책 제목을 굳이 번역하자면 ‘초월적 인간’이다. 이 책은 물질적 상태에 묶여서 살아가는 인간이 정신적, 초 물질적 상태의 삶으로 가기 위해 일상의 현실 경험을 관조적으로 해체시키는 작업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이렇게 해서 인간이 진정으로 해방되는 길을 저자 디팩 초프라(Deepak Chpra)는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숙면보다도 더 깊은 휴식. 극단의 이완 상태의 경험. 그리고 맑디맑게 깨어있는 정신. 찰랑찰랑 넘치는 행복감. 이런 것을 명상을 통해 경험해 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두려움이나 불신이 삶의 동기가 되어 살아왔음을 깨닫고 그런 현실을 초월하는 삶. 그 안내서라 하겠다.

제1부 ‘메타현실의 비밀’은 경험에서 해방될 것을 요청한다. 끊임없이 갱신되는 흐르는 강물처럼 모든 현실, 모든 경험은 무상하고 찰라적이라는 것에서 시작하라고 말한다(102쪽). 기억과 경험에 매이지 않으면 된다니 초월적 인간이 되는 게 쉬워 보인다. 그 방법들이 매 단락 뒤에 ‘연습하기’로 나와 있어서다.

‘몸, 마음 해방하기’의 연습하기를 보자. 아주 간단하다. 눈을 뜨되 어떤 생각도 없는 멀뚱멀뚱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천장 한 곳에 시선을 툭 던져 놓는 것이다(326-373쪽). 메타버스로 가는 지름길인 셈이다.

신화에 깃든 메타버스적 발상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이윤기. 웅진닷컴. 2000.6. 1만2000원)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이윤기. 웅진닷컴. 2000.6. 1만2000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는 우리가 21세기 들어 에스엔에스(SNS)다, 가상현실이다, 초월적 인간형이다고 하면서 소란을 피우는 것들이 사실은 천 수백 년 전에 이미 신화 속에서 구현되어 있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책은 그야말로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프쉬케 이야기는 우리들의 현실 세계에서 자주 목격하는 사랑의 두 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격정적인 밀회를 즐기던 아레스와 아프로디테. 아뿔싸, 아프로디테의 남편이 쳐 놓은 청동 그물망에 걸려버렸다. 벌거벗고 껴안은 채 거물 망 속에 갇혀서 신들의 구경거리가 된 이들. 이들의 사랑을 속으로는 부러워하는 제우스의 배다른 아들 헤르메스. 그는 아프로디테의 유혹에 금방 넘어간다. 어머니 아프로디테의 지시와는 반대로 행동한 아들 에로스는 청순한 소녀 프쉬케의 아름다움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한다.

비유와 의인화, 상상과 추론이 엉뚱하다. 인과성이 생뚱맞다 못해 기괴하다. 그러니까 신화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가당치도 않은 현실이 사실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라고 저자는 단정한다. 아니, 카오스라니. 신화의 주인공인 그리스인들의 황당하기 짝이 없는 세계와 우주에 대한 이해는 메타버스적 발상이다. 뒤섞임. 혼돈. 동시성과 공시성. 원래 세상은 이렇게 엎치락뒤치락 구획도 없고 경계도 없는 그런 것이라고 한다. 신화는 메타버스와 다를 바 없다. 초현실적인 현대를 살면서 읽는 신화 책의 새로운 즐거움이다. 5권짜리로 나온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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