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 마이클 우즈 지음, 따비 펴냄

귀농 관심있는 젊은이들 늘고
대도시에 부는 도시농부 열풍
대기업 농업투자도 늘어… 왜?

‘포용의 장소이자 배제의 장소’
농촌 바라보는 다른 시선 제시
철학·역사로 농정공약 보게해


귀농정책연구소에 몸담고 있는 나는 전국에 산재한 귀농학교에 매달 몇 차례 강의를 나가는데 ‘전국귀농운동본부’의 강의도 있지만 대구, 칠곡, 의성, 광명, 군포, 순창, 서울 등 지자체의 강의도 나간다. 요즘은 더욱 귀농학교 수강생들의 계층 구성이 다양하다는 걸 체감한다. 귀농자의 연령도 다양한데 특히 젊은이가 늘고 있다. 어느 지역 귀농학교건 마찬가지다.

보수정부건 민주정부건 가릴 것 없이 모든 역대 정부들에 의해 버려졌다고 진단되는 우리의 농촌에 일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는 일시적인 현상일까? 우리나라만의 특징인가? 대도시는 도시농업에 열을 올리고 대기업도 농업투자를 늘인다. 왜일까?

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책이 나왔다. 도서출판 ‘따비’에서 나온 《농촌》이라는 책이다. 우리나라가 치중하는 농촌개발이나 마을 만들기, 촌락공동체 복원이나 농촌관광 등의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농촌에 역사적, 지리학적으로 접근하는 책이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역저 《사피엔스》에서 밀이나 감자, 쌀 등의 곡식재배가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면서 농업혁명을 인류에 대한 대 사기극이라고 도발적인 주장을 한 바가 있는데 《농촌》은 현실을 차분하게 인문학적으로 분석한다.

“농촌의 행사는 포용의 장소이자 배제의 장소다. 공동체의 통합에 기여할 수도 있지만, 공동체 규범에 따르지 않는 집단을 암묵적으로 배제할 수도 있다. 가령, 농촌 전통이 부활해 인종이나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면서 공동체 내부와 외부의 집단에게 공격적일 수 있으며……(261쪽)”

이처럼 농촌의 생태공동체를 유토피아처럼 여기는 우리나라의 일부 흐름과도 차이를 두는 분석을 하고 있다. 여러 나라들의 역사를 아우르며 많은 실증사례도 보여준다. 그래서 읽는 사람에 따라 거기에 맞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소농을 농촌사회의 주춧돌이자 농촌환경의 지킴이로 부르는”(295쪽) 이유를 국제협약이나 개별 국가의 정책변화의 흐름에서 소개하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1958년에 설립된 로마협정이 공동농업정책(CAP Common Agricultural Policy)을 제안했던 사례가 그것이다.

CAP는 농산물의 최소가격 보장과 환경에 기여하는 방향으로의 농지운영, 농가의 생활보장은 물론 소비자에게 적정가격의 안전한 먹거리 공급을 선언하면서 농업의 문화유산 보호를 채택했었다.

일부 언론매체들에서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 속에 농촌과 농업을 찾을 수 없다면서 농업공약의 취약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농가소득이나 농촌발전, 직불금이나 농민기본소득 등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을 기대하는 논조라고 하겠다. 대통령 후보들의 다른 분야 공약들과 비교 하면 그런 주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책은 농업정책이 정녕 어디에 뿌리를 두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철학과 역사의 안목을 갖고 농업정책을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함께 보면 좋은 책]
 

▲ 농촌의 역습 / 소네하라 히사시지음, 쿵푸컬렉티브 펴냄

시골로 가 농장 개간하는 도시인
인생·라이프스타일까지도 바꿔


일본의 금융컨설턴트 출신 ‘소네하라 히사시’가 쓴 《농촌의 역습》과 ‘오경아’의 《시골의 발견》은 변화하는 세태에 우리가 농촌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그 단면을 보여주는 책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힐링의 공간, 소통의 매개로 우리 농촌과 시골이 얼마나 훌륭하게 기능하는지 두 저자는 매우 재미있게 보여준다. 발상의 전환이 공통적이라 하겠다. 첨단 산업이라 할 금융산업에 종사하던 소네하라 씨는 우리가 호가호위하는 경제시스템이 위험하기 짝이 없음을 알아챈다. 예민한 촉수를 가진 동물 같은 감각이다. 이런 감각은 물질세계의 편리함 속에서 무뎌지기 마련인데 그는 기꺼이 탈출을 감행한 것이다.

그래서 그가 시골로 가서 농장을 개간하게 되는데 그는 땅만 개간한 게 아니다. 라이프스타일과 인생 자체를 개간한 것이다. 농촌에 있는 자원을 있는 그대로 잘 활용하리라 다짐했던 그는 임업, 에너지, 관광, 출판과 미디어 등을 통합적으로 접목하기 시작했다. 이런 종류의 성공담론은 한국에도 많다. 소네하라 씨의 특징은 따로 있다. 그는 음악을 하는 예술가답게 기획력과 예술성이 뛰어난 점 외에도 사업성이 있는 것을 쫓기보다는 재미와 즐거움을 중요하게 바라보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에게서 돈을 받고 페인트칠을 하도록 하는 모습은 유쾌하다.

 

▲ 시골의 발견 / 오경아 지음, 궁리 펴냄

시골을 큰 정원으로 보는 시선
오래된 시골집이 경쟁력인 사회


《시골의 발견》은 시골을 큰 정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하다. 그래서 오래된 시골집 자체가 일종의 경쟁력이라고까지 말한다. 요즘 유행하는 정원농장 또는 예술농장의 원조라고나 할까. 저자는 시골이기에 가능한 박물관 얘기까지 한다. 대표적으로 셰익스피어와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집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이 책이 세계의 정원농장들을 많은 화보로 다루면서 관광도우미처럼 독자를 두루 안내할 수 있는 것은 저자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취재를 위해 영국과 유럽의 유기농 농장을 탐방 한데서 가능했다고 보여진다. ‘소박한 정원’, ‘영국정원의 산책’,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등 그의 저서들이 ‘정원’에 집중되어 있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모두 다 시골을 새롭게 발견해 가는 시선을 담고 있다.

농장을 꽃밭처럼 가꾸고자 한다면 꼭 꽃을 갖다 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실 모든 식물은 꽃을 피운다. 우리가 가꾸는 농작물들도 그렇다. 책에는 없지만 농작물을 선택하고 섞어짓기를 할 때 이런 점도 고려할 수 있겠다. 피는 꽃의 시기와 색과 모양을 말이다.

두 권의 책은 시골에서 문화와 경제와 재미를 찾아낸 대표적인 책이다. 맛과 멋이 함께 어우러지는 농촌과 농장을 꿈꾸게 한다.

▲ 전희식(농부.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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