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껍질 속의 우주
스티븐 호킹. 김동광 역. 까치. 2001

상대성이론·블랙홀·웜홀…
우리 상식 뒤집는 현대 물리학
‘별이 된’ 스티븐 호킹 책 통해
가깝고도 먼 우주 다르게 접근


세기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세상을 떠나갔다. 그가 쓴 책들이 많지는 않다. 다 어렵다. 그동안 그의 저서는 세 권을 읽었는데 다른 과학책들을 읽어 가면서 그의 책이 비로소 좀 더 이해되곤 했다. 그의 책 뿐 아니라 현대 물리학 이론과 책들이 어려운 이유는 딱 한가지다. 그동안의 우리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기 때문이다.

이런 비유를 해 보자.

케이티엑스 기차를 타고 달린다. 차창 밖으로 풍경이 휙휙 흐른다. 엄청 빠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를 봤다. 자동차가 천천히 뒤로 물러간다. 아니 자동차가 뒤로 가나? 아니다 자동차는 뒤로 가는 게 아니라 케이티엑스보다 조금 느릴 뿐 빠른 속도로 앞을 향해 달리고 있다.
고속으로 달리는 케이티엑스와 비교하니 자동차는 천천히 달리는 것 같다. 근데 내 옆자리에 앉은 친구는 꼼짝없이 그대로다. 속도는 상대적인 것이다. 케이티엑스 기차의 속도는 서 있는 풍경이나 달리는 자동차와의 속도 차이가 실제 속도처럼 느껴진다. 이게 우리의 상식이다.

그런데 우주의 원리와 섭리도 그럴까? 전혀 딴판이다. 우주의 탄생과 역사도 우리의 상식과 우리의 개념과 같을까? 1년, 10년.. 서울과 부산.. 아니다. 전혀 딴판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존의 생각과 인식의 전복을 요구한다.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를 호킹의 대표 저서로 꼽는데 읽기는 <호두껍질 속의 우주(스티븐 호킹. 김동광 역. 까치. 2001)>가 좋다. 저자도 서문에 그렇게 설명하고 있다.

현대 물리학과 우주공학이 다 그렇듯 이 책 역시 ‘기존의 생각과 인식의 전복’이란 관점에서 시간과 공간과 빛에 대한 전복을 요구한다. 아까의 비유를 계속 해 보자.

이 기차를 타고 빛을 쫓아가면 어떨까? 빛의 속도에서 케이티엑스의 속도를 뺀 만큼 빛의 속도가 느껴질까? 그래야 하겠지? 그러나 천만에다! 빛의 속도는 어떤 경우에도 그대로 약 30만 킬로미터다. 로켓을 타고 빛을 쫓아가도 마찬가지다. 뭐 이런 게 다 있지? 광속불변의 법칙이다.
이 책을 위 비유의 문제의식에서 접근하면 좋다. 시간과 우주의 존재형태를 미래 예측으로 이어가는 순서로 책이 설명한다. 3차원에 익숙한 우리에게 다차원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하기위해서 다양한 그림과 사진이 있다.

110쪽 이후에 블랙홀에 대한 호킹의 독특한 설명이 이어진다. 우리는 블랙홀이라고 하면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것으로만 아는데 저자는 ‘호킹 복사’ 현상을 주장한다. 블랙홀이 입자를 방출한다는 것이다.

이런 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여길 수 있다. 그렇지 않다. 가족과 친구와 이웃만 알고 지내다가 법의 제재를 받거나 남자들이 군대 갈 때 비로소 국가의 존재를 실감하고 그 영향 아래 있음을 알게 되듯이 우주의 탄생과 형태에 대한 새로운 규정은 새로운 제도와 생활전자기기를 만들어낸다. 자동차와 휴대폰에 있는 네비게이션 하나에도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접목되어 있다. 이 순간에도 하늘에 떠 있는 지피에스(GPS)의 시계는 상대성이론에 근거해서 지상 시계와의 오차를 수정하고 있다.

상대성이론, 블랙홀, 웜홀, 끈 이론. 빛과 중력. 이렇게 이어지는 상식 밖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함께 보면 좋은 책

다양한 역사적 사실 통해
우주의 처음과 끝 엿보기


코스모스
칼 세이건.홍승수역.사
이언스북스.2006

지구와 우주의 관계를 규정하는 과학이 뉴턴의 고전물리학이라면 미시세계 즉, 원자 속의 세계를 규정하는 것이 양자역학이다. 이로써 고전적인 뉴턴역학의 결정론적 세계관이 막을 내리고 확률론적 세계관이 등장하게 되었다. 확률론적 세계관? 이 얘기는 세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주관적이라는 말과 같다. 고정되어 있지 않고 유동적이라는 말은 이해가 되는데 주관적이다? 그렇다고 <코스모스> 이 책은 말한다. 관찰자의 의지에 따라 사물은 달라지고 그 움직임도 다르다는 게 핵심이다. 그렇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란 말인가? 그렇다. 현대 물리학은 그렇게 말한다. 이미 철학의 영역까지 와 있다.

우주의 처음과 끝을 보여주려고 이 책은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을 동원하고 있다. 과학사 책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첨단의 현대 물리학을 공부하면서도 과학의 역사를 함께 훑을 수 있다.
이러한 중력이 시간과 공간을 비틀고 휘어지게 한다는 설명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상대성 이론 강의>라는 책에 잘 나온다.

시간과 공간이 비틀린다? 그렇다. 그리고 시간의 속도로 빛이 이동하면 시간은 멈춘다. 곧 타임머신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는 우리의 상식이나 경험에 어긋난다. 시간은 언제 어디서나 그냥 똑같이 흘러갈 뿐이고 공간이라는 것도 누구에게나 고정되어 있는 줄 알아왔지 않은가? 수천 년 동안.

시간·공간을 비트는 중력
쉽게 접근하는 상대성이론


세상에서 가장 쉬운
상대성 이론 강의
야마구치 겐이치.김문집역.
이치사이언스.2011

우주는 둥근 게 아니고 평평하다고 한다. 아니. 지구가 평평하지 않고 둥글다는 것을 주장하고 목숨까지 걸고 입증했는데 우주가 평평하다니? 그뿐 아니다. 평평한 우주가 신문지가 차곡차곡 쌓여 있듯이 겹쳐져 있다고 한다. 겹쳐져 있는 다중 우주에 송곳으로 책 꿸 자리를 뚫듯이 우주도 폭 뚫려 있다고 한다. 이게 웜홀이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가 모르는 새 이제 상식이 되어 있다. 빛과 중력에 대한 새로운 앎에서 시작된 새로운 상식들이다. 영화 ‘스타트랙’이나 ‘컨택트’ 또는 ‘인터스텔라’를 다시 보면 이런 새로운 상식들이 보일 것이다.

이 책들을 읽다가 지치면 유튜브에서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이나 네셔널지오그래픽에서 만든 <코스모스> 13부작 영상을 참고해도 되겠다.

21살 청년 때 근육이 줄어드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2년 안에 사망할 것이라고 했지만 55년을 더 살고 간 스티븐 호킹. 호킹은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라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고 우리를 일깨운다. 그가 죽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죽음마저 확률의 문제니까!

/농부. ‘소농은 혁명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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