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사랑의 역사 
매릴린 옐롬, 시대의 창, 
2017년 2만2000원

[한국농어민신문]

프랑스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패션, 영화, 열정, 사랑, 관능 등이다. 그 중에서 프랑스인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왔다. 미각이나 후각을 잃어버리면 음식 맛을 모르듯이 (성적)욕망이 없는 남·녀 관계는 사랑이 아니라고까지 여기는 게 평균적인 프랑스인의 태도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은밀한 사랑의 말은 프랑스 말이 많다. ‘랑데부(만남)’, 프렌치키스(설왕설래 - 혀가 오가는 - 키스), 메나쟈트루아(3자 동거), 폴리아모리(비독점 다중 연애) 등. 

다 이 책에 있는 내용이다. ‘프랑스식 사랑’은 성적 쾌락을 솔직하게 강조한다. 2010년 유력한 잡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활기찬 성생활 없이도 진정한 사랑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미국인의 85%가 그렇다고 답했으나 프랑스인은 34%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보수당 출신인 ‘니콜라 사르코지’는 현직 대통령일 때 결혼도 않은 채 동거녀와 살면서 다른 여배우와 밀회를 즐기다가 들통이 나자 동거녀는 내쫓고 새 애인과 동거를 시작했는데 대통령 임기를 잘 마쳤다. 퇴임 뒤로도 공화당 대표를 맡았다.
이런 프랑스인 사랑의 역사를 시대적으로 재미있게 정리해 놓은 책이다. 아는 인물들도 제법 등장한다. 리콜라 랭보, 앙드레 지드, 오스카 와일드. 이들은 모두 제11장 ‘남자를 사랑한 남자’편에 나오는 시인이자 소설가들이다. 이른바 게이의 사랑이야기다. 어머니 같은 연상의 여인과 사랑을 나눈 <적과 흑>의 작가 스탕달, <골짜기의 백합>을 쓴 발자크 이야기는 더 놀랍다. 235~237쪽에 걸쳐 나오는 이야기는 이렇다. 

스무 살이나 많은 친 이모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사는 청년이야기다. 말기 암을 앓고 있던 이모는 오래 살지 못하고 죽었다. 장례식장에서 제3자에게 이모부가 말했다. “나는 그들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 아이(조카청년)는 내 아내가 딱 그 애를 필요로 할 때 왔어요.”라고. 

한 때 프랑스뿐 아니라 중세 유럽은 성적 사랑을 경멸하며 후손을 생산하기 위한 부부사이의 성 관계 말고는 모든 성적 접촉을 사악한 간음으로 여겼다. 수태능력이 사라지는 폐경이 오면 부부간의 성관계도 해서는 안 된다. 잔악한 마녀사냥은 이때 성행했고 수도원의 지하에는 성직자들의 몰래 사랑으로 생긴 태아들이 묻히던 시절이었다. 

제 16장 ‘현대의 사랑’에서는 프랑스에서 진행 중인 ‘연애혁명’을 다루고 있다. 혼전 성교, 계약 동거, 연쇄 연애(상대를 계속 바꾸는 사랑), 3인 동거 등이 그동안의 1:1 평생 결혼 개념과 제도를 밀어내고 있다고 요약한다. 1999년에 제정된 팍스(PACS. Pacte Civile de Solidarite. 시민연대 계약)라는 제도도 소개한다(429쪽). 이는 레즈비언이나 게이 뿐 아니라 모든 동거인들에게 사회보장과 임대, 보호자 등의 법적 권리를 주는 제도이다. 


[같이 보면 좋은 책]

혁명시대와 시한부 인생 속 ‘사랑’ 찾기

혁명시대의 연애 
왕샤오보, 김순진 역, 
창비, 2018년, 1만5000원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사랑이야기는 아무리 애달프게 시작되어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리라는 것을 소설 첫 장을 열면서부터 예감할 수 있다. 소설 <혁명시대의 연애>는 제목만으로는 시대의 격랑에 휩쓸려 장렬하게 산화해 가는 사랑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집단과 대중의 폭력 앞에 선 주인공은 사랑과 성(性)으로 맞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게 다다. 희극도 비극도 아니다.  

이 소설에는 권력의 폭력성을 성적인 쾌락을 위한 전희로 만들어 버리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인 ‘천칭양’과 ‘왕얼’은 폭력 속에 담긴 대중적 욕망을 성적 유희로 재현함으로써 권력에 저항한다. 

“성은 사적인 영역에 속하지만 이념의 통제 아래에서는 권력이 작동하는 도구이자 수단으로 전락한다. 성을 억압당함으로써 사람들은 신체뿐 아니라 의식도 구속 된다”고 하는 지적은 인간사회의 개인이나 집단의 성에 대한 이중적 태도, 과도한 부끄러움과 비난, 공격은 모두 자기부정이며 자기기만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저자인 왕샤오보(王小波)는 이력이 독특하다. 1952년에 베이징에서 태어났는데 출생 직후 아버지가 계급의 적으로 몰려 온 가족이 어려움을 겪는다. 문화대혁명 때는 어린 나이에 십여 년을 공장노동자로 산다. 뒤늦게 사회학, 문학, 회계학을 공부하고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데 카프카, 제임스조이스의 실존문학을 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인생이라는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법
리 립센설, 김해온 역, 
샨티, 2019년, 1만5000원  

<인생이라는…>은 하루하루의 삶을 사랑과 평화와 감사 속에서 사는 지혜와 용기를 기록한 책이다. 저자 자신이 식도암으로 죽어가면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두려움과 회한 대신에 기쁨과 삶의 신비를 담은 책이다. 말이 쉽지 대부분 온갖 처방과 치료법을 전전하며 뿌리 뽑힌 잡초마냥 시들시들 죽음의 문턱을 넘는 것이 현실이지 않은가. 

이 책은 사랑의 지고함과 그 표현법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샌드위치라도 먹는 방법에 따라 맛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예방 의학센터의 연구자로 수많은 환자들이 병마의 고통과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기쁘게 살 수 있게 돕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이다. 

“…공부하는 사이 도움이 정작 필요한 사람은 다름 아닌 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세상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를 해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68쪽)며 사랑은 격렬한 자극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고 숭고함과 담담함이 함께 존재함을 알게 해 준다. 
최근 톱스타 송혜교·송중기의 파경에 ‘태양의 후예’공원을 지었던 태백시가 난감해 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럴 이유가 없지 않을까? 연속극의 사랑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결혼은 사랑이고 이혼은 미움인가? 결혼 없는 사랑, 사랑 없는 결혼이 얼마나 많으냐 말이다. 세상도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남아 있는 샌드위치를 감사하며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족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모두는 ‘한국식 사랑’을 만들어 가는 주인공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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