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논과 밭이 있어요. 교육 농>
교육농 협동조합, 
교육공동체 벗, 2019 

“가을에는 삼촌 아재비 집보다 산으로 가라”는 옛말이 있다. 밥 때가 되면 입 하나 줄여보려고 괜한 심부름을 아재비 집으로 보냈다는데 그 집도 굶기는 매 한가지. 그래서 가을에는 차라리 삼촌 집 보다는 산에 가면 먹을 게 더 많다는 말이다.

요즘 사람들, 산에 가도 먹을 것과 못 먹을 것을 가릴 줄 아느냐가 문제가 되겠다. 우리 집에서 자연 체험교실을 열었을 때 왔던 학생들이 떠오른다. 점심 밥상을 산에서 뜯어 온 것으로 차리기로 했는데 먹을 것을 가져 온 학생이 없었고 가시에 긁히고 발목을 삐고 야단이 났었다. 밥을 한 끼 굶겼더니 오후에는 먹을 것을 제법 뜯어 왔던 일이 있었다.

<우리 학교에 논과 밭이 있어요. 교육 농>은 과학, 수학, 영어, 미술이 삶의 교양이라 여기듯이 농사가 일상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묻는 책이다. 특히 자라는 학생들에게는. 교육의 눈으로 농사를 바라보면 새로운 시선이 열릴 것이다. 농사는 삶의 방식이자 문화이고 그 안에 과학과 수학과 음악은 물론 우주가 들어 있으니까 말이다.

미세먼지나 폭염 같은 기상이변이나 생명체의 멸종, 문명의 지속가능성, 생산과 분배, 사회의 불평등, 효율과 생산성, 소통과 대화, 갈등의 합리적 해법 등 자신의 소소한 삶은 물론이고 지구 공동체의 안위까지 살피는 일들이 교실의 책상과 종이 위에서가 아니라 흙을 만지고 작물을 돌보면서 다루어지게 된다는 고백이 나온다. 학교의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텃밭을 만들었던 강주희라는 현직 교사의 고백이다. 이른 봄의 감자농사에서부터 고추, 방울토마토, 수박을 거쳐 가을배추와 밀과 보리를 심기 얘기가 싱그럽다.(‘학교 텃밭 개척기’)

홍성군에 있는 풀무학교 교장이었던 홍순명 선생은 학교 밖에다 마을교실에 대해 얘기한다. 모내기부터 물 관리, 풀 매기, 타작과 방아 찧기를 보면서 아이들이 전통 두레와 짚공예, 민속놀이, 솟대 만들기, 요구르트와 치즈 만들기가 가능하다는 사례를 소개한다. 질경이나 민들레, 냉이, 쑥으로 만드는 샐러드, 떡, 차, 튀김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335-337쪽. ‘부엌과 텃밭을 넘어 학교와 마을로’)

교사와 농부, 마을 만들기 활동가 등 16명의 저자가 글을 쓰고 ‘교육농 협동조합’에서 엮은 책이라 우리나라의 고질인 교육문제와 농업문제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열어준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텃밭 농사 이야기가 앞에 나오고 인간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농사를 이해하는 2부가 있다.

3부는 세상살이의 통합적 시각을 보여준다. 교사농부와 농부교사 개념이 등장한다. 보리밭 얘기인가 싶으면 정원과 연못이 보리밭 안에 있다. 놀이인가 싶더니 예술이 된다. 자연을 담는 학교 이야기가 나오는가 싶으면 자연 그 자체가 학교임을 알아채게 하는 책이다.


|함께 보면 좋은 책
채식 밥상과 전기 없는 삶은 아름답다

<생태부엌>
김미수, 콤마,  2017

농사 이야기를 꺼내면 사람마다 떠올리는 다음 주제가 다르다. 실은 농사는 곧장 부엌으로 연결된다. 밥상으로 이어지는 농사의 징검다리가 부엌이 아니겠는가. 농사가 자연 속 학교이고 학교에 자연이 깃들어야 한다면, 부엌에도 자연이 들어 있어야 한다. 생태의 가치와 순환이 부엌에 와서 사라진다면 밥상은 오염되기 십상이다. <생태부엌>은 이런 인식에 바탕 한 책이다.

생태부엌. 저자는 딱 한마디로 정리한다. ‘저에너지 부엌’이라고. 채식 밥상이라고. 우리의 부엌이 자연의 섭리와 이치를 얼마나 거스르고 있는지를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실감한다. 과도한 에너지 소비가 부엌에서 벌어진다는 것을 책이 알려준다. 자연이 고스란히 밥상 위에 올라오는 책이라 하겠다.

책이 냉장고와 오븐을 없애고 채식으로 식단을 꾸미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나면 ‘에이. 그러면 먹을 게 뭐 있어’라고 할수도 있겠으나 천만의 말씀이다. 독일에서 사는 한국인 저자인 김미수의 남편은 생태토양학자인 ‘다니엘  피셔’다. 생태부엌에서 동서양을 망라한 요리 목록이 등장하는 게 이해가 된다.

4장과 5장에 걸쳐 나오는 샐러드와 수프는 서양요리다. 좁쌀밥, 영양밥, 잡곡밥, 볶음밥은 한국 요리다. 빵과 케이크는 주식이자 간식이다. 대부분 텃밭과 옥상, 베란다에서 공급된다. 볕이 잘 드는 화분에도 먹을거리가 자란다. 저자의 생태부엌을 직접 찍은 천연색 사진으로 보여준다. 잃어버린 인간의 식감과 원초적 감수성을 살려내는 공간이 바로 부엌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플러그를 뽑으면 지구가 아름답다>
후지무라 야스유키, 장석진 역, 
북센스, 2012

이런 부엌에서 세상으로 나와 보자. <플러그를 뽑으면 지구가 아름답다>에는 ‘비전력화’라는 듣도 보도 못한 개념부터 나온다. 탈핵운동이 핵 발전을 멈추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얘기한다면 ‘비전력화’는 아예 전기를 안 쓰는 삶을 말한다.

이런 얘기가 이제는 식상하다고? 즐거운 불편이니 지구환경이니 그런 얘기 아니냐고? 아니다. 그렇지만은 않다. 책날개만 보더라도 솔깃할 것이다.

저자 후지무라는 기초공학 박사로 1000여개의 생활제품을 발명하여 일본의 과학기술청 장관상을 받은 사람이다. 천식을 앓는 딸을 위해 생태적인 공기청정기를 만든 것이 계기가 되어 발명가의 길을 걸었다고 소개되어 있다.

그는 전기를 끄면 행복하다고 역설한다. 전기 없이도 얼마든지 편리하고 쾌적한 방법이 있다고 하면서 책의 2/3나 되는 분량으로 3부와 4부에 걸쳐서 온갖 제품을 소개한다. 물과 별빛으로 작동하는 냉장고, 밀고 당기면 되는 청소기, 온도 차이로 움직이는 온도계, 낮의 햇빛으로 밤도 밝히는 조명, 자연 환기장치 등등 끝이 없다. 읽고 나면 누구나 ‘아하!’하고 감탄하게 한다. 집에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221-235쪽의 비전력 주택, 왕겨하우스도 매력적이다. 전기와 플라스틱 없이 살아가는 지혜가 모여 있는 ‘비전력공방’은 저자가 직접 운영하는 발명 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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