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프리드 맥코이, 
홍지영 역, 사계절, 
2019, 2만5000원

국제 분쟁에 빠지지 않는 미국
새해에도 이란 2인자 ‘살해’
일방주의로 우방 신뢰마저 잃어
2030년 ‘세기적 종말’ 맞게될까


새해가 되었지만 국내외적으로 어수선하다. 국제 분쟁에는 미국이 빠지질 않는다. 무역 분쟁도 있지만 군사충돌과 테러, 살해, 폭격, 파병, 민간인 사망 등이다. 새해 들어 남의 나라에 무인기를 띄워 미사일로 이란의 2인자라는 사람을 살해한 미국. 북한의 핵을 가지고 과장된 위협을 일삼는 미국. 이 미국은 언제까지 세계를 상대로 분탕질을 계속할 수 있을까? 미국의 국제법 위반과 민간인 폭살에 대해 유엔은 꿀 먹은 벙어리다. 언제까지 이럴까?

미 위스콘신대 역사학 교수인 앨프리드 맥코이는 2030년이면 미 제국이 해체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의 명저 <대전환>은 미국이 쌓아 올린 제국의 영광들은 비밀공작과 쿠데타 개입, 달러 조작, 마약 밀매, 고문, 첨단 감시로 점철되었다면서 2020년부터 물가 상승, 임금 하락, 국가 경쟁력 퇴보를 겪다가 세기적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반미주의자의 근거 없는 희망사항이 아니다. 저자의 아버지는 2차 대전과 한국전에 참전한 포병 장교였다. 그런 집안에서 국가주의 교육을 받고 자랐으며 예일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자는 대학 때 아버지와 그의 전우들이 전쟁 트라우마로 술과 도박에 절어 살며 이혼과 자살로 가족들까지 멍들어 가는 것을 봤고, 대학 때 논문을 쓰기 위해 라오스에 갔다가 미 시아이에이(CIA)가 현지 마약 밀매단과 결탁해 헬리콥터로 생아편을 실어 나르는 걸 목격했다.

1부 ‘미국 제국의 이해’에서는 미국이 어떤 것을 기준으로 정책 결정을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 편인 개자식들 : 미국과 독재자’ 꼭지에는 미국이 손잡은 대상들이 포악한 독재자이거나 부정부패 인사다.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 중동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고 있다. 이들은 충직한 미국의 대리인이다. 스스로의 약점 때문이다.

2부 ‘미국의 생존전략’과 3부 ‘미국 쇠퇴의 역학’은 우리가 어렴풋이 여기저기서 귀동냥하던 사실들의 입체적 재구성이라 하겠는데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강력한 국민 내부의 결속, 초당적 외교정책, 견고한 우방이 지금까지 미국의 헤게모니를 지탱해 왔는데 이게 다 무너졌다는 것이다. 미국은 무역 체제, 무기 감축 협약, 기후 협약에서 탈퇴하고 미국 일방주의, 비밀공작과 군사작전에 더 의존하는데 대외정책도 갈지자를 그리면서 우방의 신뢰마저 잃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미 제국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 시나리오들은 차고 넘친다. 8장 ‘미국 세기의 종말 시나리오’에 경제, 군사, 기후 등 11가지 꼭지로 정리하고 있다.

미국 내 여론도 무시한 채 이란의 2인자 ‘술레이마니’를 살해한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서 우리나라 보수 언론들은 주권 침해나 국제법, 테러 문제 등을 따져 보기는커녕 첨단 드론 공격기의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북한의 김정은이 졸았겠다느니, 한국의 원유 수입 변수가 생겼다며 변죽만 울리고 있지만 미국 몰락의 징후를 읽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함께 보면 좋은 책]
북한은 뭘 믿고 미국과 맞설까?

