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마음치유농장 대표. ‘소농은 혁명이다’저자

[한국농어민신문] 

수단·도구로 동물 바라보지 말고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 제공을 
그들의 불행은 인간 불행과 연결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이유미, 철수와 영희, 2022.3, 1만3000원.)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이유미, 철수와 영희, 2022.3, 1만3000원.)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과 교감하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 방송작가와 여행 기자로 일하다가 인도여행에서 삶의 전환점에 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 동물교감 전문가 협회 대표가 되었다.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의 저자 이유미 얘기다.

저자 이유미를 만난 적은 없지만 나와 책을 내기도 했다. 김영사에서 나온 <가슴의 대화>다. 

나는 ‘생명의 밥상을 위하여’를 썼고 이유미는 ‘사람과 동물의 마음을 이어줍니다’를 썼다. 이 책에 쓴 글뿐 아니라 이유미가 낸 책들은 거의 동물교감 관련 책이다. 

제3장 ‘반려동물과 가족이 되는 법’을 보자. 심심하거나 외로움 때문에 반려동물을 식구로 맞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43쪽). 동물을 수단이나 도구로 바라보지 말라는 얘기다. 46-7쪽에는 개나 고양이의 생활 습관이 나온다. 개도 종류에 따라 다르다. 야생 상태와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조근조근 설명한다. 교감은 상대를 정확히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마치 어린이들 앞에 선 초등학교 선생님 같다. 한 아이가 동물복지가 뭐냐고 묻는다. 선생님은 말한다. “한 생명에게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반려동물은 야생으로 살던 동물을 인간이 집에서 기르면서 많이 변해버렸으므로 그들에게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을 사람이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하면서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정한 동물복지 5대 요소를 소개한다.

배고픔과 갈증, 영양 불량에서 벗어날 권리. 불안과 스트레스, 통증, 상해, 질병에서 벗어날 권리 등이다.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권리도 있다. “비가 온다고 산책을 안 나가는 것”과 “아무 데나 똥 누는 것을 문제 시 하는 것”도 모두 동물의 정상적인 행동 표현을 방해하는 것으로 본다. 동물이 우리의 뜻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분도 그렇다. 정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아픈 동물 돌보기와 반려동물과의 이별, 동물 입양 방법 등이 13장에 걸쳐 자세하게 나온다. 제7장 ‘동물 마음 들여다보기’를 보자. 개가 꼬리를 천천히 흔들 때와 마구 흔들 때는 의미가 다르다고 한다. 천천히 흔들면 경계 상태이므로 거리를 두고 웃으며 인사 정도 하는 게 좋고, 몸까지 흔들릴 정도로 꼬리를 흔드는 것은 반가워하는 것이라 가까이에서 어루만져도 좋다. 아무 데나 똥을 누는 등 동물들의 이상행동은 좀 더 보살펴 달라는 신호라고 한다. 어린아이의 투정과 똑같이 바라보라고 하는 말로 들린다.

동물의 불행은 곧 인간의 불행과 직결된다는 것을 뒤늦게 사람들은 깨달았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도 실상은 인간이 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며 그들을 사지로 내몰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 10년 만인 지난 2월에 동물보호법이 전면 개정됐고 외출 중에 개의 목줄을 하지 않는 등 반려동물 보호를 안 하면 5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동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봐야 할 때이다.

 

[함께 보면 좋은 책]
동물과 교감하는 것이 ‘사랑의 기초’

동물교감 강의 (이유미, 내일을 여는 책, 2020.7, 1만5000원.)
동물교감 강의 (이유미, 내일을 여는 책, 2020.7, 1만5000원.)

동물을 사랑한다는 말은 익숙하지만 동물과 교감한다는 말은 좀 생소하다. 사랑이라고 하는 것도 기실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이라고 할 때 동물과 교감하는 것은 동물 사랑의 기초라 하겠다. <동물교감 강의>는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전문서라고 보면 되겠다. 

마지막 장인 제7장에서는 동물과의 영혼 교감 이야기를 한다. 만물에 다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얘기를 들어 봤지만 정작 동물과 영혼 교감을 한다는 주장은 솔깃하다 못해 신비하기까지 하다. 책의 첫머리에 동물교감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온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했다. 정보라는 건 무엇이며 어떻게 전해지는가를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했다.

말과 글에 익숙해진 인간은 사실 불행하다. 말과 글 이전에 훨씬 풍부하고 정교하며 섬세한 소통법이 있었지만 잊었다고 하겠다. 문명의 편리를 누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다. 인간을 포함해서 동물들은 말과 글 없이도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다고 한다. 초월적인 무한 정보의 집합체인 ‘아카식 레코드’로 저자는 설명한다(22쪽).

저자 이유미는 동물과 제대로 된 교감을 하려면 먼저 명상하기를 권한다. 제3장에 나온다. 바디 스캐닝이라는 기법도 소개한다. 스스로에게도 하고 대상 동물에게도 한다. 몸의 각 부분을 지극히 심상화해서 긴장을 푸는 단계다. 레이키(Reiki. 영기靈氣)를 설명하는 제6장에서는 비언어적 소통의 완결을 보여준다. 모든 존재와 교감하는 파동 소통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싶다.
 

동물홀로코스트 (찰스 패터슨, 정의길 옮김, 휴, 2014.8, 1만5000원.)
동물홀로코스트 (찰스 패터슨, 정의길 옮김, 휴, 2014.8, 1만5000원.)

<동물홀로코스트>는 인간이라는 종이 얼마나 종 차별적인 존재인지를 일깨워준다. 우리는 인종차별, 녀남차별, 지역차별은 해서는 안 될 것으로 안다. 종교차별도 그렇다. 그러나 이 모두는 인간 중심의 사고다. 종 차별 문제는 차원을 달리한다. 인간이 지구의 지배종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다른 생명체를 멸종시켜 왔는지. 먹고 살기 위해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유희와 식도락, 과도한 문명 건설을 위해 벌인 대량 살육행위가 숱하게 많다. 

이런 문제의식을 이 책은 갖게 해 준다. 우리가 무감하게 봐 왔던 평범한 일상들이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도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책의 부제가 ‘동물과 약자를 다루는 히틀러 나치 방식에 대하여’이다. 우리 인간집단은 집단학살이 일상화됐다고 보는 것이다. 동물의 관점에서 보면 말이다. 

그래서 읽기 불편한 책이다. 상식이자 관례라고 여겼던 대부분의 동물에 대한 우리 태도가 사실은 대량 학살 방조 행위였으니 말이다. 

동물육종은 인간에 의한 종의 단종행위이고 안락사 과정이라고 단언한다.(119쪽) 도축의 산업화는 학살 센터에 다름이 아니고 나치의 아우슈비츠 가스실이 동물들의 도살장 바로 그곳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을 추천한 하승수 변호사는 말한다. “인간에 대한 폭력과 동물학대가 같은 맥락임을 알게 한다. 인간 중심적 사고로는 인간의 생존조차 보장받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인간으로서 만물을 대하는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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