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작한 미래
하만조·이경·김현
한살림
2017

[한국농어민신문]

전환마을·돌봄·적정기술 등으로
좋은 미래 만들어가는 사람들 담아
‘어떻게 살 것인가’ 영감 얻을 것


들에서 일하다 보면 배꼽시계가 꼬르륵 하는지도 모르게 꼴까닥 해가 저문다. 황금개띠 해라고 부산스럽더니 올 해의 석양빛이 사방에 고즈넉하다. 한 해가 저문다.

내년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내년 살림은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렇듯 설렘을 동반하는 연말. 내년 달력을 걸기 전에 내년은 이미 우리 마음속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변화와 혁신의 현장에서 내일을 앞 당겨 살아내는 사람들이 만들고 있는 ‘미래’를 담은 책이 있다. 전환마을, 돌봄, 적정기술, 메이커운동, 노동안전보건, 협동조합 등의 분야에서 좋은 미래, 살고 싶은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런 사람들 딱 10분을 인터뷰형식으로 담은 책 [내가 시작한 미래(하만조,이경,김현. 한살림. 2017)]다.

소제목만 훑어도 구미가 당긴다. 혼자 사는 여자라도 얼마든지 마음 편히 늙어갈 수 있어, 엄마보다는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 서로가 돌보는 마을에 살면 건강하다, 잘 살고 싶다면 나누고 공유하라, 마을에도 ‘기술’이 들어간다 등.

10명 중 한 분인 정경섭씨에게 들어보자. 그는 2008년 마포구에 문을 연 ‘민중의 집’ 대표다. 민중의 집은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삶을 가꾸고 서로 나눔으로써 지역사회를 보다 건강하고 따뜻하게 바꾸기 위해 만든 주민들의 자치공간이자 공동체다. “세상에 기댈 곳도 빽도 자본도 없는 사람들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그런 사람끼리 만나는 것입니다. ‘공간이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시키고 변화시킨다’는 말이 있어요. 민중의 집은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공간이죠. 보통의 개인 힘만으로는 불가능해요. 자본이 없으니까요. 그런 사람들끼리 만나게 하는 거예요. 공간에서.”(170-171쪽)

마을에너지연구소장 안병일님도 등장한다. 인간과 마을과 자연을 위하는 기술을 강조한다. 화석연료와 핵에 기반한 산업화된 대용량 기술은 이번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사람이 죽어나도 컨베이어벨트를 멈추지 않는다. 사람보다 돈이 우선이고 노동자는 돈을 만드는 도구일 뿐 이어서다. 적정기술은 인간의 얼굴은 한다. 누구나 손쉽게 만들고 함께 나누는 생활기술이다.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은 10인의 열정과 성찰, 실천으로부터 영감을 얻으리라 본다. 꼭 그들과 같을 필요는 없다. 내년에 대한 설계가 완성되지 않은 사람은 물론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책은 즐거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반자가 되리라 본다.


|함께 보면 좋은 책

‘명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좋은 이웃으로 존재하라

유발하라리
김영사/2018

유발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유발하라리. 김영사. 2018)]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위에 소개한 <내가 시작한 미래>에 나오는 사람들의 선택이 역사학적으로나 인류학적으로, 생태문명적으로나 영성적으로 매우 타당한 선택임을 논증하는 책이 아닐까 한다.

유발하라리의 조언은 내년을 설계하려는 모든 연말형 인간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대형사고 몇 번 겪고 정치적 이슈에 몇 번 휘둘리다보면 1년이 휙 가버리는 이때에 새로운 정치사회적 모델을 구상하고 준비해야 한다면서 유발하라리는 특히 명상을 강조한다.

실제 지금 동안거를 들어간 그가 명상을 미래의 중요한 과제로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 책의 마지막 부분인 제5부 ‘회복력’에서 명상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내가 두 차례 참가했던 ‘위빠사나 10일 코스’를 그도 한 모양이다. 매일 두 시간씩 명상을 하는 그는 매년 한두 달씩 안거에 든다. 세상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더 깊숙이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그는 명상을 이렇게 정의한다. “몸의 감각과 감각에 대한 정신적 반응을 철저하게 지속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관찰하고 그럼으로써 정신의 기본 패턴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실체를 관찰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다.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사유가 아니라 컴퓨터 알고리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 자기 자신에 대해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면 그럼 그게 인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바탕 자체가 뒤흔들린다. 그 평형을 잡는 것이 명상이며 내일에 대한 모든 구상과 설계는 이 바탕을 튼튼히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되묻게 한다.

텐도 아라타
문학동네 /2010

‘이 세상에 꼭 있었으면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애도하는 사람(텐도 아라타. 문학동네. 2010)]은 이제까지의 이야기 연장선상에 있는 참 기발한 소설이다.

위의 두 책이 집단과 사회, 나라와 문명의 관점에서 내일을 내다보는 지침이 된다면 이 책은 ‘그렇다면 나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과 결정을 할 것인지에 대한 암시를 준다. 소설의 중간쯤에는 남편을 죽이고 감옥살이를 하고 갓 출소한 유키요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유키요는 소설의 주인공인 애도하는 사람 ‘시즈토’를 무턱대고 따라 나서는데 시즈토는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전국을 떠돈다. 묻지마 살인과 다양한 학대, 착취와 과로가 제도적으로 고착되어 또 다른 살인도구가 되어 있는 오늘의 사회에서 무관한 사람의 죽음을 찾아다니며 애도하는 사람이라니?

나의 하루 일정은 내가 신세지지 않은 그 누군가의 아픔에 작은 위로가 되는 시간을 한 시간이라도 편성하고 있는가. 좋은 이웃 곁에서 살고 싶고 마음씨 착한 친구를 사귀고 싶은 나는 과연 누군가의 좋은 이웃이 된 적이 있는가. 누군가에게 착한 사람으로 존재하는가. 이것이 내년의 중요한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가. 라고 묻게 되는 소설이다.

/생태영성운동가. ‘엄마하고 나하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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