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마음치유농장 대표. ‘소농은 혁명이다’저자

[한국농어민신문] 

2022년의 대한민국은 공정한가
불공정한 현실 묵인하는 수준
‘기술관료’가 지배하는 사회인 듯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함규진 옮김. 와이즈베리. 2020. 12. 1만8000원)

이 사람은 현직 장관이다. 아내는 변호사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법조계의 ‘삼성그룹’이라 불리는 김앤장의 변호사다. 처남은 검사였는데 성폭력 범죄로 실형을 살았지만 미리 사표가 수리되어 징계는 안 받았다. 장인은 검사장이었다. 처형은 미국에서 미국 유학 전문 상담사고 동서는 의사다. 대단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다. 더 한 게 있다. 딸은 중 2년 때 영어 논문을 썼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두 달 동안에 논문 5개와 전자책 4권을 썼다. 참으로 대단한 능력을 지녔다.

누굴까? 논란 끝에 법무장관이 된 한동훈이다. 전 법무장관 조국을 생각했는지 청문회에서 한동훈의 답변은 “(딸이 논문을)입시에 사용한 적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였다. 딸이 고등학생이라 대학입시에 논문경력을 제출할 때가 아닌 점을 고려할 때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를 답변이라 하겠다. 처조카 둘이 이와 같은 논문경력을 내밀고 미국에서 대학생이 된 걸 보면 더 그렇다.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다 보면 한동훈의 가계도를 비롯한 그들의 경력과 학력은 불공정의 첨단을 달리고 있다고 여겨진다. 미국의 학술지가 한동훈 딸의 논문을 재점검하고는 “일부는 문장을 통으로 베껴 문서화 된 사기(fraud)에 가깝고,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라고 밝힌 점을 보면 이 책의 원래 제목인 ‘능력주의의 폭정’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저자 마이클 샌델은 이 책에서 노력한 만큼, 가진 재주만큼, 따라주는 운만큼, “하면 된다.”라거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말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독자들은 2022년의 대한민국. 과연 공정한가? 라는 의문을 품게 되리라 본다. 공정이라는 우리의 평균 인식이 이렇게 불공정한 현실을 묵인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그런 책이다.

제3장, ‘사회적 상승을 어떻게 말로 포장하는가’에서는 능력주의는 모든 사회적 지위와 성취를 개인의 몫으로 돌린다고 정리한다. 따라서 실패와 빈곤과 저학력의 하층민도 개인 책임이 된다(112쪽). 샌델은 이런 논리 자체가 불공정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사업가와 야구선수. 그리고 학생과 주부 등 수 많은 사례와 예시를 통해 논리를 전개하고 있어서 비록 미국 사회를 기반으로 썼지만 이해가 쉽다는 것이다. 학력이나 지위, 권력이나 부. 이런 게 때로는 범죄를 구성할 정도의 불공정의 결과라는 점을 일깨운다.

우리나라는 과속범칙금이 누구나 몇 만 원씩 똑같다. 서유럽의 선진국 핀란드는 사업가 레이마 퀴슬라(61)가 2015년에 제한속도 시속 80㎞인 도로를 시속 103㎞로 달렸다고 약 6313만원의 범칙금을 물렸다. 윤석열 정부가 보유세(종합부동산세)를 내린다고 한다. 어디가 더 공정한 기준인지 비교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양반·상놈은 사라졌지만 이보다 더한 ‘기술관료’들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닌지 묻게 된다.


[함께 보면 좋은 책]

역사는 과연 공정한지 묻게 돼

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선안나. 피플파워. 2016. 12. 1만5000원)

‘망해가는 나라에서 부자들이 사는 법’이라는 대목은 나라는 망해도 부자는 안 망한다는 비정한 현실이 담긴 문장이다. <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의 제2장 제목이다. 그 실상이 어땠을까?

양심적 민족자본가, 경제계 독립운동의 대부, 안희제를 일컫는 말이다. 조선의 금광왕으로 불리며 독립자금을 대는 김태원의 후원으로 그는 발해보통학교와 발해농장을 개척했다. 만주에서 민족의 자급자족과 독립운동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그는 어떻게 됐을까? 일제에 피검 되어 옥사했다.

망국을 틈타 대 부호가 된 김갑순. 공주 군수를 비롯하여 6개 군 군수를 한 김갑순은 일본이 조선을 강점하자 돈과 인맥을 총동원하여 식산은행에서 싼 이자로 돈을 빌려 땅을 무더기로 사들였다. 거액을 들여 극장을 논산, 공주, 대전에다 세웠다. 유성온천도 개발했다. 도청이 대전으로 옮겨지기 전에 일본사람들과 짜고 미리 땅을 싸게 사서 거금을 또 벌었다. 해방 뒤에는 아들 셋을 국회의원에 출마시켰고 1961년에 천수를 누리고 89세로 죽을 때 그가 가진 땅이 1200만 평이었다고 한다(54-89쪽).

일제강점기를 떠올리면 과연 역사는 공정한지. 과연 정치는 공정한 잣대를 사용하는지. 부는 공정과 정의랑 공존할 수 없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친일파들의 후대가 어떻게 사는지를 보면 말이다.

7명의 항일 투사가 이 책에 소개된다, 나란히 짝을 이뤄서 7명의 친일파가 소개된다. 왜 7일까? 삶의 7개 분야다. 집안, 재산, 여성, 예술, 언론, 사회지도자 등. 비교되는 7개 분야의 14명의 삶이 담겼다. 어느 곳에서도 공정은 찾을 수가 없다.


정치·사회·경제·역사·문화적 살인

청년의 죽음, 시대의 고발(안치용 외. 김휘승 그림. 내일을여는책. 2021.6. 2만2000원)
청년의 죽음, 시대의 고발(안치용 외. 김휘승 그림. 내일을여는책. 2021.6. 2만2000원)

<청년의 죽음, 시대의 고발>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청년들의 죽음을 통해서 대한민국 현대사를 통찰한다”라고. 내가 볼 때는 우리의 현대사를 불공정이 지배한 사회였음을 가장 극적인 죽음들을 돌아보며 고발하고 있는 책이다. 불공정의 희생양이 된 청년들에게 바치는 애도사다. 공정한 사회로 발돋움하자는 염원을 담은 책이라 하겠다.

익숙한 이름들이 많다. 김경숙, 윤상원, 김주열, 이한열, 윤금이, 황유미와 문송면 등. 독가스가 가득 찬 지옥 같은 공장에서 죽어 간 어린 노동자. 군부독재에 맞서다 살해당한 학생. 주한미군의 성 노리개가 되어 살해당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낯선 이름도 있다. ‘자이분 프레용’. 그는 서른세 살 나이로 2019년 11월에 숨졌다. 태국에서 4년제 대학을 나오고 가족의 병원비를 벌려고 한국에 왔다가 1년여 만에 안전장치도 없고 안전통로도 없는 작업장 컨베이어 벨트에 말려 숨졌다.

익숙한 사건들이 많다. 여성 혐오 사건으로 알려진 강남역 살인사건(531쪽), 삼풍백화점 붕괴, 가습기 살균제 사건, 구의역 김군, 미국의 베트남 침략전쟁과 한국군 파병 등.

샌델이 말하는 ‘공정이라는 착각’에서 우리가 벗어나야만 비로소 벗어날 수 있는 정치·사회·경제·역사·문화적 살인사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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