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이 알려주는 것들
야마모리 도루,은혜 역,
삼인출판사2018, 1만5000원

[한국농어민신문]

여성에게 가해지는 각종 성폭력
벌이·생존 위한 발버둥 깔려있어
충분히 살아갈 소득 보장됐다면…


강남의 초호화 유흥주점의 단순한 폭행 사건인 줄 알았던 버닝썬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없이 번져가는 형국이다. 빅뱅의 멤버였던 가수 승리가 관련되었다는 보도를 시작으로 정준영, 최종훈 등 한류스타들의 이름이 거론되더니 탈세와 돈 세탁, 각종 마약류 복용에 이어 폭력과 범죄를 동반한 성폭력이 들추어지고 있다.

나는 뉴스를 보고서 좀 엉뚱한 생각을 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읽었던 환상 소설책 하나도 떠올랐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적 성 문제는 단순히 성욕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김학의 법무차관이 연루된 성폭력 동영상 사건에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듯 권력과 이권과 성적 욕망이 뒤엉킨 곳에 성적 폭력이 깊이 뿌리내려 있다. 기본소득이 잘 보장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매달 누구에게나 살아가는데 부족하지 않는 소득을 보장해 준다면 돈벌이하느라 빚어지는 여러 참극들이 사라지거나 줄어들지 않을까. 권력과 이권 관계에 상품처럼 얽혀드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건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이 책, <기본소득이 알려주는 것들>은 계속 진화하고 있는 기본소득의 개념과 의미에 대해 아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의 구체적인 삶과 노동 조건, 삶의 질 변화 등을 분석한다. 특히 여성에게 기본소득이 보장되어야 할 이유들을 소개한다. 가사노동을 재조명하기도 하는데 나는 여기에 성폭력적 사회문제도 연결하고 싶다. 고 장자연 성폭력 사망 사건 역시 연예인을 꿈꾸는 신인의 벌이와 생존을 위한 발버둥이 밑에 깔려있다.

독거노인, 자연재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우리는 이상하여 여기지 않는다. 제1장에서 이런 복지국가의 이념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3장에 핵심적인 문제를 들추어낸다. ‘인간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노동이다.’고 선언한다. 이 말은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무노동 무임금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는 논리가 된다. 사실상 이 세상에 무노동은 없다는 선언과 다름이 없다. 왜 그럴까? 숨 쉬고 살아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이 사회의 존립과 작동에 크게 기여하는 ‘노동’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것도 인상적이다. 일본은 사실 고령화나 경제인구 감소, 출산율 저하와 저성장 등에서 자본주의 국가 경제의 단계들을 우리에 앞서 리트머스 종이처럼 보여주는 나라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응과 논의를 유심히 살피다가 아쉬운 것 하나가 있었다. 기본소득과 함께 ‘소득 상한제’를 다루지 않은 점이다. 소득 상한제는 분배정의, 인간 존엄 유지, 부자들의 타락 방지에 있어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함께 보면 좋은 책

실업·비정규직·성적 착취 문제까지…기본소득으로 풀까

 

시녀이야기마거릿 애트우드,
김선형 역, 황금가지2018, 1만3000원

<시녀 이야기>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길고 긴 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를 실감 나게 파헤친 소설이다. 오늘날 뉴스를 뒤덮고 있는 음산한 현실과 묘하게 교차된다.

이 책에서 ‘시녀’는 출산이 가능한 생식능력을 가진 여성을 말한다. 엄격히 선발되기 때문에 극히 소수다. 그 시녀들은 고위층 부부들에게 배당된다. 말 그대로 ‘배당’이다. 그 집에 ‘자궁’을 빌려주는 역할이다. 몸을 상품화하고 성을 거래하는 현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어떤 남자의 애인도 아니고 정부도 아니고 그냥 자궁만을 임대해 주는 여성인 ‘시녀’. 소설이기에 이런 설정이 가능했겠지만 허황된 상상으로 보이진 않는다.

저자 ‘마거릿 애트우드’는 소설을 통해 여성을 오직 자궁이라는 생식 기관을 가진 도구로만 본다는 설정 때문에 사회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출간한 지 벌써 30년이 되어가기만 여전히 오늘날 성과 가부장적 권력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친 대표적인 소설로 꼽히고 있다.

빅 브라더가 등장하는 조지 오웰의 <1984년>을 떠올리게 하는 책인데 이 책으로 저자는 ‘채식주의자’의 작가 한강이 받은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고 전해진다.

기본소득의 경제학
강남훈, 박종철출판사 2019, 2만원

<기본소득의 경제학>. 다시 기본소득으로 돌아가 보자. 이 책은 우리나라 기본소득 문제를 가장 먼저, 가장 집요하게 제기해 온 대표적인 학자가 지난 2월에 낸 책이다.

<박종철 출판사>에 서 연속기획물로 출간하고 있는 기본소득 서적의 네 번째 책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철학적, 윤리적, 정치적 정당성과 관련된 것이었다면서 이 책은 실현 가능성과 정책으로서의 수립 여지를 논한 책이라서 내년에 있을 총선에 유효하게 거론될 기본소득 논의의 참고 책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내가 가장 주목하게 된 부분은 3부의 ‘4차 산업혁명과 기본소득’ 부분이다. 최근에 카카오톡 카풀 시행을 앞두고 택시업계와 큰 충돌을 빚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항의하는 택시 기사까지 있었다.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 빅 데이터, 자율 주행 자동차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초래되는 실업, 비정규직 등의 심각한 사회적 과제들을 공정한 분배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논거들을 풀어 놓고 있다.

사실, 강물에 떠있는 배는 가만히 있어도 아래로 흘러가듯이 우리 사회는 그냥 가만히 두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게 되어 있다. 양극화가 심해지는 구조다. 그 과정에서 각종 사회문제가 생기게 되고 특히 이중적 차별 구조 속에 있는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나 폭력이 독버섯처럼 번져가지 않을까 싶다. 기본소득이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이다.

기본소득의 재정 모델을 정교하게 제시하는 이 책의 저자 강남훈은 1989년부터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 학자이면서도 운동가로 일하고 있다는 면에서 주장에 신뢰가 간다.

/생태영성운동가. ‘엄마하고 나하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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