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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농부 전희식의 서재] 만약 최제우가 처형 직전 탈옥했다면···
<최제우, 용천검을 들다(김용휘, 토토북. 2018. 8)>

1864년 죽지 않았다는 설정 아래
필부로서 수운의 삶 담아내
동학사상과 경전 이해 ‘좋은 교본’

익산 어느 도서관에 강의가 있어 갔었는데 시간이 늦어 택시를 탔다. 기사 분은 책이 가득 든 내 천 가방을 보고는 “우리 집 애들이 책을 좀 봐야하는데 게임만 한다”고 했다. 기사님은 책 보시냐고 했더니 집에 가면 씻기도 바쁘고 책 볼 시간이 없다고 했다. 내 책을 드릴 테니 택시 값을 제하자고 농담을 했더니 정색을 하며 안 된다고 해서 그냥 한 권 꺼내 주면서 아빠가 책을 보시면 아이들도 책을 보지 않겠냐고 했다.

<최제우, 용천검을 들다(김용휘, 토토북. 2018. 8)>는 자식들에게 권하기 좋은 책이다. 아니, 어른들이 자식 앞에서 책 읽는 본을 보이기에 좋을 책이다. 20여년을 대학에서 동양철학을 강의했던 저자가 청소년들에게 수운 최제우의 삶과 인간됨을 전하고자 소설 형식을 빌어서 쓴 책이라서다. 동학을 피 흘린 혁명이나 종교의 하나로만 알고 있을 사람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줄 책으로 보인다.

가상의 상황 설정부터 재미있다. 수운이 1864년에 대구 감영에서 처형당하기 직전에 탈옥을 하여 1894년 동학혁명 때 결국 딸 ‘설’이의 품에 안겨 숨지기까지 필부로서의 삶을 보여준다. 큰 뜻을 품고서 결혼도 하고 임신한 아내 곁에서 태교도 한다.

‘산부가 잉어를 고아 먹으면 아이 몸이 자라는 데야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생선과 고기는 기운이 탁해서 오곡이나 직접 기른 신선한 식물식을 하는 게 좋다’고 하는 식이다. 고기 먹는 것 보다 더 나쁜 것은 화내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이라는 얘기도 부부의 태교 과정에 대화체로 나온다.

14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각 장 뒤에는 각주를 달아 수운의 사상과 경전을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어서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수운이 탈옥에 성공한 직후부터 경상도 청도에 숨어 살면서 농사를 짓고 마을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칼날 같은 추적을 피해 전라도 고창으로 옮기는 장면은 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의 삶을 연상케 한다. 동학사상을 소설에 담고자 하는 구성으로 보인다.

미나모토라는 일본 사무라이 앞에서 “내 검은 사람을 베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면의 탐욕을 베고 하늘의 기운을 받기 위한 것이오.”라고 일갈하며 칼날이 없는 무딘 칼로 ‘지기금지원위대강’(하늘의 지극한 기운을 지금 크게 내려주소서-저자 주)이라는 주문을 외면서 검무를 춘다. 이 칼이 용천검이다.

‘검’ 대신에 내 지식, 내 학업, 내 성공을 넣어도 될 것이다. 수학과 영어 점수가 불의를 베고 백성을 살리는 칼이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이 담긴 책이다.


[함깨 읽으면 좋을 책]
소년이 묻는다, 사람은 어떨 때 야수가 되냐고

<소년이 온다(한강. 창비. 2017. 10)>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맨부커 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은 작가 한강의 장편 <소년이 온다>는 청소년의 섬세하고 여린 감성이 파랗게 소름처럼 돋는 책이다. 광주항쟁의 서사가 연대기에 따라 감성적으로 쓰인 작품인데 여느 기록물이나 영상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14살 소년의 가슴과 숨결이 그대로 담겨 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5시. 전남도청에서 반란군의 총탄에 죽은 14살의 소년은 책의 맨 끝장에도 정신 줄이 성치 않아 보이는 어머니의 넋두리로 등장한다.

동호.

중학교 3년생인 동호는 친구 정대와 중간고사 시험을 앞두고 문제집을 사러 나왔다가 죽는다. 동호의 눈앞에서 정대가 먼저 대로변에서 반란군의 총탄에 쓰러진다. 동호보다 1주 쯤 앞서 죽은 셈이다. 동호는 도망친다. 시신이라도 찾으러 상무대 시신 안치소에 갔다가 시민군들의 시신을 관리하는 일을 돕는다. 정대가 이미 죽어서 야산에서 불태워졌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 과정에서 주인공 동호가 목격하는 숨 막히는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꿈, 사람들의 헌신과 야만들이 적나라하다. 읽는 이들을 14살 소년의 살 떨리는 당시로 이끈다.

특히 1인칭 소설이라 장면이 바뀔 때마다 독자는 주인공이 된다. 특히 정대가 곡물자루처럼 ‘차곡차곡 열십자 시신더미로 쌓여’ 야산에 버려져서 썩어가는 모습. 자신의 혼령이 정대 자신의 시신에 바짝 붙어 어른거리며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느끼면서도 정작 한 마디도 전할 수는 없는 장면.

이 책은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에게 보다 깊은 ‘나’를 돌아보게 해 줄 것이다. 시대를 생각하고 이웃을 생각하고 나라가 과연 무엇인지 돌아보게 할 것이다. 개개인이 ‘군중’을 이루면 그 도덕적 수준은? 사람의 근본은 어떨 때에 이타적인 용기가 되고 어떨 때에 폭력적인 야수가 되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청소년 농부학교(김한수 외. 창비교육. 2018. 3)>

<청소년 농부학교(김한수 외. 창비교육. 2018. 3)>는 책상머리에서 쓴 책이 아니고. 청소년들에게 농부 수업을 하며 만든 책이다. 저자가 청소년 농부학교의 강사들이다. 손재주 선생 김한수, 지성 선생 김경윤, 감성 선생 정화진. 이 책 제목처럼 ‘청소년 농부학교’는 실제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에 운영한 청소년 농부학교 1, 2기 학생들이 1년 생활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1년을 이루는 절기에 따라 책을 꾸몄다. 춘분(3월 23일)에서 소설(11월 22일)까지. 계절이 어떻게 바뀌고 한 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교실과 학원 사이를 오갈 젊은이들에게 봄날의 싱싱한 들판처럼 읽혔으면 싶다.

모두 12장으로 되어 있는데 각 장은 또 세 꼭지씩 구성된다. 제6장 ‘바야흐로 벌레의 계절, 여름-망종’의 본문에는 씨앗 파종은 모두 끝났다는 망종 절기가 되면 작물들이 어떤 모습인지 영상처럼 소개된다. 그리고는 잘 익은 토마토로 스파게티를 만들자고 한다.

본문 다음에는 ‘농사 더하기’라는 꼭지가 있다. 물 주는 법과 웃거름 주는 농사법이 나온다. 당연히 스파게티 레시피도 있고.

마지막 꼭지는 ‘농부일기’다. 밭에서 살판났다고 날뛰는 벌레들, 이른바 해충들을 놓고 ‘선과 악’의 윤리 개념을 독백형식으로 설명한다. 첫 서리가 내린 요즘 풍경은 9장에 있다. ‘가을의 왕자’ 고구마 얘기를 구어체로 재미있게 풀었다. 

/농부, '소농은 혁명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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