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성전>
알버트 하워드. 최병칠 역.
한국유기농업보급회. 1987

<흙과 건강> 
알버트 하워드. 최병칠·최일신 역.
한국생명농업협회. 2005

[한국농어민신문]

일본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부품·소재 국산화율 제고 촉구
‘23%’ 불과한 곡물자급률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할 때


일본에 의해 촉발된 경제보복으로 한·일간 대립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겨냥해서 그 원료가 되는 불화수소와 감광액의 수출을 차단하자 일본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던 부품·소재산업의 국산화율을 높이자는 각성이 크게 일고 있는데 도리어 나는 식량의 국산화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물자급률 23%. 쌀을 제외하면 3.1%에 불과한 대한민국이 스마트폰 부품이 아니라 곡물 수입이 끊겼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끔찍하다. 빌딩이나 공장을 헐고 모나 밀을 심을 수 있겠는가? 신도시 하나를 폭파하고 콩과 보리를 재배한다는 게 가능한가. 빈사상태에 있는 우리 농업을 돌아봐야 한다. 근본에서 돌아보기에 알버트 하워드(Albert Howard)의 저작 <농업성전>과 <흙과 건강>만한 책이 없다고 본다. 농사의 근본인 토양을 살리는 데에 집중된 책이다.

이 책들은 1990년대 초에 전북대에서 대학민주화 활동으로 해직됐던 이석영교수가 직접 번역한 약식 번역본을 내게 준 것이 계기가 돼 읽게 됐는데 농사의 본령이 뭔지, 땅의 비옥도와 농산물의 건강성 그리고 병충해와의 관계를 잘 파헤치고 있다. 저자가 40년 동안 연구하고 분석한 역작이다. 인간의 건강까지도 토양이 얼마나 건강한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농업성전> 204-205쪽에는 훈자왕국 얘기가 나온다. 히말라야 산맥 고지대에 있으면서 세계적인 장수민족으로 그들이 민첩함, 쾌활함, 참을성이 뛰어난 비밀은 완숙한 퇴비로 농사를 짓고 그 농작물을 통째로 먹는데 있다는 것이다. 인간과 동식물의 모든 폐기물을 온전하게 땅으로 되돌려주는 ‘완숙한 퇴비’ 농사는 토양의 통기성을 좋게 하고 생태계를 유지·강화하며 사람의 심성까지 좌우한다.

농사 지을 땅이 줄어들고 그마저도 화학비료와 농기계로 황폐화 돼 이제는 질석과 펄라이트 등으로 인공토양(배지)을 만들거나 아예 흙 없이 양액만으로 농사를 짓는 데까지 가고 있는 우리 농업에 시금석이 될 책이라 하겠다. ‘농업의 원점으로 돌아가자’라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외침이다.

<흙과 건강> 288쪽에는 인상적인 분석이 있다. 토양이나 동식물, 나아가 인간의 건강에 절대적인 단백질의 합성과 균형을 얘기하면서 이는 비옥한 토양의 질소순환과 아주 밀접하다는 것이다. 토양과 식물 사이에 화학비료가 투입될 때 질병이 발생하고 작물은 퇴화하고 마는 원리가 나와 있다. 새로운 부식(완숙 퇴비)으로만 병에 걸린 작물과 땅과 인간을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291쪽)

농사지을 땅뿐 아니라 농지이용율도 줄고 농지의 소유관계(자경농)도 왜곡 될대로 왜곡돼 있는데다 농지의 오염까지 가속화되는 우리 농업이 원점으로 돌아가기에 좋은 길잡이가 될 책으로 보인다.


[함께 보면 좋은 책]

<농업문명의 전환>
윤석원. 교우사. 2011.

정년이 1년 반이나 남았는데도 교수직을 버리고 고향인 강원도 양양으로 내려가 농사를 짓고 사는 저자 윤석원은 중앙대학교에서 28년 동안 농업경제학을 가르쳤었다. <농업문명의 전환>은 부제가 ‘기후환경 변화, 세계화시대’이다. 우리 농업에 대한 최대의 위협인 기후변화와 세계화(개방화)를 정면으로 겨누고 있는 책이라 하겠다.

흔히 기후변화와 농업을 얘기할 때 관변학자나 농업진흥청 같은 곳에서는 국내 환경에 맞는 아열대작물을 선발해 본격적인 재배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당장 기후변화(온난화)는 병해충의 공습이 진행되며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물 부족과 산림황폐화가 동시에 진행된다. 물 부족과 산림황폐화는 농업에 직격탄이 된다. 거제도나 해남에서 열대작물 재배가 성공했다는 보도에 마냥 들떠서는 안 된다.(제2장. 위기의 21세기 지구환경)

국제무역기구의 등장으로 농업은 전면적인 세계화(시장화)가 진행되어서 개도국들은 농업의 생산기반이 붕괴되고 식량안보 위험에 노출됐다. 대표적인 것이 쌀 수출국이었던 필리핀의 몰락이다.(96쪽)

농업의 세계화는 다국적 곡물업체를 독버섯처럼 성장하게 했다. 이들은 종자까지 독점하고 인류의 식량 총량이 모자라지 않는데도 기아와 빈곤을 양산해 냈다. 이 과정이 이 책의 5,6,7장에 촘촘히 설명돼 있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의 반 이상이 이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대전환’의 방향이 친환경농업, 슬로푸드, 공동체지원농업, 도시농업의 확산, 소비자 생협 운동 등 농업뿐 아니라 시민사회 전체를 향한 제안과 정책적 방안이 담겨있다.

<텃밭해충과 천적>
이기상. 들녘. 2014.

<텃밭해충과 천적>은 이제 막 김장거리 배추를 심는 농가나 도시텃밭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100쪽에서 105쪽까지가 어린 김장용 모종에 달라들어 마구 갉아 먹는 벼룩잎벌레와 나방애벌레를 어떻게 막아낼지 천연색 사진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나방류와 진딧물류로 구분하여 이들의 천연방제법도 소개돼 있다.

곤충자연생태연구센터 이사와 한국생태도시연구소 소장인 저자가 밝혔듯이 이 책은 완벽한 해충 방제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제한다. 모든 작물에 공통으로 발생하는 해충과 작물에 따라 발행하는 해충들이 어떤 방법으로 살아가는지 그 생태를 정확히 알고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재미있는 것은 작물의 피해 상태를 보고 어떤 해충의 짓인지 식별하는 방법이다(제5부. 피해 흔적보고 해충 진단하기). 식별한 다음에 천적(익충) 불러들이는 유인식물 재배방법이 작물별로 나와 있는 점도 재미지다.(116-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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