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과 우수가 지났고 곧 경칩이다. 이제 곧 본격적으로 농사일이 시작되는 때다. 유기농을 넘어 자연농에 대한 관심이 커 가는 때에 지난 1월에 ‘정신세계사’에서 자연재배 농사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자연농교실⟫이라는 책이 나왔다.

돌려짓기부터 풀 관리까지
저자 70평생 농사 지혜 망라

35개국의 생태주의자에게 배운
자연순환유기농법 총망라

생즙 속 유용물질 친절한 소개
효과 본 당사자 체험기 생생


책의 판형도 그렇지만 모든 책장마다 그림과 사진이 꽉 들어 차 있어서 꼭 초등학교 때 받아 보던 방학 책 느낌이 나서 정겹다. 저자는 누구일까? 자연농의 대가인 ⟪신비한 밭에서서⟫의 저자인 ‘가와구치 요시카즈’이고 그 역자였던 최성현이 번역했다. 실제로 글을 쓴 사람은 가와구치 요시카즈의 농장에서 철 따라 작물 따라 농사 모습을 취재하고 조사 한 두 사람이 따로 있는데 그래서인지 책 내용이 더 풍성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연농이란 무엇인가. 논과 밭을 농작물 뿐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번창하는 풍요로운 무대로 만들어 가는 농사이다. 또한 수확량을 높일 수 있는 지혜가 구현되는 농사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자연과의 조화를 깨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수확물을 얻기 위한 노하우가 있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가와구치 요시카즈는 말한다. 삶에 탈이 생기는 것은 우리가 자연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며 복귀하면 해결된다고. 이 말이 관념적으로 들린다면 책 속으로 들어가면 실재가 보인다. 이랑 만들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작물은 어떻게 선택 할 것인지, 파종의 적기는 언젠지 등이 자세하게 나온다. 저자의 70평생 농사 경험에 따른 지혜들이다.

돌려짓기(윤작)에 대한 설명을 보자. 농장을 너 댓개의 구역으로 나눠서 각 구역마다 볏과나 박과, 가짓과, 콩과 등 과를 달리해서 심으라고 한다. 그리고 다음해에는 구역별 작물을 서로 돌리는데 궁합이 맞는 작물은 섞어서 짓는 게 좋다고 안내한다. 그 종류도 하나하나 알려주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은 그루 타기(연작피해)는 양상이 작물에 따라 다르고 섞어짓기를 통해서 이겨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풀 관리와 작물 가꾸기, 순지르기와 북주기. 지지대 세우기 등 작물의 성장을 돕는 지혜들이 사진과 삽화로 설명되어 있고 책의 2부와 3부에서는 작물별, 절기별로 분류해서 정리하고 있다.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자연농의 기본부터 23종의 인기채소와 벼, 보리 등 농사의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다.

그런데 농사는 내가 심고 싶은 것을 심는 것이지만 땅이 잘 기를 수 있는 것을 심는 게 더 중요하고 땅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진짜 농부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 고양에서 농사짓는 안종수가 쓰고 ‘씽크스마트’에서 나온 ⟪6무 농사꾼의 유쾌한 반란⟫은 우리 땅에서 자연농을 해 나가는 사람에게 구체적인 철학과 방법을 전하는 책이라 하겠다.

‘6무 농사’라고 하는 것은 무경운. 무화학비료. 무비닐. 무농약. 무밑거름. 무전면제초이다. 저자 안종수는 1년 반 동안을 호주, 아프리카. 유럽, 중남미. 북미 등 35개국을 돌며 생태주의자를 만나면서 그 삶과 농사를 배워왔다. 그리고 죽은 땅에서는 절대 생명의 농산물이 나올 수 없다는 굳은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자연순환유기농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자연농의 다른 말로 이해해도 되겠다.

