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농부. ‘밥은 하늘입니다’ 저자)

[한국농어민신문] 

원래의 제자리로 돌아오고
시련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
매일 감사한 일 다섯 가지
자세히 수첩에 적으며 훈련

내가 회복력 또는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을 처음 듣게 된 건 10년이 넘는다. 농민단체에서 주최한 행사였다. 주제가 “리질리언스 토론회”였다. 사전을 찾아보고서야 무슨 말인지 알았다. 원어 그대로인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마 외국에서 갓 수입된 개념이었나 보다. 토론회 뒤풀이 시간에 리질리언스는 농민단체에서 쓰기에 안 어울린다며 회복력이라고 쓰자고 했더니 그다음부터는 꼬박꼬박 그렇게 했던 걸로 기억한다.

회복탄력성(김주환. 위즈덤하우스. 2019-03. 1만3000원)
회복탄력성(김주환. 위즈덤하우스. 2019-03. 1만3000원)

4월의 꽃잎처럼 힐링이나 명상, 호흡, 영성 등과 함께 회복력이라는 말이 널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그만큼 현대 한국인에게 요긴해졌다고나 할까? 이번에 소개하는 <회복탄력성>은 저자의 이력부터 매우 이채롭다. 저자인 김주환은 언론정보학 교수다. 미술평론으로 신춘문예에 당선했고, 정치학도 전공했으며 대인 관계학과 소통학 전문가로도 불리며 지도력 향상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저서와 강의 분야가 폭넓다. 유튜버로서도 명성이 높다. 그의 유튜브 강의는 종횡으로 여러 학문 분야를 아우른다.

회복탄력성이란, 원래의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을 일컫는다. 시련을 겪고 이를 잘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뜻한다. <회복탄력성>에서 저자는 수십 년간 이어온 회복탄력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책의 제1장이 그런 사례로 채워져 있다. 27쪽의 류춘민 씨 이야기가 새롭다. 연 매출 50억. 입이 딱 벌어진다. 산책로를 포함해 1만1000평 부지에 자리 잡은 명품 한우 고깃집이다. 종업원만 100명. 류춘민 씨는 이런 잘 나가는 음식점의 사장이었다. 그런 그가 빈털터리가 되었다가 14평 국수집을 운영하게 되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은 삶의 극적 전환을 보여준다. 

3~5장은 누구나 자신의 회복탄력성 지수를 진단하여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245쪽의 ‘감사하기의 놀라운 힘’이 그것이다. 감사하기 훈련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효과적인 것을 저자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날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보면서 감사할 만한 일을 다섯 가지 이상 수첩에 적는 것이라고 일러준다. 

인생에 대한 막연한 감사가 아니라,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중에서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머릿속으로 회상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반드시 글로 기록한 후에 잠자리에 들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의 뇌는 그날 있었던 일을 꼼꼼히 회상해보면서 그중에서 감사할 만한 일을 고르게 된다. 다시 말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그날 하루에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다가 잠들게 되는 것이다. 잠들기 전에 하는 것이 효과적인 이유는 대부분의 기억들이 고착되는 건 잠자는 동안에 일어나기 때문이란다.

회복력의 고전은 아무래도 ‘원시복본’과 ‘수증복본’을 다루는 우리의 고전 부도지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돌아간다고 할 때,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갈고 닦아서 입증되는 돌아감! 그것이 모든 회복탄성의 지향이 아닐까 한다.


[같이 보면 좋은 책]

과거 탈출을 위한 ‘회복 연습’

우리는 경험과 앎을 지표로 삼고 살아간다. 모두 과거의 일을 바탕에 깔고 있다. 과거는 오늘의 주춧돌이다. 그러나 과거는 나의 내일을 붙들어 매는 역할도 한다. 경험, 그중에서도 상처와 아픔은 두고두고 되풀이해서 나의 미래까지 장악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나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린다 그레이엄. 윤서인 옮김. 불광출판사. 2014-10. 2만3000원)
내가 나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린다 그레이엄. 윤서인 옮김. 불광출판사. 2014-10. 2만3000원)

<내가 나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는 부제가 ‘과거에 갇혀 오늘을 헤매는 이들을 위한 82가지 회복 연습’이다. 82가지! 없는 게 없다. 혼자서 온전하고, 관계에서 조화로운 삶을 회복하는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일상의 시련을 맞이했을 때 그것을 잘 딛고 일어서는 사람과 그 앞에서 무너지는 사람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 두 부류의 차이를 ‘회복탄력성’의 유무에서 찾는다. 저자인 린다 그레이엄은 뇌 과학과 대인관계 심리학, 마음 챙김 수행법을 통해 우리 안의 회복탄력성을 일깨우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각각의 경우에 맞게 하나하나 보여준다.

자자는 다행스럽게도 이렇게 말한다. “회복탄력성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선물처럼 주어진 재능이 아니라 오랜 진화를 거쳐 모든 사람의 뇌에 이미 내재 된 자질이다.”라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회복탄력성을 되살리고 강화할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호흡에 집중하면서 ‘아, 내가 지금 딴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는 고작 1분간의 연습에서도 회복탄력성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혼자서 혹은 다른 사람과 함께 시 한 편을 꾸준히 읽기만 해도 뇌는 회복탄력적으로 바뀐다고 강조한다. 이를 경험과 과학으로 자세히 입증해주고 있다.(306~313쪽)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을 먼저 돕고 지지하는 방편들이다.


우리가 돌아가야 하는 지점은

생명으로 돌아가기(조애나 메이시,몰리 영 브라운. 이은주 옮김. 모과나무. 2020-08. 2만2000원)
생명으로 돌아가기(조애나 메이시,몰리 영 브라운. 이은주 옮김. 모과나무. 2020-08. 2만2000원)

<생명으로 돌아가기>는 회복탄성력의 회귀 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인류가 맞이한 거대한 기후 위기 시대라는 전환의 꼭짓점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앞의 두 책이 주로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성의 회복력을 얘기한다면 이 책은 전 사회적, 전 인류적 회복을 말하는 책이다.

책의 저자들은 불교 수행자이자 심층 생태학자이다. 종합심리요법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분들이다. 평생을 세계 시민권과 생태 정의를 위해 일했다. 요즘은 이런 분야의 사람들을 ‘재연결작업’ 전문가라고 부른다. 재연결은 회복력과 궤를 같이한다.

<생명으로 돌아가기>는 113~120쪽에서 ‘옛 시대의 가르침’들을 살펴보고 있다. 우리가 돌아가야 하는 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은 동양의 가르침, 원주민(선주민)들의 영성, 아브라함의 종교라고 말한다. 제5장부터는 재연결(회복) 작업의 방법들이다.  

‘고마움’전하기가 가장 강조된다. 재연결의 핵심이다. 고마움을 전하려면 뭐가 고마운지 살펴야 하고 전하는 장소와 시간, 방식이 검토된다. 이 과정에서 이미 우리는 돌아가 있게 된다. 생명의 위치로, 선주민들의 영성 위치로, 아브라함의 종교로. 

이어서 책은 호흡, 실천, 소리, 침묵을 통해 현재에 집중하는 기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의 내면에 다 있는 능력들을 끄집어내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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