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파산-
장수가 부른 공멸


엔에이치케이스페셜제작팀,
홍성민 역, 2017 동녘

[한국농어민신문]

먹고 살 길 없어 감옥행 택하고
자식 떠나 양로원 가는 노인들
‘가족파산’ 현상 다큐 글로 엮어
우리도 곧 마주할 것 같아 씁쓸


나이가 들면 지혜로워지고 마음먹은 대로 해도 아무 걸림이 없다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그럴 수가 없는 사회가 되었다. 사회가 늙었기 때문이다. 노령화 된 사회는 많은 것을 뒤바꾸고 있다. 상상도 못했던 비참한 현실을 직면하게 한다.

<가족의 파산-장수가 부른 공멸(엔에이치케이 스페셜제작팀. 홍성민 역. 2017 동녘))은 아주 적나라한 노령사회의 맨 얼굴을 보여준다. 가족파산의 실상을 가감 없이 나열하고 있다. 노령화로 인한 현상이다.

노래방, 단란주점, 왕따, 학원폭력, 남성전용전화방 등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 온 문화라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가 일본을 본받는다는 얘기가 아니라 사회과학적 시선으로 볼 때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 사회에서 곧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대 문명사회의 진행 경로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일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늙고 병든 노인들이 먹고 살 길이 없어 소소한 범죄를 저질러 감옥행을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노동빈곤층(워킹푸어)이 생겨나면서 자식과 세대분리를 하고 양로원으로 가는 노인들이 즐비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가족의 파산이다. 이 책은 이런 식의 가족파산이라는 우울한 사회현상을 다루고 있는 일본책이다.

장수 사회가 부른 공멸현상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4부작으로 방영된 일본의 엔에이치케이 ‘노인표류사회’ 다큐멘터리다. 내용들이 참 기구하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다. 아들과 같이 살기 시작한 ‘아키오’씨는 이 때문에 의료비와 시영주택 집세를 면제받은 생활보호대상자 자격을 상실했다. 아들이 부모를 부양하게 되었다고 보기 때문인데 같이 살기 시작한 아들은 수입이 들쭉날쭉한 비정규직이다. 수입이 반쪽이 나버리니 가족은 통째 가난뱅이가 되어버렸다.(34쪽).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만 보는 요시하루씨. 그를 간병하는 아내 사치코씨. 회사의 건강검진에서 심전도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판정을 받고 설마 싶어서 재검사를 받았는데 심각한 심근경색으로 나왔다. 그 날부터 일터에 나갈 수 없게 되었고, 집에 드러 누웠고, 가난뱅이가 되어버렸다. 고정적으로 나가는 거액의 의료비가 그렇게 만들었다.(116쪽) 한국 사회의 내일인가 싶어 우울하기 짝이 없다.

지역의 힘으로 가족파산, 친자파산을 막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청소, 쓰레기 버리기, 장보기 등을 지원하는 ‘행복도움대’다. 자원봉사 방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삶의 유형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 가냘프게나마 희망의 씨앗으로 보인다.


|함께 보면 좋은 책

‘주거공동체’ 가족들과 잘 사는 법  

노후파산과 가족파산, 무연사회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더불어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후반을 도모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주거 대안을 공동체 주택에서 찾을 수 있다고 역설하는 책이 있다.

쫌 앞서가는 가족
김수동, 2017, 궁리

<쫌 앞서가는 가족(김수동. 2017. 궁리)>으로 부제가 ‘노인 공동주거를 생각한다’이다
부동산 하나에 모든 희망을 묻고 이를 움켜쥐려고 애쓰며 살아 온 세대들이 부동산 거품이 꺼지자 삶의 낭떠러지로 내 몰리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같이 살 수 있는 공동주거를 제안하고 있다. 저자 김수동은 전통적인 가족개념의 해체를 설명하며 이런 담론을 이끌어낸다.

결속감이나 소속감, 정서적 동질성이 옅어지고 가족은 그 본래의 기능까지 상실한지 오래라면서 이혼율의 증가로 한 부모 가정이 늘고 세대 간의 단절로 부모자식 사이도 멀어졌으며 저 출산과 만혼으로 가족 구성원의 절대 수가 줄어버린 점을 예로 든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대안의 가족, 비 정상 가족, 쫌 앞서가는 가족이라고 하여 새로운 주거공동체 가족들을 소개한다.

성미산 마을의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와 은평구의 ‘구름정원사람들’ 부산 대연동의 ‘일오집’이 등장한다. 재미있는 현상은 ‘어쩌다 가족’집 사례에 있다. 함께 사는데 따른 몇 가지 우려를 싹 씻어 낸다. 개인 삶이 도리어 풍성해진다는 예다. 한의사, 편집자, 건축가, 디자이너 등 8명이 집 주인 부부와 같이 사는데 한 분의 예를 들고 있다. 사람하고 어울리는 거 좋아하지 않으니 그리 알라고 했던 한 입주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활발하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모든 일에 적극적이됐다. 신뢰가 기반이 될 때 사람은 소통이 원활해 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에는 그럼 어떤 사람과 같이 살 것인가. 공동체 안에서 갈등의 해소 방법은? 등이 분야별로 정리되어 있다.

사실, 살다보면 가족이 해체될 수도 있고 시대의 흐름을 쫓아 ‘어쩌다 가족’이 된 사람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충격과 변화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공감하고 소화해 내는 것이라 하겠다. 말 그대로 가슴의 대화가 있다면 가족 결합의 변동은 부차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가슴의 대화
윤덕현 인터뷰어,
2018. 11, 김영사

<가슴의 대화(윤덕현 인터뷰어. 2018. 11. 김영사)>는 가족관계를 포함하여 호흡 명상, 빛 에너지, 죽음의 문제, 식사법, 동물과의 소통 등 12명의 자기 성찰적 삶을 사는 분야별 사람들을 저자 윤덕현이 만나 대담을 기록한 책이다. 아니, 영상 제작자인 저자가 직접 유튜브에 순차적으로 올렸던 ‘가슴의 대화’ 영상물을 채록하여 엮은 책이다.

12명의 공동 대담자 중 하나인 가족세우기 안내자 이혜영은 어떤 것이 가슴의 대화인지를 가족 사이에 생긴 갈등과 상처를 예로 들며 자세히 일러준다. 공감하는 것, 표현하는 것, 들어 주는 것, 자기를 솔직히 들여다보는 것 등이다.

전생연구소 박진여, 명상가 한바다, 채식 한의사 이현주, 현미밥카페 주인 곽노태 등의 출연자들은 각기 삶의 깊은 모습들을 풀어내고 있다. 시청자, 이제는 독자들과 해체가 아니라 결합을, 파산이 아니라 복원의 본을 보여준다고 보면 되겠다.

/농부. ‘소농은 혁명이다’ 저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