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속의 평등> 크리스토퍼 보엠 지음, 토러스북 펴냄

고대인 사회 빗 댄 '숲 속'
그곳에서 이룬 평등 이야기

이타적인 인간 본성에 주목 
더 발달된 평등 누렸을수도 


문재인 정부의 초반 행보가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로 대표되는 개혁대상을 군과 외교, 민생으로 확장해 가는 대통령의 의지도 그러려니와 파격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의 발탁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박근혜정부에서 철저하게 사유화된 권력이 시민의 몫으로 되돌려지는 과정이라고 평가된다.

권력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강화하고 영역을 확장한다. 다수 시민에게 봉사하던 권력이 소수 개인의 소유물로 전락하는 것은 역사에서 수많은 사례가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강조된다. 시민의 자율을 회복하기 위해 혁명과 폭동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오랜 옛날 수렵채취 시대의 우리 조상은 어떤 민주주의를 갖고 있었을까. 이 책 숲속의 평등이 다루는 내용이다. 돌도끼를 휘두르며 펄쩍펄쩍 뛰는 원시인의 야만스런 모습을 연상한다면 오해다. 오늘날과 비슷하거나 더 발달된 평등주의 기풍과 평등주의 정치질서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고대인의 사회를 빗 댄 ‘숲 속’에서 이룬 평등 이야기다.

평등이라는 말은 이타주의 심성이 없고서는 성립 될 수 없다. 이타주의가 인간의 기본 속성이라는 가정은 적자생존이라는 오랜 다윈주의와 대립한다.

저자인 크리스토퍼 보엠은 공산주의를 일컬어 그 의도는 존중하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잘못된 평가를 근거로 삼았다고 비판한다. 공산주의나 극단적 종교와는 반대로 인간본성은 경쟁과 약탈과 억압, 파괴가 아니라는 것이다.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하고 가족 간의 유대와 체계적인 사회생활을 한다는 연구로 유명한 ‘제인구달’ 연구센터 센터장 답게 저자는 침팬지 사회의 위계와 평등주의를 책의 앞부분에서 집중적으로 다룬다.

44쪽에서 63쪽에 걸쳐 고블린, 무스타스, 프로도, 사탄, 윌키라는 이름을 가진 침팬지들의 행동특성과 집단 내에서의 지위와 그 변동과정을 상술하고 있다. 사냥과 짝짓기, 영역다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대립과 갈등을 풀어가는 침팬지 행동특성은 오늘날의 인간집단보다 우월한 측면도 있다. 타자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현대 인류의 독재자 모습은 없다. 침팬지 집단의 우두머리인 ‘알파 개체’는 기껏 잔소리꾼, 협박꾼, 개별적 폭력 행사자 정도이다.

‘강자를 길들이는 거꾸로 된 위계’가 이 책의 부제다. 아래로부터의 권력. 아래로부터의 통제. 이것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 아니겠는가. 숲 속에 살던 원시인, 고대부족이 그랬다는 것을 이 책은 시종 ‘입증’하고 있다.

고대사회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뉴기니(New Guinea)사회와 파나마의 쿠나족, 엥카족. 분노라는 감정이 아예 없는 에스키모인 우트쿠족. ‘죽다’라는 말이 없는 마사이족. 이들은 극단적인 거리두기와 조롱, 불복종, 배척을 통해 도를 넘는 강자를 길들였다. 이런 평등주의의 오랜 기원은 대량 살육과 지구환경 파괴 위에 서 있는 현대사회가 주의 깊게 되새겨야 할 인간본성의 희망이라 하겠다.


[함께 보면 좋은 책]

스스로 농장 일구고 생활
전세계 공동체 14곳 기록

<에코빌리지,지구 공동체를 꿈꾸다> 캐런 T 리트핀 지음. 시대의창 펴냄

평등주의의 다른 말인 이타주의를 인간 본성이라고 본다면 인간사회의 정책과 미래는 달라진다. 원시 고대사회를 인간 본성이 실현된 평등주의임을 발견(!)하고 이를 유전학적 이론으로 정교화 한 위 책과 맥을 같이 하는 책이 에코빌리지,지구 공동체를 꿈꾸다(캐런 T 리트핀. 시대의창 16,800)와 초생명공동체(린 맥타가트. 정신세계사 20,000)다. 이 책들은 생태공동체와 함께 신과학과 초생명을 얘기한다.

나는 생태공동체, 신과학과 초생명이라는 낱말의 등장을 인류미래에 대한 희망 키우기라고 생각한다. 마을 만들기 운동이나 전통사회의 지혜를 탐구하는 일은 이제 우리 사회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6월 16-17일 양일에 보은의 ‘선애빌’에서 ‘한국생태마을공동체 네트워크’가 주최 해 열리는 행사도 그 일환이라고 본다.

앞의 책은 경제문제, 사회문제나 생명, 관계 맺기뿐만이 아니라 의식문제까지 다루면서 전 세계의 대표적인 공동체 14곳을 탐방한 기록물이다. 저자는 대학 교수로서 연구의 대상으로만 공동체를 접근하지 않는다. 스스로 농장을 일구고 공동체를 시작하면서 이 책을 썼다고 술회한다.

모든생명체들 협력 연구
세상 고치는 지혜 담겨

<초생명공동체> 린 맥타가트 지음, 정신세계사 펴냄

중산층의 삶을 누리면서도 1인당 평균 생태발자국을 획기적으로 낮춘 미국의 이타카 생태마을을 비롯하여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는 세계 최초의 퍼머컬처 마을인 호주의 크리스털 워터스도 소개되어 있다. 내가 가 봤던 독일의 제그, 인도의 오로빌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14곳의 공동체를 여행담식으로 구성한 게 아니고 자연 건축이나 물의 관리와 보존, 자동차 벗어나기의 삶, 친환경 에너지, 야생동물의 보호 등의 의제 중심으로 기록했다는 점이다.

뒤의 책, 초생명공동체는 기존 관념과는 다른 새로운 공동체세계를 보여준다. 물질세계 너머의 문제도 다룬다. 야마기시공동체를 비롯하여 유수의 공동체들이 무너져가는 것은 물질세계 너머의 이치를 통해서 극복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협력과 공명, 공존과 동조의 원리에 서 있다고 하는 놀라운 연구결과를 내 보인다.

책의 뒷부분에 가면 ‘고장 난 세상’을 고쳐가는 지혜를 소개한다. 그 첫 번째는 의외로 ‘나 자신 알아차리기’다. 사고 과정 살피기, 직감 기르기, 새로운 것 찾기 등으로 이어지는 지혜들은 결국 통합적인 시각으로 관계 맺기를 하라는 것으로 읽힌다.

한국사회도 곧 100세 장수시대가 온다고 한다. 네오농업문명사회를 토대로 공동체마을을 일구어 가는 것이 과학기술과 자본의 포로가 될지 모르는 미래의 두려움을 떨쳐내는 선택으로 보인다.

문제와 해답은 사람과 사회 모두에게 있다고 하겠다. 생태공동체. 그리고 물질세계 너머의 시선을 확보할 필요를 느끼게 해 준다.

전희식(농부.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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