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치매 자연치유-똥꽃’ 저자)

[한국농어민신문] 

치매 환자 간병 잘 안되는 이유
사람의 인격·친절 등과는 무관
마음을 전달하는 ‘기술’ 통해
자주 일어나는 곤란한 상황 대처

가족을 위한 휴머니튜드(이브 지네스트,로젯 마레스코티. 이인숙,진영란,이윤정,임은실 옮김. 대광의학. 2019. 6. 1만5000원)
가족을 위한 휴머니튜드(이브 지네스트,로젯 마레스코티. 이인숙,진영란,이윤정,임은실 옮김. 대광의학. 2019. 6. 1만5000원)

내가 사는 이곳 장수에서 치매 가족 치유 프로그램을 맡아서 진행한 지 6주가 되었다. 총 7회 중 6회까지 했다. 농촌 고령화와 치매 앓는 사람의 증가세를 알고는 있었으나 구체적 통계로 접하고서 놀랐다. 노령화율과 치매 발병률이 상상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치매의 국가책임제를 내세우며 나라의 정책이 잘 세워져 왔지만 치매 가족을 돌보는 보호자들의 애로는 여전해 보였다.

함께 모여 아픔과 지혜를 나누면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장수의료원 치매지원센터의 이 프로그램은 아홉 참가 가족 전원이 단 한 명의 결석도 없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족을 위한 휴머니튜드>에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간병을 혼자서 해내려고 애쓰지 않기를 바란다. (치매 앓는)다른 가족이나 방문 간호사, 간병인, 자치단체의 치매지원센터 등에 도움을 구하기 바란다.”라고(108~116쪽). 이 표현대로 치매 가족 모임에 오는 사람들은 서로 만나다 보니 숨통이 트인다고 입을 모은다.

치매 증상이 진행되면 대상자의 옛날 모습을 잘 아는 가족들은 당혹해하며 처음에는 치매라는 걸 믿기 어려워한다. 자연히 쉬쉬하게 된다. 대상자에게 ‘정신 차리라’며 주의를 주거나 교정하기 위한 시도를 반복하다가 마음도 다치게 되는 과정을 책은 잘 담고 있다.

치매는 나라의 돌봄 제도가 아무리 발달해도 1차적으로 가족의 심리적·경제적·신체적 부담에서 시작된다. 책은 이 점에 착안한다. 책의 제목인 ‘휴머니튜드’란 치매 환자에 대한 애정과 존중과 애달픔을 잘 전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부족이 서로 간의 고통을 키운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다.

책을 펴낸 도서출판대광의학은 서문에서 말한다. 간병이 잘 안되는 이유는 간병 하는 사람의 인격이나 친절과는 무관하다고. 환자에게 간병인이 마음을 ‘잘 전달하는 방법’에 있다고. 프랑스인인 책의 저자는 체육학 전문가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의뢰를 받아 이 분야에서 40여 년의 경험치를 모아 돌봄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사람 관계는 마음과 정성, 철학 분야가 있고 기술과 방편 분야가 있다. 때로는 철학을 높이 보고 기술을 하찮게 볼 수 있다. 기술과 요령은 결코 가볍지 않다. 말하는 기술, 듣는 기술, 공감을 나타내는 기술 등은 철학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걸 다루는 책이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책은 채매 환자의 특징에서부터 보다, 말하다, 만지다, 서다 등의 네 가지 휴머니튜드 기법을 그림을 곁들여 얘기한다. 자주 일어나는 곤란한 현장 상황을 예시하며 대응법을 마지막에 다루고 있다.

2도 인쇄와 굵은 글씨 사용 및 도표와 상자 처리를 통해 가독성을 최대치로 높인 책이다. 가족 돌봄의 동반자로 손색이 없다.

