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돈보다 기술>
김성원 지음, 남궁철 그림, 소나무 펴냄, 20,000원

LPG 통 난로·기름 짜는 지렛대
생활에 필요한 것들 만드는 법
사람의 제작본능 자극해 '희열'


아인슈타인은 과학자고 에디슨은 발명가이다. 김성원을 뭐라고 불러야 좋은지 묻는다면 김성원이가 누구냐고 묻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 김성원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 걸 인정한다. 그러나 내가 정기적으로 이름을 검색해서 그가 새로 쓴 책이나 글이 있는지 검색하는 유일한 사람이 김성원이다.

김성원은 늘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고 그것을 활짝 펼쳐 보인다. 이전에 발표했던 생활기술을 거듭 쇄신해서 향상시키는 사람이다. 그는 생활기술 집필가이자 연구가이고 생활과학자이며 삶의 강사다.

이번에 새 책이 나왔다. <시골, 돈보다 기술(김성원 지음. 남궁철 그림. 소나무. 20,000원)>이다. 그가 쓴 책을 다 읽었고 그가 연재하는 <귀농통문(전국귀농운동본부. 계간. 9,000원)>글도 다 읽었지만 이 책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활기술들이 망라된 책이다.

제목만 보고는 시골 가서 벌어먹기 좋은 기술을 소개하는 책인 줄 알 것이다. 시골로 가서 살고는 싶은데 땅이나 집도 구하기 힘들지만 벌어먹을 일자리도 쉽지가 않으니 어떤 기술이 밥 벌어먹기 좋을지 알아보려고 책장을 넘기면 실망할 것이다. 저자가 밝힌 대로 ‘기술공동체였던 시골을 회복’하고자 쓴 책이기 때문이다. 돈벌이 기술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생활기술이다.

현대사회는 생활 도구를 만들어 쓰기보다는 사 쓰기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재료나 도구는 물론이고 뭘 하나 만들 공간 자체가 없다. 가마솥 걸고 시래기 삶을 곳이 어디 있는가. 고도화된 소비사회에서는 사 쓰는 게 돈도 적게 들고 결과물도 손에 일찍 들어온다.

그러나 뭔가를 직접 만들어 본 사람은 안다. 사람은 누구나 이른바 ‘제작본능’이 있다는 것을, 그 창조행위에서 얻는 희열이 엄청나다는 것을, 사물의 물성을 머리로 익히는 것과 손과 발로 익히는 것이 어떻게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은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을 만들 수 있게 엮어져 있다. 거대한 집짓기가 아니라 살고 있는 집에 채광을 좋게 하는 간단한 지혜가 5쪽에 걸쳐서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이미 지어진 집이라면 반사판을 원형관에 끼워 만든 솔라 튜브(solar tube)를 권한다. 만드는 방법에 치수까지 자세히 나온다. 환기? 미장? 난로? 빗물 관리? 뭐든 다 있다. 수격 펌프라는 펌프도 있다.

엘피지(LPG) 통으로 뚝딱 만드는 ‘고효율 농민난로(107쪽)’는 당장 만들어 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물론 용접기와 절단기가 있어야 되지만 이 책을 들고 읍내 고물상이나 농기구 점을 순회하면 쉽게 만들 것처럼 보인다.

‘비 전력 도구’라는 장이 있다. 216쪽에서 256쪽에 걸쳐 있는 이곳에는 전기 없이 할 수 있는 소규모 동력장치들이 나온다. 기름 짜는 지렛대 압착기를 비롯하여 화물자전거도 있다. 자전거 뒷바퀴에 손수레를 연결하는 장치다.

전문 분야 생활기술 책이라 할 수 있는 <이웃과 함께 짓는 흙부대>, <화덕의 귀환>, <근질거리는 나의 손> 등에 이어 생활기술 전반을 망라한 삶의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는 이 책은 일반인을 금새 기술자로 만들어 줄 듯 싶다.

그런데, 시골에 돈 보다 기술을 가지고 간다면 어떻게 살란 말인가. 책에는 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을 만드는 방법뿐 아니라 소규모 공방 운동과 소 공예가의 삶에 대해 나온다. 현대기술이 아닌 중간기술을 제창한 슈마허(E. F. Schumacher) 이야기를 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조각하는’ 삶을 꿈꿔볼 수도 있겠다.


|함께 보면 좋은 책

탈 것 이상의 자전거로 본
삶과 기술의 인문학적 성찰

<자전거로 충분하다>
강신호 외 10명 지음, 교육공동체 벗 펴냄, 9,000원

곧 나올 엘지전자의 브이 30이나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8 보다도 더 획기적인 제품이 있다고 한다. 어떤 이는 이를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라는데 바로 자전거란다. <자전거로 충분하다 (강신호 외 10명. 교육공동체 벗. 9,000원)>는 책이 특집으로 자전거를 다루었다. 우리나라 유일의 적정기술 전문잡지로 창간된 책이다.

비 정기 간행물로 출간되는 이 책은 하자작업장학교 청년작업장에서 편집을 했다. 필자는 10명 넘는 생활기술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필자 강신호는 ‘자전거는 탈것 이상이다’는 글을 썼고 ‘움직이는 자전거 놀이터’는 자전거문화살롱이라는 단체에서 썼다. 차를 없애고 자전거를 탄지 3년째인 내가 용도별로 3대나 되는 자전거를 가지고 있지만 자전거를 이런 시각으로 본 적이 없다.

이 책은 생활 속 기술관련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직접 만들 수 있는 제작방법을 널리 전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삶과 기술의 관계를 인문학적으로 성찰하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무조건적인 기술 배격도 문제지만 기술만능주의에 빠지는 것도 경계한다. 기술은 편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의 심성과 신성까지 약탈 해 가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책 속 좌담에서 우리가 살면서 기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매번 특집의 주제가 달라지는데 곧 나올 2호는 열과 빛과 전기에너지를 청정하게 생산하는 ‘태양축제’가 특집이라 하니 기대된다.

이제 곧 겨울이 되는데 양지바른 곳에 옹기종기 앉아 추위를 피했던 적이 있는가. 높은 논두렁 밑이라도 좋고 툇마루 끝이라도 좋다. 그러다가 그늘이 들거나 해가 서산으로 지기 시작하면 자리를 옮기거나 아니면 온기를 포기해야한다. 해는 낮에만, 직사광선에서만 효과적으로 쬘 수 있기 때문이다.

방안으로 가져온 햇빛의 열
'햇볕온풍기' 생생한 제작기
<태양이 만든 난로 햇볕온풍기>
이재열 지음, 시골생활 펴냄, 18,000원

<태양이 만든 난로 햇볕온풍기(이재열. 시골생활. 18,000원)>는 꼭 햇볕이 있는 곳에 가지 않아도 되게 한다. 햇빛의 열을 방 안으로 끌어 들인다. 햇볕온풍기다. 재주도 좋다. 집열판을 이용하여 햇볕을 열로 바꾸고 공기순환 통로도 만들고 순환기도 달아서 방안에까지 들이는 장치다.

이 집열판은 창문에도 달 수 있고 지붕에도 단다. 남쪽 벽면에 붙여도 된다. 저자 이재열이 자기 집에 있는 온풍기를 만드는 과정을 사진과 그림으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평창, 무주, 원주 그리고 외국의 온풍기들을 보여주며 아무나 만들 수 있게 설명 해 놓았다.

온풍기외에 온수기도 있다. 온도센스와 온수펌프, 겨울을 염두에 둔 부동액 사용법까지. 50분짜리 동영상이 시공법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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