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보살의 길을 열다
(윤홍식. 봉황동래. 2018)

남을 나처럼 사랑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진리를 기꺼이 수용하는
참인간의 길에 이르는 법


며칠 전 노회찬의원이 명부의 세계로 갔다. 감각과 감정에 매인 에고의 세계를 떠나 인식세계 너머로 간 것이다. 세상에서 우리가 궁극으로 추구하는 것은 진리에 다다르는 것이다. 그래서 고통도 겪고 불편도 겪는다. 그런 것 추구하지 않고 그냥 행복하게 살려고 할 뿐이라는 사람의 행복도 진리의 세계에서 완성된다. 변하지 않는 자리, 진리의 자리에 이르는 길에 대해 견해가 다를 뿐 진리의 세계만이 참된 행복을 보장한다.

노회찬의 뜻과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개인과 단체들이 많다. 복잡한 사회정치 문제를 명쾌하게 정리하여 유머로 전환하던 그가 사람들의 가슴 안에서 정치사회적으로 되살아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지난 대선 때 정당을 만들어 출마까지 했으니 정치인이라 할 것이고, 수행과 명상의 큰 가르침을 펼치고 있으니 명상수행자라 할 수 있는 윤홍식의 최근작 <화엄경, 보살의 길을 열다(윤홍식. 봉황동래. 2018)>에서 제시하는 바는 인상적이다. 세간과 출세간을 아우르는 것으로 보인다.

책이 경전을 다루고 보살 운운한다고 지레 어려워하거나 겁먹을 필요는 없다. 책에서 윤홍식은 말한다. 보살 역시 중생이라고. 탐진치에 휘둘리는 에고의 개체성을 가진 중생이어서 늘 현상계에 머무르지만 그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정진’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통합인격체로 여겨지는 윤홍식은 참선만 하거나 신비한 체험에 매몰되면 나와 남을 이롭게 할 수 없으니 남을 나처럼 사랑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진리를 기꺼이 수용하는 삶을 권한다.

이 책은 오리지널 화엄경이라 할 수 있는 ‘십지품’을 집중적으로 풀어 쓴 것이다. 중생들이 진리의 세계를 향해 걸어야 할 보살의 10단계 길을 실전 요령과 함께 서술하고 있다. 중생 한 명 한 명이 꽃(화)으로 피어나 온 우주를 장엄하게 장식하자(엄)는 것이 이 책 ‘화엄경’의 지향이라고 설명한다.

1지 보살 ‘환희지’에서 10지 보살 ‘법운지’에 이르는 단계 단계가 재미있다. 방편이 갖추어진 단계인 5지 보살 ‘난승지’에서는 지수화풍 온갖 이론과 여러 병에 대한 처방약, 그리고 노래와 춤, 풍악, 해학, 글씨 등의 방편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중생들을 두루 이롭게 하고 해로움을 소멸시키는 삶을 소개한다.(217쪽)

우리 삶이 각박하고 고통과 비참이 그치지 않는 것은 부처(하나님. 성현, 큰 스승)가 없어서가 아니다. 부처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보살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세상 고통은 끝없이 이어진다. 이 책 ‘화엄경’은 중생 속에서 중생을 진리로 인도하는 보살의 삶을 참 인간의 길이라고 역설한다.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큐알(QR)코드가 있어서 스마트 폰으로 스캔하면 바로 유튜브에 있는 동영상 강의와 연결된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은 값으로 따질 수 없어서일까. 모든 강의가 무료다.


|함께 보면 좋은 책

자연으로 들어간 ‘맥가이버’
곳곳에 살아있는 지혜 번득


​​​​​즐거운 산촌생활 DIY
(오우치 마사노부 글/염혜은 옮김. 
마루비. 2018)

<즐거운 산촌생활 DIY>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에 먼저 이끌리게 된다. 한마디로 맥가이버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못 하는 게 없는 사람이다. 저자 ‘오우치 마사노부’는 광고나 영상매체의 그림이나 문양을 도안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막 노동자 생활도 오래 했다. 막노동 생활이 이 책의 산실이 된 듯하다. 자기 손으로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백과사전과 같은 책이다. 화엄경에서 말하는 ‘온갖 방편’을 다른 누군가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갖추는 지혜의 창고라고 할 책이다.

자연 속으로 깊이깊이 들어간 사람만이 갖출 수 있는 살아있는 지혜들이 곳곳에 번득인다. 우리보다 앞서 시골생활 붐이 일었던 일본에서 이런 책이 나온 것은 당연해 보인다. 책을 읽다보면 단순히 생활도구를 만드는 기술책이 아니라 삶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안내서라는 느낌이 든다. 한 번 소매를 걷고 해 보고 싶어지게 한다.

도구와 재료는 주변에 널려 있는 것으로 한다. 이들을 활용할수록 주변 환경이 정리되는지라 일거양득이라 할 것이다. 내용은 6부로 되어 있는데 1부가 나무다. 나무에 대한 모든 것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나무 구하기와 간벌요령까지. 나무 종류별로 자르기와 판자 만드는 법. 나무숟가락과 절구통 만들기 뿐 아니라 통나무집 짓기도 있다.

이런 식으로 서술된 물이 2부에 있고 돌과 흙은 3부를 이룬다. 불과 미생물, 각종 도구들과 수리기술까지 담겨 있는 책인데 그림과 사진이 생생하다. 저자 자신이 그림쟁이였으니 직접 만든 도구들을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부분까지 그림으로 그려놓았다. 142쪽의 ‘이동식 아궁이와 로켓난로’ 부분은 전북 완주군에 있는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이 매년 개최하는 ‘나는 난로다’의 원조처럼 보인다.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한 것
변치 않을 행복…진리의 세계


조금 불편하지만 제법 행복합니다
(고진하. 마음의 숲. 2018)

<조금 불편하지만.....>은 참 행복은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변치 않을 행복을 담보하는 진리의 세계가 먼 곳에 있지 않고 매우 단순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저자는 생활 속에서 담뿍 드러낸다. 저자 고진하는 시인이다. 이 책에 앞서 부인인 권포근과 같이 쓴 <잡초 치유 밥상>으로 더 알려진 시인이다.

10년 전에 불편도 불행도 즐기자는 마음으로 강원도 명봉산 자락으로 내려갔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잡초의 소중함에 눈을 뜨고 잡초처럼 낮아져 살아가는 기록은 화엄경의 보살행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한 것이다’는 그의 깨우침이 그렇다.

늦가을의 풍경을 보며 가을의 쓸쓸함에만 젖지 않고 ‘소멸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소멸. 소멸은 죽음이지 않는가. 영원한 이별이지 않는가. 절정의 시기를 지나 찬 서리 앞에서 스러져 가는 화려한 자태의 꽃들을 보며 아름다움으로 새긴다.(75쪽) ‘나’ 혹은 ‘나의 것’이라는 에고의 세계를 벗어날 때만 이를 수 있는 상태이다.

진리의 세계는 물처럼 담백하고 에고의 세계는 단술처럼 달콤하다. 조금 불편함 속에 진리의 세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농부·‘소농은 혁명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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