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방향과 속도, 가늠 어려워
세상의 본질 감지하는 '직관' 중요

제7의 감각, 초연결 지능
조슈아 쿠퍼 라모 지음.
미래의 창 펴냄. 18,000원

카카오뱅크가 등장하고 나서 난리도 보통난리가 아니다. 시골과 중소도시 거리에도 빠짐없이 간판을 걸고 있는 국민은행이나 농협은행이 시스템을 바꾸고 대출 이자를 내릴 거라고 한다. 편리한 문자보내기 앱인 카카오톡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간판 하나 없이 한 순간에 영향력 있는 은행이 되어버렸다.

카카오뱅크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는 ‘비트코인’이 있다. 아직 비트코인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할 텐데도 이미 비트코인으로 거래를 하고 해외송금도 한다. 일본은 발 빠르게 결재수단으로 인정했다. 논쟁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투자가치가 높고 환율수수료도 없으며 익명성이 보장되는 화폐인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이 또한 다른 쟁점에 묻히고 우리는 쉽게 잊을 것이다. 우리가 교통카드 한 장으로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 택시도 타지만 그 누구도 버스표와 토큰을 기억하며 교통카드에 감탄하지 않는다.

여차장이 버스 차체를 손바닥으로 탕탕 두드리며 ‘오라이’를 외치던 기억을 잊은 지 오래다. 교통카드가 주는 편리함의 힘이다. 이 교통카드는 네트워크에 의해 탄생된 것이다. 교통카드를 버스 단말기에 대는 순간 우리는 게이트랜드에 연결된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본질을 ‘게이트랜드’라 한다. 게이트랜드는 네트워크 시대의 새로운 구조물이다. 게이트랜드 내부에 있으면 시간과 공간이 광속으로 압축된다.

인간의 습관은 본성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라서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습관에 젖는다. 원리를 이해하기 전에 습관부터 생긴다. 점점 빨라진다.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가늠하기 힘들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네트워크 시대의 권력, 부, 생존’이라는 부제를 단 제 7의 감각이 무엇일까. 어떤 사물이 연결(네트워크)에 의해 바뀌는 방식을 알아채는 능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그때그때 발생하는 사건들의 본질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은 마치 그 장거리 마라톤 선수가 마라톤 전체 코스를 알아야 언덕길과 평지, 속도를 늦추고 높일 위치를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이 책이 특별히 재미있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는 저자가 중국의 전설적인 선 수행자 남회근(1918-2012)과의 만남과 그가 가르친 ‘세상의 진정한 본질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언급하면서 직관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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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4차 산업혁명 얘기가 난무하다보니 때론 뒤로 몸을 사리게 된다. 내가 몇 년 더 살겠나. 세상이 그렇게 쉽게 바뀌나. 새로운 문제는 새로운 기술이 해결해 나가겠지 등등. 사실 황당하기도 하고 상상이 미치지 못하기도 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인간 존재의 의미가 이대로 유지될지도 알 수가 없다.

생명 창조하고 날씨 통제하고···
신이 되어버린 인간의 미래는

호모 데우스유발 하라리.
김영사. 22,000원

<사피엔스>로 과학계와 미래학, 또는 생물학까지 새로운 쟁론을 형성했던 이스라엘의 총체학 전문가 유발 하라리가 펴 낸<호모 데우스(유발 하라리. 김영사. 22,000원)>는 변화의 인과관계와 역사 생물적 흐름을 유장한 문장과 역사적 통찰로 담아내고 있다.

유발 하라리의 입담이라고 해야 할까. 그의 책은 위압적으로 두껍지만 굽이굽이 장강처럼 흐르는 그의 입담은 책을 집어 들었을 때의 부담감을 순식간에 쓸어내린다. 가령 낙후될 대로 낙후된 북한이 남한보다 훨씬 더 빠르고 완벽하게 자율 주행차 도시가 건설될 거라는 추론 부분에서다. 남한이 북한보다 뒤처질 수도 있는 이유가 재미있다. 남한은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직업을 잃게 되는 택시운전사와 트럭사업자들, 교통경찰들까지 시위를 벌이고 보완책을 요구하면서 오랜 논쟁이 벌어질 것이지만 자동차도 별로 없고 개인 트럭사업자가 없는 북한은 이런 장애요소가 없고 중앙권력의 의지가 관철되는 구조라서 그렇다는 얘기다.

<호모 데우스>의 자구적 해석은 신이 되는 인간을 상정한다. 저자는 세 가지 방법을 거론한다. 생명공학과 사이보그 공학(인조인간), 그리고 비 유기체합성(기계인간)이다. 300년 역사의 근대 인본주의(계몽주의의 시작부터 현대까지)가 어떻게 막을 내리고 불멸과 행복과 신성을 획득하는 ‘인간 신’의 시대로 진입하는지 3단계로 논의를 이끌고 있다. 인간존재의 본질을 1부에서 논하고 2부에서는 근대 인본주의의 양상, 3부에서는 이른바 호모사피엔스의 종말, 인본주의의 퇴조에 대해 다룬다. 

생명을 설계하고 창조하는 능력, 환경과 날씨를 통제하는 능력, 마음을 읽고 원거리에서 의사소통하는 능력, 초고속으로 이동하는 능력 등 수 천년동안 신들의 전유물이었던 것이 이제 흔해빠진 우리의 일상이다.(75쪽) ‘인간 신’이 등장한 것이다.

직업이 소멸되는 멋진 신세계
창조적인 일 통해 자유 만끽을

직업의 종말
테일러 피어슨. 부·키. 15,000원

이런 논란 중에도 우리 일반인들은 당장 내 하루가 어떻게 될지 불안하고 무섭다. 오늘도 비정규직의 설움을 겨우 감내하고 버티다보면<직업의 종말(테일러 피어슨. 부·키. 15,000원)>을 얘기하는 책은 사실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안정된 직장이 없는 삶을 현대인들은 상상하지 못한다. 그러나 저자는 일갈한다. 인간은 수 천, 수 만년을 직장 없이 살아왔다는 것이고 또, 직업이 소멸되는 멋진 신세계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직업’ 대신에 창조적인 ‘일’을 만들라고 한다. 오랜 수렵‧채집의 시대에 인간은 직업 없이 일을 해 왔다. 직업은 마약이라고까지 극언한다.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정한 것이 직업이라고 누차 강조한다. 그런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강조한다. 모든 것이 변하는 시기라서 그렇다.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 모험적인 창조, 기획) 시대라고 역설한다.

내가 과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삶의 목적과 의미를 어디에 두는지. 그 기준으로 자기 결정력을 강화해서 일을 통해 자유를 확대하라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를 넘어 5년 뒤, 10년 뒤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를 정밀하게 상상하면서 ‘나는 누가 될 것인가’를 설계하라고 한다. 의무가 아니라 선택으로서의 일을 통해 인생경력에 자유와 의미를 부여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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