책에 소개 된 미국과 브라질의 무경운 농사법도 참고가 될 터이지만 저자가 2년여 동안 도시농업운동본부에 사무국장으로 일 했던 경력대로 책에는 ‘틀밭’과 텃밭 가꾸는 요령이 자세하게 나온다. 생태학교 교장을 역임 한 경험을 살려 교육용 어린이 텃밭 가꾸는 내용도 충실하다. 퇴비 만들기와 토착미생물이나 액비를 만들어 농자재 자급에서부터 자급농사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책이다. 주류 농법이 된 화학농법이 만들어 내는 농산물의 질산태질소 문제도 깊이 다루고 있다.

그러면 자연농 농장에서 나오는 작물들을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

작년에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있는 화원자연휴양림에서 생즙단식수련을 한 적이 있다. 5일 동안을 과일과 야채로 만든 생즙만 먹으면서 명상수련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어렵게 시간을 내서 참가 한 이유는 재작년에 참가했던 같은 프로그램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재작년은 서산의 작은 절에서 했었다. 과일과 채소를 꼭꼭 씹어서는 즙만 삼키고 섬유질 건더기는 뱉어내는 방식으로 먹었었다. 생즙의 효능을 이때 체험했다.

침과 소화효소, 자연농산물과 엽록소, 음식과 생명, 몸과 우주, 그리고 평화로움과 희열 등을 깊이 알게 되었고 덕분에 내 밥상도 더 그 방향으로 바뀌어갔다. 과일과 견과류가 많아졌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굳이 수동녹즙기를 사서 몇 시간을 손잡이를 돌려가며 즙을 내어 마시고 있다. 이즈음 참고 했던 책이 ‘허브월드’에서 나온 ⟪놀라운 생즙의 효능⟫이다. 자연요법 건강생활과 생명운동을 하는 고재섭이 쓴 책이다.

이 책에는 생즙 속의 유용물질들이 잘 소개되어 있어서 봄철에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작물들을 가지고 생즙으로 먹어 보고자 하는 농부들이나 생즙요법을 이용 해 보고자 하는 일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보리순즙과 밀순즙이 나와 있는 175쪽을 읽으면 봄에 흔한 밀과 보리에 그런 효능이 있었는지 놀라게 된다.

아무리 생즙이 좋다고 해도 생즙을 추출하는 방식과 그 재료가 되는 과일과 채소를 어떻게 고르고 다듬어야 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생즙을 담는 용기 뿐 아니라 먹는 사람의 몸의 상태에 따른 용법도 다를 것이다.

추천사를 쓴 사단법인 한살림 부회장을 역임한 서형숙은 생즙 효능을 분류하고 재료의 준비와 만드는 방법까지 한 권에 담은 것이 특징이라며 사람들이 자기 증세에 맞게 생즙을 준비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한다. 효과를 본 당사자들의 체험기가 생생하게 실려 있기도 하다.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몇 평이나 농사짓느냐는 말과 무슨 농사를 짓느냐는 질문이 바로 잇따른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누구에게서나 듣게 되는 아주 고전적인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그 뿌리가 있다. 농사를 규모와 돈되는 작물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의 농업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농업이 불러 온 환경오염. 환경파괴, 자원 낭비, 쓰레기, 식품의 안정성, 농부의 건강, 자급률 등 농업의 문제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위의 책에서 소개하는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풀과 벌레를 적으로 여기지 않는 자연농의 재배법은 현대의 여러 문제들을 밑바탕에서 해결해 주는 방안이자 인류의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해 주는 길이기도 하다. 농사를 돈 버는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자연과 우주를 깊이 알고 이웃과 조화를 이루며 자기를 완성 해 가는 계기로 바로 보는 자세다.

▲ 전희식(농부.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 저자)

“맑은 대기 속에서 몸을 움직이며 태양의 온기 덕에 살아가는 기쁨을 느끼고 내 육체와 간단한 도구만으로 작물을 사랑으로 보살피며 가슴 뛰는 노동이 있는 삶. 인생을 후회 없이 완수해가는 길”을 찾는 농부에게 필요한 책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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