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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농부 전희식의 서재] 글쓰기, 나를 만나고 재구성하는 시간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메멘토 2015,
1만3000원

[한국농어민신문]

보고서든 업무일지든 쓰다보면
생각과 관심은 넓어지고
자신과의 만남은 더 내밀해져


월북 작가로 알려진 이태준의 <문장 강화>를 읽은 때가 내 나이 20대였다. 당시에 좋은 책을 많이 내고 있던 돌베개 출판사에 갔다가 우연히 집어 들었는데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교본이라기보다는 글쓰기 철학서로 여기고 늘 곁에 두던 기억이 난다.

뜻하지 않게 ‘작가’라고 불리게 되다 보니 글쓰기를 가르치는 기회가 생겼는데 자연히 글쓰기 책을 많이 뒤적이게 되었다. 6개월간 지역 도서관에서 생활 글쓰기를 가르칠 때 참고했던 책들이 많다. 최근 만난 이 책 글쓰기의 최전선(은유. 메멘토 2015. 13,000원)은 쉽게 읽히는 쓰기 안내서다.

펜을 쥐거나 모니터 앞에 앉아 글을 쓸 때 필요한 부분들이 다 망라되어 있는 책이다. 정말 제목처럼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직면하는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책이라 여겨진다. 글을 써야 할 일이 없다고 말하거나, 뭔가를 쓰려고 하면 숨이 턱 막힌다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저자 은유는 성폭력 피해 여성이나 마을공동체 청년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글쓰기를 지도해 왔다. 저자는 글쓰기를 ‘나와의 오롯이 대면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외적인 원인에 자신이 휘말린다고 여길 때도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분명해지고 가슴의 물살도 잔잔해진다고 한다. 글을 써 본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부분이다. 글을 쓰다 보면 일상에서 만날 수 없던 지점까지 생각과 관심이 넓혀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꼭 글의 주제가 성찰이나 반성 등이 아니고 보고서가 되었건 업무일지가 되었건 마찬가지다. 이렇게 자기 자신과 오롯이 마주 앉을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글쓰기에서 덤으로 얻는 소득이라 하겠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삶의 옹호자로서의 글쓰기’라는 장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저자가 성폭력 피해 여성들과 진행한 글쓰기를 앞두고 있을 때였다. “성폭력 피해 경험자들과 있는 그대로, 느낀 그대로 표현하고 아픔을 나누고 의미를 발견하면서 ‘피해자의 언어’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라고.(68쪽)

나 역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과 글쓰기를 했었다. 자신의 언어, 자신의 말을 잃어버리고 타인이 하는 지적과 해석과 평가에 휘둘리는 모습을 너무도 많이 봤었다. 자신의 언어를 찾고 그것으로 자신의 고통과 바람을 표현할 수 있을 때는 이미 어느 정도 그 질곡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여겨도 될 것이다.

자명한 것에 물음을 던진다거나 자기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 글쓰기에 있어서 기본이 된다는 설명이 제3장 ‘사유 연마하기’에 나온다. 사유가 깊어지고 넓어질수록 자신과의 만남이 보다 내밀해질 것이라는 지적으로 들리는 부분이다.


|함께 보면 좋은 책
치유의 시작은 자기 자신을 오롯이 마주하는 일

치유의 글쓰기
셰퍼드 코미나스,
임옥희 옮김, 홍익출판사
2008, 1만3000원

‘자기 자신과 오롯이 마주 앉는 일’은 모든 치유의 시작이고 복잡하고 속상한 일상에서 평정을 얻고 삶을 재설정하는 지름길이다. 자신을 알아채는 시간이 될 터이니 말이다. 명상센터와 마음공부 프로그램들과 선방에서의 시간은 이런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유의 글쓰기(셰퍼드 코미나스. 임옥희 옮김. 홍익출판사. 2008. 13,000원)의 저자가 이 맥락에서 최초의 글쓰기 경험을 드라마처럼 소개한다.

극심한 편두통으로 병원에 갔는데 엉뚱하게도 전문의는 일기를 써 보라고 했단다. 투덜대며 의사의 권고를 따르자니 그의 일기는 불평과 분노 투성이었다. 일기장엔 아픈 곳만 무수히 나열되었다. 편두통이 가라앉기는커녕 심해졌다. 일주일을 이러다 보니 폭발해 버렸다. 자기 자신이 왜 이 모양인지 휘갈겨 쓰기 시작했다. 단어와 문장이 마구 엉키고 뒹굴었다. 분노가 걷잡을 수없이 솟구쳤고 그대로 썼다. 그런데 이상했다. 글을 쓰는 오후 내내 편두통도 어깨 결림도 없었다. 속이 너무도 후련했다.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글쓰기의 육체적 이점과 정서적 이점을 차분히 설명한다. 영적인 이점까지. 이렇게 되면 치유의 완결판이다. 저자는 “자기배려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은, 마땅히 했어야 하지만 끝내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자책하지 않는 것이다”(138쪽)는 말로 자기 자신에게 화해를 요청하는 것이 치유의 글쓰기라고 강조한다.

글쓰기가 자신과의 화해를 성사시킨다면 세상과의 화해로 가는 길도 열린다고 보면 된다. 책에는 치유가 되는 글쓰기의 연습들이 3장과 4장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책 쓰자면 맞춤법
박태하,
엑스북스 2015,
1만3000원

책 쓰자면 맞춤법(박태하. 엑스북스. 2015. 13,000원) 제목 그대로 우리글에 대한 맞춤법 교과서 같은 책이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글쓴이에게는 치유가 되지만 그 글이 누군가에게 읽힘으로써 공감과 치유가 확대된다면 더 좋은 일이다. 이때 맞춤법은 필수라 하겠다. 맞춤법을 철자법이라고도 하는데 책의 2장에 잘 소개되어 있다. 동사와 형용사, 어미와 조사를 구분하는 안내들이 많다. 일례로 ‘로서’와 ‘로써’의 구별법이 재미있다.(255쪽)

‘분’이 띄어지거나 붙는 경우에 대해서는 1장 ‘띄어쓰기’에 나온다. 접사로 쓰인 ‘환자분 성함이’와 같은 경우와 명사로 쓰인 ‘찬성하시는 분은 손을’처럼 말이다.(96쪽) 외래어, 부호 등도 글쓰기에 중요한 요소다. 3장과 4장에 나온다.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신조어까지 횡행하다 보니 정확한 전달을 위한 글쓰기는 알아 두면 좋을 기준과 원칙이 분명 있다. 이를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한 기본 약속이라고 하면 되겠다. 이런 기본 약속이 잘 지켜진 글은 내용과 함께 신뢰도를 높인다.

저자 박태하는 10년이나 책 만드는 일을 했다. 100여권의 책을 만들면서 축적된 앎을 이 책으로 엮었다.

/생태영성운동가. ‘엄마하고 나하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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