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과 검찰> 최강욱 지음, 창비 펴냄, 2017

수십 년째 되풀이된 검찰개혁
법조기자·전 판사·변호사 등
전문가 대담통해 가능성 엿봐


지난 19일, 한국일보에는 놀라운 기사가 실렸다. 검찰개혁을 주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람들 뒤를 밟아 대기업 법인카드를 쓰고 다니는지 조사했다는 검찰 이야기다. 이 사건은 검찰개혁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현 검찰의 무소불위의 힘을 느끼게 한다.

권력의 힘이 가장 센 정권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핵심 부위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뒤를 캐러 나선 검찰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곳일까. 왜 검찰개혁이란 말이 수십 년째 되풀이될까. 검찰개혁이 이번만큼은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이 책의 저자는 매우 단호하다. “전 세계에서 이런 검찰이 없기 때문이다.”는 것이다. 권력남용과 인권침해와 국정농단을 자행한 신직수, 김기춘, 우병우 3대가 등장한 것은 우리나라 검찰 60년 역사가 그렇게 만든 것이라는 것이다. 《권력과 검찰(최강욱. 창비. 2017)》에 나오는 얘기다.

‘....(전략)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혼신의 힘으로 국민을 섬기고...(후략)’은 검사 선서에 나오는 문장이지만 국민들은 이런 검사를 현실에서 느낄 수 없다. 검사 앞에 여러 번 서 본 나도 그렇다.

최근 지엠오 반대 시위로 약식기소가 되었고 벌금 내기를 거부하면서 며칠이지만 곧 수감되어야 하는 내게 검사는 여전히 두렵고 무자비한 존재다. 20대 때나 60대에 들어선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이 책은 저자 최강욱이 한겨레신문사의 법조기자 김의겸,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언론 기고 글 때문에 검사 옷을 벗었던 금태섭, 판사 출신 이정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창립회원이며 노동변호사로서 활동하는 김선수와 대담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대담자에 따라 주제도 다양하고 내용도 재미있다. 이정렬과의 대담인 ‘판사가 본 검찰의 민낯’을 보자. ‘부장검사가 데리고 다니면서 스폰서 소개해주고 위세를 과시하거나 후배들의 충성심을 유도하는 방편으로 활용하기도 해요.’(129쪽) ‘제가 느끼기에 우리나라 검사는 자기가 곧 공익이에요.’(145쪽)

노무현 정부 때 검찰개혁 작업에 참여했던 김선수 변호사는 ‘제도적으로 검찰을 견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공수처를 만들어 외부기관이 고위공직자를 수사하게 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검찰 권한이 분산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검찰개혁을 주요 과제로 내걸고, 검찰이 더는 ‘권력자의 개’가 아니라 ‘국민의 안내견’으로 제 역할을 하도록 바꿔내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전 정부들도 같은 결기를 가지고 정권 초기에 검찰개혁에 나섰지만 다 실패하고 말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청문회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집요한 질문공세에도 끝내 공수처와 수사권 분리에 대해 확답을 피했다.

각계의 검찰개혁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거의 동일했다. 우리나라 검찰이 너무 많은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 많은 ‘우병우’를 만들어냈다는 진단이 이 책의 요지다.

촛불시민들의 헌신과 성취에 힘입어 태어난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이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저자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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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이 책을 낸 뒤 출연하고 있는 ‘검찰, 알아야 바꾼다’는 대담방송을 유튜브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6회 차인지 7회 차인지에서 검찰의 역사를 일변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승만의 자유당 시절에는 경찰이 검찰보다 훨씬 큰 권력기관이었다고 한다.

실례로 경찰의 비리를 조사하러 지방에 내려갔던 검사가 경찰에게 암살당하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더 기막힌 것은 그 암살사건을 경찰과 권력이 유야무야시켰을 정도였다니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었다.

시민편에 서 옷벗은 검사
낱낱이 밝히는 법조현실

<<법원과 검찰의 탄생>>문준영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2010

박정희 정권이 등장하면서 검찰이 경찰위에 군림하는 상급기관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런 역사가 《법원과 검찰의 탄생(문준영. 역사비평사. 2010)》에 잘 나와 있다.

이 책은 아주 전문적인 영역에서 사법권력의 역사를 다룬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법의 전통과 근대’라는 개념부터 살피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는 총독부재판소에서 조선형사령체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나와 있다. 이 기본골격은 해방 뒤에도 미군정기 사법기구에 고스란히 계승된다.

구한말, 일제시대, 미군정기와 정부수립 이후까지, 각 시기 핵심적 법령의 입법과정과 이를 둘러싼 정치적 역학관계를 밝힘으로써 결국에는 우리 사법제도의 명암을 동시에 들여다보게 한다.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은 ‘진중한 역사의식과 법적 시야로 무장한’ 저자인 문영준의 이 책이 검찰개혁, 나아가 사법개혁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는 현시점에서 모든 논의의 건실한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라고 희망한다. 아쉽게도 이런 희망은 7년 전인 2010년에 나왔던 희망이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검찰의 힘은 어디서왔나
사법권력의 역사와 뿌리

<<디케의 눈>>금태섭 지음, 궁리 펴냄, 2008

딱딱하지만 검찰권력의 본질을 꿰뚫는 맛이 큰 이 책과는 달리 금태섭이 쓴 《디케의 눈(금태섭. 궁리. 2008)》은 법조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겨레에 글을 기고하고는 검사 옷을 벗을 만큼 시민 편에 선 소신 있는 저자는 빼어난 필력으로 독자들을 쉽고 편하게 권력의 중심으로 안내한다.

법과 대중을 가까이 묶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반 국민들을 비롯하여 약자와 소수를 위한 법체계가 진정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글의 소제목도 재미있게 꾸몄다. ‘어느 소년의 죽음’, ‘국선변호의 추억’, ‘연쇄성폭행범과 미란다 경고’ 등.

‘유전자 감식과 오판’에서는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는지가 나온다. 내겐 범인 앞에서 증언을 하는 피해자의 모습이 범인을 식별할 능력을 잃어버릴 정도로 판단 마비가 온다는 것으로 읽혔다. 부들부들 떨면서 기억을 재생해 내는 대목은 가슴을 저미게 한다.(78~79쪽)

권력형 범죄, 정의로운 사회, 사법권 독립. 그리고 검찰개혁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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