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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농부 전희식의 서재] 사랑의 비극은 ‘독점’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폴리아모리 한다>
심기용·정윤아, 알렙, 2017

‘비독점적 사랑’으로 정의하는
‘폴리아모리’에 대한 이야기
"나만 사랑해야" 강제 없으면
연인을 향한 폭력 해결될 수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생겨나는 고통과 폭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오늘도 비극적 애증관계가 빚는 참상은 끝없이 이어진다. 형제간에, 부부간에, 부모자식 간에. 미투(성 억압의 대상이 되었던 여성들의 ‘나도 당했다’는 폭로)운동의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여성해방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던 고전 <가족, 사적 소유, 국가의 기원(엥겔스. 1884)>을 단순화해서 정리하면 놀랍게도 1부1처 가족제도(단혼제)에서 문제가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단혼제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억압과 지배의 다른 표현이라고 한다.

위 책과 흐름이 같지는 않지만 <우리는 폴리아모리 한다(심기용,정윤아. 알렙. 2017)>는 철학자인 두 저자가 매우 정성스럽게 사랑의 본질과 남녀관계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제안하고 있다. ‘폴리아모리’는 성 공유나 다중연애라고 하기보다 ‘비독점적 사랑’이라고 정의한다. ‘내가 여러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중심이 아니라 ‘상대가 나만 사랑해야 한다고 강제하지 않는 것’이라고 푼다.

연애 과정에서 속된 말로 ‘먹었다’거나 ‘버렸다’거나 ‘내 꺼’라는 표현이 있듯이 사랑하는 사람을 독점하며 소유물화 하는데서 비극이 배태된다는 지적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비독점적 사랑은 어떻게 맺고 유지해야 할까. 213쪽에 있다. 서로 솔직하게 말한다. 상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요청과 제안에 잘 응한다. 상대에게 다가온 새로운 사랑을 문제 삼지 않는다. 경제·감정·신체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는 등.

내가 폴리아모리라는 말을 후배로부터 처음 들은 때가 6년 쯤 전이다. 노총각인 내 후배는 연상의 유부녀를 사랑했고 잠자리도 같이 했다고 한다. 그 여성의 제안으로 그녀의 남편과 만났는데 서로 잘 통했다. 곧 형 아우가 되었고 셋이서 같이 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바로 성생활은 어떻게 했는지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후배 말로는 생각보다 원활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일반인의 상식으로 되어 있는 사랑의 질투나 배신, 증오 등은 사적 소유사회에서나 만연하는 왜곡된 성 의식일 수 있겠다. 


[함께 보면 좋은 책]

남녀관계에 통제가 없다면…
성 범죄·성 억압이 사라질까

<돈이 필요 없는 나라>
나가사마 류진, 최성현역, 샨티, 2018

이 책의 제목만 보면 감이 잘 잡히지 않을 수 있다. <돈이 필요 없는 나라(나가사마 류진. 최성현역. 샨티. 2018)>다. 돈이 필요 없는 나라에서는 필요한 것을 다 그냥 주나? 그러면 귀한 줄 모르고 흥청망청 쓰지 않을까. 재화는 누가 만들지? 내가 1993년도에 “돈이 필요 없는 사이좋은 즐거운 마을”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진 화성에 있는 야마기시마을에 갔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이 책은 사랑과 결혼과 가족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얘기를 하고 있다.

유효기간이 적힌 두유를 먹을 때 유효기간이 많이 남은 것을 고를 것인가. 아니면 짧은 것을 고를 것인가. 마트에서 고른다면 유효기간이 많은 것을 고를 것이요 내 집 냉장고에 있는 것이라면 그 반대일 것이다. 

그렇다. 필요할 때 거저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면 경쟁하고 욕심 부리고 쌓아 두지 않아도 된다. 남이야 어떻든 내 몫부터 챙길 필요가 없다. 사랑도 그렇지 않을까. 남녀관계도 통제와 제한이 없으면 집착하지 않고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성 범죄나 성 억압이 사라지지 않을까? 

지난 추석 때 나는 별 관심이 없는 듯 지나가는 투로 아들에게 사귀는 여자 친구가 있는지 물었었다. “여자 친구가 있어야 된다거나 없으면 왠지 허전하다거나 하는 것은 자기 결핍 때문 아닐까요? 여자 친구가 결핍의 보완재는 아니잖아요.”라고 해서 내가 머쓱해졌다. 그렇다. 내 결핍과 상대의 자유가 만나면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은 상대가 나 말고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든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라고 말한다. 한 사람에게 자신의 이성 상을 다 투영해서 상대가 다 갖추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이며 이쪽도 상대방의 모든 기대에 다 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혈연보다는 추구하는 방향이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새로운 공동체‘가족’을 이룬다면 현재의 결혼제도와 남녀 관계는 시대적 필요에 의해 거쳤던 한 과정에 불과했던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2025 지구별 신인류 세상 80쪽) 수선재. 2011>


북한 사회 여성의 역할·지위
선군정치·장마당 등 통해 엿봐

<북한녀자>
박영자, 앨피, 2017

북한은 어떨까? 미투운동은 없더라도 여성에 대한 이중적 차별과 억압이 있을까? 사회주의는 기본적으로 여성해방을 큰 주제로 삼는다. 무한탐욕을 자기 증식하는 자본주의의 병폐와 성 억압적 근대성을 극복하려는 체제다. 북한사회의 남녀관계, 가족관계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분단 뒤 한반도의 거대한 역사 전환과정에서 북쪽에서는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가를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은 논문형식이어서 읽기에 딱딱할 수 는 있으나 성과 남녀결합, 가족과 국가에 대한 색다른 성찰을 하게 한다.

북쪽에 형성된 여성들의 삶과 성 역할을 분석한 이 책은 당과 국가의 수립부터 시작해서 전쟁을 거치고 90년대 이후의 선군정치와 병진노선, 그리고 시장화(장마당)까지 분석한다. 여성 중심으로 형성된 장마당은 북한 여성의 역할과 지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한다. 

저자는 자기주장이 강하면서도 가정에서는 순종적인 탈북여성 이야기를 하면서 그 근원을 찾아 나선다. 내가 작년에 탈북자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귀농교육가서 알게 된 탈북여성은 남한에 와서 40톤 트레일러 운전사로 늠름하게 일 했었다. 

북한 여성은 ‘어머니 노동자 상’으로 규정되었다고 진단한다. 남성 같은 헌신적 노동자성과 보은과 섬김, 근면과 알뜰이라는 여성의 도덕성을 함께 갖추게 된 것은 북한정권의 성 규정이었다고 한다.

미투운동 과정에서 현재 수감 중인 유명인들이 법정에서 상대 여성을 ‘사랑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형량이 적기 때문이겠지만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아내에게는 ‘잠시 한 눈 팔았었다’고 말 할지도 모른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모순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가족, 새로운 남녀관계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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