 


[함께 보면 좋은 책]
보람 있는 삶을 위해…평소의 생각방향 바꿔볼까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알렉스 룽구. 수오서재. 2021. 4. 2만원)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알렉스 룽구. 수오서재. 2021. 4. 2만원)

우리는 즐거운 삶을 지향한다. 재미있게, 놀이처럼, 긍정적인 마음으로 밝게 살려고 한다. 그러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의미 있는 삶’이고 ‘보람 있는 삶’이다. 몸이 아프거나 가족이 와병 중이거나 관계없이, 사업이 술술 잘 풀려 확장을 거듭하건 망하건 관계없이 그것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의 인생에서 의미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은 제목부터 그렇다.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의 저자는 독일 출신으로 독일 함부르크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2013년에 우리나라로 이민을 왔다. 내가 3년여 전에 이 난에서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는 ‘알렉스 퉁구’다. 기운이 상큼하고 유쾌한 인물이다. 유튜버로서도 명성이 높다.

저자는 보람 있는 삶을 위해서 의식성장을 강조한다. 자아의식 성장 학교도 설립했다. 독일에서는 경영학과 한국학을, 미국 버몬트와 텍사스에서 의식성장 강화를, 서울대와 서강대와 세종대에서 한국을 깊게 공부했다. 의식, 심리, 요가, 존재론적 사유력, 경영전략, 유머 등 통시적 안목은 저자의 다채로운 삶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제2장 의미 있는 삶의 구체화 단계에서 저자는 환경보호 강사를 목표로 촘촘한 전략 세우기를 해 보인다(211쪽~229쪽). 전략 없는 비전은 허상이라면서 저자는 전략 6단계도 제시한다. 가치, 의미, 목표, 전략이라는 자아 확장 지도는 매우 인상적이다.

제4장은 삶의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안인데 강박, 자책, 무기력, 공허, 게으름, 미루기 등 자기 자신의 개인적 측면과 함께 사회의 고정관념도 다룬다(487쪽). 유튜브에서 하이어셀프(HigherSelf)를 치면 잘 나온다.

치매 가족 모임이 다섯 번째에 이르렀을 때다. 이날 내가 제시한 주제는 “나 자신을 위해 하는 건 뭐가 있을까요?”였다. 치매의 신체적·심리적 특징이나 돌봄 기술에 관심을 두고 만나오던 분들이라 잠시 어리둥절해하는 것 같았다.

휴머니튜드 혁명(이브 지네스트,로젯 마레스코티. 이인숙,진영란,이윤정,임은실 옮김. 대광의학. 2019. 6. 1만8000원)
휴머니튜드 혁명(이브 지네스트,로젯 마레스코티. 이인숙,진영란,이윤정,임은실 옮김. 대광의학. 2019. 6. 1만8000원)

그러나 곧 나의 요청대로 종이에 자신을 위해 하는 바를 적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를 의식의 전복이라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휴머니튜드 혁명>은 익숙한 평소의 시선, 평소의 생각 방향을 바꿔보라고 한다. 91쪽에서 93쪽에 걸쳐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부부 입소자에게 더블침대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역설한다. 성행위는 인생의 소중한 일부라면서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가면 그걸로 ‘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인의 성을 돌봄 업계에서 금기시하는 것에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이다.

위에 첫 번째 소개한 책에 이어 이 책은 <휴머니튜드와 간호>와 함께 도서출판 대광의학의 돌봄 3부작이다. 혁명적 발상을 다루는 책이다. 관습과 관례를 깨야 우리는 비로소 치유의 본질에 다가간다. 인간적 소통의 뿌리에서 만날 수 있다. 밥을 못 먹어 죽는 사람보다 사랑과 신뢰를 잃어 죽는 사람이 많다는 말로 이를 강조한다(79쪽).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의 상호성도 구체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적절한 거리감을 잴 필요 없이 그저 사랑으로 다가가라고 한다.

같은 맥락이다. 치매를 앓는 가족을 위해 고생하며 이를 견디는 것을 운명이려니 하지 말고 나 자신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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