<87, 6월 세대의 주체사상 에세이>
이정훈, 사람과 사상, 
2019, 1만8000원

미국 하면 북한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일본의 침략적 본성을 까발리는 북한 뉴스에 달리는 댓글들은 의외로 우호적인 것들이 많다. 주둥이는 북한 당할 자가 없다느니, 욕 한 번 찰지다느니, 남북이 손잡고 일본을 혼 내주느니.

작년 말부터 올 초에 연이어 오고 가는 북·미간 거친 말들을 보면서 뭘 믿고 북한은 미국과 맞설까? 미국의 위협이 속으로는 얼마나 공포일까. 북의 체제와 통치 원리는 정말 정치범 수용과 공개처형, 독재, 우상화뿐인지 속 시원한 답을 듣고 싶어진다. 국가 운영은 이념과 원리가 있지 않고는 ‘공포’만 가지고 다스려질 수는 없다.

<…주체사상 에세이>는 국제정치나 외교적 접근을 배제한 채 북한의 속살과 뼈대를 주체사상이라는 잣대로 쉽게 설명한 책이다. 주체사상은 80년대에 학생운동권을 통해 ‘불법적으로’ 알려진 이래 마르크스-레닌주의 책들이 합법 출판되는 오늘날까지도 제대로 유통조차 되지 않고 있다. 막연히 불온한 사상으로 여기거나 정치사상 철학과는 별개로 북한 사회는 폐쇄 봉건국가라고 단정한다.

저자는 주체사상을 ‘흥미진진한 사람 중심의 현대 유물론’이라고 규정한다. “사회주의 경영원리에서 어떤 노동자가 열심히 일해도 비슷한 보상이 주어지는 평균주의가 문제라면 자본주의 경영에선 노동자의 창발성을 기대할 수 없고 경영에서 배제되어 고급 기계 취급된다.”(177쪽)며 현대 자본주의에서도 이를 응용할 분야가 많다면서 구글의 ‘인간 중심 전략’ 경영에 접목된 주체사상 원리를 비교한다.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인생과 철학, 경제정책, 정치사상, 문화, 민족과 세계 체제, 사업 방법론 등이 있는데 ‘사람의 마음과 의식세계’를 읽다 보면 현대 행동심리학 또는 집단심리학 이론을 보는 듯하다.

<몰락 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요시다 타로, 송제훈 역, 
서해문집, 2013, 1만5000원

소련 등 사회주의 몰락으로 북한 경제가 붕괴한 것과 달리 사회적 연대와 전통 지식의 부활로 재기에 성공한 쿠바를 소개하는 책이 <…쿠바가 옳았다>이다. 전작인 <생태 도시 아바나>를 썼던 요시다 타로는 이 책에서 화석연료 고갈로 닥칠 문명국가들의 에너지 위기 대응전략의 본을 쿠바에서 찾는 듯하다.

원제가 <몰락 선진국-일본이 쿠바를 닮아야 하는 이유>이다. 성장이 둔화되고 노령화가 가속되는 한국의 국가전략에도 참고가 되겠다. 미국과 북한, 그리고 쿠바를 연결해서 문명과 무역, 국가, 경제를 바라보기 좋은 책이다.

이 책에는 인권이 탄압받고 빈곤과 함께 미국으로의 망명자가 속출하는 쿠바의 모습도 담겨 있다. 생필품의 부족이나 이중 화폐, 시장화 정책으로 인한 빈부 격차 등의 현실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다.

한편, 쿠바가 돈이나 물질보다 문화를 소중히 하는 풍토의 뿌리를 찾는다. ‘지역학’을 활용하여 위생관리와 지역 안전 문화를 일궈 낸 사례를 소개한다. 마을 만들기로 살아난 빈민가 이야기와 고대 기술의 복원은 감동이다. 쿠바의 ‘리메 폿사라나 시멘트(CP-40)’는 석회암과 사탕수수 소각재를 이용한 고대 건축물의 원리를 본 뜬 생태 시멘트다. /농부. '소농은 혁명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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