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마음치유농장 대표. ‘소농은 혁명이다’ 저자

[한국농어민신문] 

지난해 ‘기후 위기 대응지수’
한국은 61개 나라 중 53위
환경문제 해결할 녹색 계급 절실

녹색 계급의 출현(브뤼노 라투르,니콜라이 슐츠. 이규현 옮김. 김지윤,김홍중,김환석,이현정 해설. 이음. 2022. 6. 1만5000원)
녹색 계급의 출현(브뤼노 라투르,니콜라이 슐츠. 이규현 옮김. 김지윤,김홍중,김환석,이현정 해설. 이음. 2022. 6. 1만5000원)

엥겔지수는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다. 토지 영양지수도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기후 위기 대응지수’라는 말을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독일의 환경 정책 관련 기구인 ‘저먼워치(German Watch)’는 각 나라의 ‘기후 위기 대응지수’를 매년 발표한다. 나라마다 온실가스 배출 수준과 추세, 기후정책 등을 조사해서 수치를 만들어 순위를 매긴다.

한국은 2021년, 전체 61개 나라 가운데 53위를 차지했다. 철강, 반도체, 통신기기는 물론이고 저출산율, 산재, 교통사고 등에서 1등을 차지하는 한국이 여성의 권리, 노동자 인권 등은 오래전부터 꼴찌를 하더니 생소한 기후 위기 대응지수도 꼴찌 등급이다. 

<녹색 계급의 출현>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한국의 기후 위기 대응지수를 떠올리게 한다. 이 지수가 낮다는 것은 녹색 계급이 한국에 적다는 말일까?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지수를 높이는 것은 녹색 계급의 역할에 달렸으니까 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계급을 “사회적·물질적인 세계의 구조를 명확하게 해 주는”것이라고 정리한다. 

김지윤 기후변화 청년단체 대표가 보조 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녹색 계급이 더 빨리 출현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며 대대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성장 중심의 세계 질서가 인간과 자연을 향한 칼날이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김지윤 외에도 사회이론과 문화사회학을 전공한 김홍준 등 네 명의 한국 필진이 보조 저자로 책의 뒤편에 나란히 글을 실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저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난다. 계급의 정의를 새로 쓰면서 적극적인 정치 행동을 촉구한다. 녹색지구의 역사 시한이 위태로운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전 세계가 녹색 계급이라는 공통된 정체성을 가지고 가능한 희망의 방향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다그치는 듯하다. 

녹색 계급은 환경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주체이며 곧 모든 시민이 가져야 할 정체성이기도 하다. 책은 우리 스스로를 녹색 계급으로 의식하고 자랑스러워할 방법과 실천을 짧은 메모들로 제시한다. 

지난 9월 24일, 서울 시청 앞에서는 기후정의 집회와 행진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연기되다가 3년 만에 열린 이 행사에는 전국에서 청소년을 포함해서 3만 5천여 명이 참석해서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즉각적인 행동을 요청했다. 3년 전에 5천 명이 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모든 국민의 기후 위기감이 표현된 것이라 하겠다.

빈곤층에 더욱 가혹한 기후 위기. 정치에 내맡기기에는 너무 절박하다. 행정가들만이 감당할 수도 없다. 57~58쪽에서는 생태주의 지지자들이 다가오는 파국이 저절로 사람들을 변화시키리라고 기대하지 말고 전환의 기회를 포착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생태주의와 생물 다양성에 대한 담론을 넘어 대중적 결집과 대중 봉기라는 형태를 은근히 촉구한다.


[같이 보면 좋은 책]
지구 지키는 행동수칙, 우리가 만들어야할 세상 

지구사용설명서(우쿠더스 지구이주대책위원회. 환경운동연합, (사)환경교육센터 옮김. 김지민 그림. 한솔수북. 2020. 7. 1만2000원.)
지구사용설명서(우쿠더스 지구이주대책위원회. 환경운동연합, (사)환경교육센터 옮김. 김지민 그림. 한솔수북. 2020. 7. 1만2000원.)

<지구사용설명서>는 아동용 환경 책이다. 부제를 보면 아이들의 손길을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계인 막쓸레옹, 쓰레기별에서 탈출하다’이니 말이다. 우주인이 등장하고 쓰레기 별이 등장하니 일단 책장을 넘겨보게 만든다. 

아동용은 어른이 보면 더 좋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니 읽기 쉽고 이해도 잘 된다. 제목처럼 신기술이 접목된 각종 첨단 전자제품들의 '사용설명서'처럼 지구를 지키는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지구 사용 서른세 가지 행동 수칙은 지구를 건강하게 지킬 방법을 담고 있다. 

낱낱의 수칙들은 아이들이 바로 따라 할 수 있도록 알기 쉽고 간단하게 실었다. 집, 가게, 길, 학교, 동물원, 경기장, 자연, 들판처럼 장소에 따른 구분도 따로 표시하였다. 

'우쿠더스 멸망 역사' 또한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내용들이다. 여기 실린 사진 대부분은 우리나라에서 찍은 것으로 실었다. 낱낱의 사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책 마지막 쪽에 따로 담아 사실을 정확히 전하고 있다.

이 지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려면 먼저 지구를 알아야 하지 않은가? 그렇다. 앞 장을 들추면 바로 나온다. 지구 역사, 지구 생김새, 지구에 사는 생명들이 그것이다. 그러고는 각론들이다. 새는 전기 막아내기, 녹색 식물 키우기, 세제를 안 쓰기, 포장 안 하기, 먹을 만큼만 주문하기, 자전거 타기, 동물 안 버리기 등 꼭 33가지 안내가 나온다. 
 

기후위기시대 에너지이야기(박춘근. 크레파스북. 2020. 10. 1만4000원)
기후위기시대 에너지이야기(박춘근. 크레파스북. 2020. 10. 1만4000원)

<에너지 이야기>는 한국에너지공단에서 30년 동안 일해온 저자 박춘근이 썼다. 에너지를 절약하면서도 알차게 사용하는 방법은 물론, 안전하고 깨끗한 재생 에너지로 나아가는 길까지 알려준다. 이 책은 그간 저자가 어떻게 하면 일반 국민이 에너지 분야를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까 하는 고민의 결정체다. 

가장 재미있는 곳을 고르라면, 나는 거침없이 마지막 장을 고르겠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세상’을 보자. 이른바 인간 동력 이야기다.

“한 사람이 1년 동안 매일 1시간씩 인간동력 운동기구로 운동한다면 1시간당 총 182kw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총 4,380리터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시에 있는 14인승 버스사이클을 소개하고 있다.(233쪽). 

버스 사이클? 발로 페달을 밟아서 달리는 버스를 말한다. 정원 14명이 탄다면 총 2마력쯤 된다. 어느 댄스 클럽은 무대조명을 사람들이 춤을 출 때 진동에너지를 흡수하여 해결한다고 한다. 

제2장, ‘배우고 익혀야 할 에너지’에서 저자는 에너지 적게 쓰는 방법을 안내한다. 전기 플러그 뽑기, 권장 냉난방 온도 준수하기, 충전기의 충전 완료 대응. 냉장고 적정온도 등등(97-106쪽). 쓰면 쓸수록 커지는 인간 동력! 몸 에너지를 열심히 써서 건강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자는 권유 문자로 읽어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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