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샤인머스켓 수출 ‘선봉장’…중국·동남아 넘어 유럽 노린다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고산영농조합법인 직원들이 막 입고된 햇 샤인머스켓을 포장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등으로 대부분 수출된다.
고산영농조합법인 직원들이 막 입고된 햇 샤인머스켓을 포장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등으로 대부분 수출된다.

캠벨얼리 상품성 없단 판단에
일본의 샤인머스켓 국내 도입

2015년 태국 첫 수출 이후
지난해 실적 100억 이상 올려 

당도 18브릭스↑·무게 700g 전후 
철저한 품질관리가 성공 비결

샤인머스켓은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포도다. 당도가 높은데다 망고맛이 난다고 해 망고포도라고도 불린다. 캠벨얼리 위주였던 포도시장에 샤인머스켓은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샤인머스켓이 나오자마자 국내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탔고, 동남아시아 곳곳에서 샤인머스켓을 찾기 시작했다. 이렇게 샤인머스켓이 인기를 얻은 데는 경북 상주의 고산영농조합법인의 역할이 컸다. 고산영농조합법인은 우리나라에서 샤인머스켓을 첫 수출한 것은 물론, 향후 유럽까지 시장을 넓혀가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며 프리미엄 샤인머스켓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고산영농조합법인의 2002년 설립 당시 주품종은 캠벨얼리였다. 한·칠레 FTA 체결 이후 수입포도가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국내에서 캠벨얼리가 시장성을 잃어가고 있었을 때 김형수 고산영농조합법인 대표의 눈에 일본의 샤인머스켓이 들어왔다. 당도가 높고 사향이 나는, 씨가 없고 껍질째 먹는 청포도라면 한국 포도산업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재배가 까다롭지만 한국의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일본산과 견줄만한 샤인머스켓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샤인머스켓 출하 첫 해부터 달콤한 맛과 은은한 향이 조화를 이룬 포도를 향해 관심이 높아졌고, 이는 수출이란 성과로 발현됐다.

고산영농조합법인이 샤인머스켓 수출을 시작한 때는 2015년이었다. 태국 첫 수출 이후 2016년부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국가를 늘렸다. 수출량도 2016년 35톤에서, 2017년 70톤, 2018년 115톤, 2019년 226톤, 2020년 330톤 등 매년 증가세이며, 지난해 수출실적은 100억원이 넘었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었다. 샤인머스켓 수출국가를 확대하기 위해선 최대 농산물 수입시장인 중국에 진출해야 한다는 김형수 대표의 판단이 주효했다. 현재 고산영농조합법인 수출량의 80% 정도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고,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샤인머스켓의 약 60%도 고산영농조합법인의 상품이다.
 

김형수 고산영농조합법인 대표. 그는 우리나라 샤인머스켓의 우수성을 세계 속에 알리며 2025년까지 수출액 2000만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김형수 대표는 “한국 포도산업이 회생하려면 수출이 필요했고, 맛 등을 고려했을 때 수출 선봉에 샤인머스켓을 세울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 샤인머스켓을 생산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산영농조합법인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품질이다. 고산영농조합법인은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명품 프리미엄 샤인머스켓을 생산하고 있다. 포도 알이 커져 당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과다착과를 하지 않거나 포도 알 크기가 균일해질 수 있도록 포도 알을 과할 정도로 솎는 등의 재배방식을 적용한다. 김형수 대표는 “포도 하단부의 당도가 최소 18브릭스 이상인 상품, 그러면서 포도 한 송이의 무게가 약 700g 전후로, 포도 송이의 알 크기가 비슷한 상품이어야만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품질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8브릭스 미만인 샤인머스켓은 과감히 수출 불합격 시키는 것 역시 품질관리의 일환이다.

이 같은 고품질 프리미엄 전략 덕분에 국산 샤인머스켓은 일본산 못지 않은 맛과 향을 가지고 있으면서, 가격은 일본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졌고, 그 결과 한 때 샤인머스켓 1㎏ 기준 가격이 10만원대로 고가였음에도 중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김형수 대표의 목표는 2025년까지 샤인머스켓 수출액 ‘2000만달러’를 달성하는 일이다. 고산영농조합법인은 2019년에 한국 수출업체인 SG인터내셔널, 중국 현지수입업체 원푸르트와 5년간(2019~2023년) 3000만달러(1200톤) 중국 수출을 위한 MOU를 맺기도 했는데, 이런 경험을 발판삼아 유럽 등으로 수출지를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김 대표는 “고산영농조합법인 110명의 회원들과 함께 앞으로 한국 샤인머스켓의 우수함을 알려 중동과 유럽까지 수출지역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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