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농부. ‘습관 된 나를 넘어’ 저자.

[한국농어민신문] 

가공 음식의 최종 목표 ‘중독’
자제력 잃게 하는 건 ‘뇌의 기억’
몰랐던 음식 중독 상태 발견

음식 얘기, 먹는 얘기, 건강 얘기는 차고 넘친다. 유튜브, 신문의 건강 판, 티브이, 책, 어른이나 지인들의 잔소리 등. 다큐멘터리도 많다. 그만큼 음식과 건강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이고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것이고 그만큼 되풀이해서 말해도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식 중독(마이클 모스. 연아람 옮김. 민음사. 2023-01. 18,000원)
음식 중독(마이클 모스. 연아람 옮김. 민음사. 2023-01. 18,000원)

왜 그럴까? 중독돼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 책 <음식중독>은 그렇게 단정한다. 어떤 중독이든 중독된 사람은 중독 사실을 모르거나 인정하려 않는다. 설혹 알더라도 스스로 고치기 힘들다. 그게 중독이다. 술 중독, 부자 되려는 중독, 효율 중독, 일 중독, 속도 중독, 마약 중독이 그렇다. 음식도 중독의 범주에 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모스는 <배신의 식탁>으로 이미 유명한 사람이다. 거대 식품기업이 소금, 설탕, 지방으로 우리를 중독에 빠뜨리는 음모에 관한 책이다. 이번에는 그가 본격적으로 중독을 얘기한다.   

348쪽을 보자. 가공식품 제조 기업들은 식품과 포장지에 화려한 색을 쓴다고 한다.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함이다.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연구한 결과, 화면의 색이 현란할수록 중독 현상이 심하다는 걸 발견한 것과 맥락이 같다. 맛과 향과 가격도 구매 결정의 요소이지만 색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을 음식에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먹고 싶은 것을 먹기보다 우리가 먹고 있는 걸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도 모르게 손이 가는 음식, 그걸 기업들이 알고서 소비자를 중독에 빠뜨리는 것이다.

'밥 배'가 불러도 '빵 배' 따로 있고 ‘술 배’가 따로 있다는 우스개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달고 맛있는, 빠르고 편리한, 다양하게 골라 먹는 가공식품에 우리는 중독되고 있다. 식품기업이 제품을 만들 때 그걸 먼저 고려한다. 식당은 어떻겠는가? 마찬가지다. 식당 요리의 핵심은 모두 달게, 고소하게, 먹기 편하게, 짭짤하게 한다. 누구누구 알만한 음식 평론가의 맛집 기행은 어떻게 보면 국민 건강 해치는 주범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73~122쪽의 ‘중독은 어디서 시작되는가’를 보면, 우리의 상식과 큰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 상식과 큰 차이를 발견한다는 건 음식에 중독되지 않는 방법이나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상식과는 다른 데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건 위가 아니고 뇌라는 것이 여러 사례를 통해 나열되어 있다. 자제력을 잃고 중독 행위를 계속하는 것은 ‘뇌의 기억’이라면서 첨단 과학의 실험과 사례가 생생하게 나온다. 중독된 음식을 떠올리면 기대감이 물밀듯이 밀려와서 도파민이 분비되고 바로 흥분상태가 되는 원리가 소름 끼치게 나와 있다. 나의 이성은 그걸 원하지도 않고 필요로 하지도 않지만 마음은 ‘반드시 하고야 말겠다’라는 격정에 휘말리면서 손까지 떨려오는 뇌 작용을 보여준다. 미처 몰랐던 음식 중독 상태를 발견하게 하는 책이다. 해법도 제시한다.


[함께 보면 좋은 책]

맛있게 먹게 되면 벌어지는 일

식객도 놀란 맛의 비밀(조기형. 지오출판사. 2008-10. 15,000원)
식객도 놀란 맛의 비밀(조기형. 지오출판사. 2008-10. 15,000원)

<식객도 놀란 맛의 비밀>을 쓴 조기형은 명상 수행자다. 맛 평론가지만 에니어그램 강사과정을 마쳤고 아봐타(AVATAR PROGRAM) 마스터 과정도 마쳤다고 한다. 내가 했던 프로그램들과 많이 겹친다. 최근에는 그가 히말라야 성자들의 삶을 다룬 책 ‘초인생활’을 전면 해설하는 책을 내기도 했다.

나는 최근에 완전 생채식을 며칠 했었다. 생감자 맛이 사과나 바나나 맛 못지않았다. 현미 생쌀은 오래 씹다 보면 단맛이 우러난다. 생콩에도 오미가 스며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맑은 가을날에 바스러지던 햇살이 입 속에서 톡톡 터지는 느낌까지 난다면 믿길지 모르겠다. 단식과 생식이 영적 체험으로 이끈다는 말이 실감 났었다.

저자가 말하는 맛의 비밀은 뭘까. 맛있게 먹어서 몸의 반응을 인식하게 되면 깊이 잠들이 있는 원래 의식(본성 의식)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목표에 매달려서, 욕망의 그늘이 가려서 잔잔한 행복의 기준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음식의 맛으로 행복을 일깨워 가자고 권유한다.

맛의 기준과 맛있게 먹는 방법 등 8부로 구성된 책은 맛있게 먹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려준다. 255쪽에는 노화를 멈추게 한다는 내용이 있다. 맛있게 먹는 음식은 세포에 활력을 주고 근육은 이완하며 주름을 없앤다는 것이다. 맛있게 먹는 건 감사의 감정을 동반하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밥숟가락을 들기 전에 감사기도부터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이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기도 하다.
 

음식이 바로 온 세상의 반영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존 로빈스. 안의정 옮김. 시공사. 2011-07. 15,000원)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존 로빈스. 안의정 옮김. 시공사. 2011-07. 15,000원)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은 우리의 시선을 음식보다는 저자인 존 로빈스에게로 데려간다. 존 로빈스(John Robbins). 그는 세계 최대의 아이스크림 기업인 배스킨라빈스의 상속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을 비롯한 각종 유제품과 축산물에 대해 감춰졌던 진실을 폭로한 환경운동가가 되어 비영리 기구인 ‘지구구조대 인터내셔널(Earth Save International)’을 설립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린다.

이 책은 2002년 초판이 출간된 당시 육식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을 파헤치며 이슈가 되었던 <음식혁명>의 개정판이다. 바뀐 내용이 많지는 않지만 세태를 반영했다. 263쪽과 288쪽이 이 책의 내용을 압축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음식이 왜 ‘혁명’을 거론해야 하는지를!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것은 다른 생물을 학대하고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살기 위해서, 살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사료 중 상당 부분이 그 사료를 먹는 애완동물의 사체다. 게다가 시장에서 팔리는 고기와 유제품, 달걀은 대부분 죽은 개와 고양이를 갈아서 섞은-벼락 퇴치용 목걸이와 고통 없는 죽음을 위한 약물이 그대로 포함된 채 분쇄기로 간-사료를 먹고 자란 동물로 만들었다”. 음식 혁명이 일어나야 하는 음식 타락의 실태다.

음식이 바로 온 세상의 반영이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게 목차에 담겼다. 음식과 인간-동물-지구 3부로 되어 있다. 4부는 유전공학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았다. 음식 혁명의 자양분들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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