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슬(서와)/청년농부·경남 합천

[한국농어민신문]

숲밭에 호기심이 생겨 공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숲밭 만드는 일에 참여해 볼 기회가 생겼다. 덕분에 글자로만 알던 것을 손으로 일구며 배울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이해했던 것과는 다른 점이 많았다. 확실히 자연에서 하는 일을 책상에서 배우는 것은 한계가 컸다. 부딪히며 해보는 경험이 많이 필요하겠구나 생각했다.

숲밭은 말 그대로 숲을 닮은 밭이다. ‘먹거리 숲’이라 부르기도 한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나무와 꽃, 풀과 허브를 심어 땅이 가진 힘으로 먹거리를 생산한다. 사람이 먹거리를 생산할 뿐 아니라 자연에 사는 작은 생명들에게 삶터를 내어 주기도 한다. 숲이 순환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듯이, 작은 생태계를 가진 밭을 일구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숲은 기후 위기 대응에 큰 역할을 한다. 숲은 미기후를 만들고, 살아 있는 흙은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사람 손으로 만든 숲에도 자연은 연결고리를 잇는다. 지난해 숲밭을 일구어 보면서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기후 위기를 막아 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집 가까이 숲밭을 일구고 싶었다. 내가 돌보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곳에 깃든 나와 이웃들을 숲이 돌보아 주기도 할 것이다.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숲밭을 올가을에 만들려고 한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걸까?’ 책을 읽고 유튜브 강의를 찾아보았지만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혼자 책을 들여다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숲밭을 만들어본 경험이 많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또 숲밭을 만든다는 소식에 퍼머컬처 디자인 코스(PDC)를 진행하는 활동가 ‘소란’이 힘을 보태어 주기로 했다. 고민을 나누다 보니 발을 동동거리던 나에게 든든한 동료들이 생겼다.

소란과 함께 작은 워크숍을 열기로 했다.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며 숲밭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것이다. 숲밭을 같이 만들 사람을 모은다는 소식은 SNS를 통해 알렸다. 며칠 사이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손을 보태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꽤 오랫동안 숲밭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터라 “드디어 숲밭을 만드는구나. 축하해!” 하며 반가워하는 친구도 있었다. 여러 마음이 모이니 막막하던 일이 차츰차츰 길을 찾아가고 있다. 드디어, 숲밭을 일군다.

숲밭을 만들고, 새로 태어난 숲을 축하하는 잔치를 열 계획이다. 2019년에 배추밭 콘서트를 열었다. 배추밭 콘서트는 ‘밭이 꼭 일만 하는 공간이어야 할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마음 같아서는 감자밭 콘서트, 수수밭 콘서트를 계속 이어가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지금까지 다시 열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밭 콘서트를 다시 시작해 보아야지' 생각하고 있다. 숲밭에 다양한 생명이 어울려 살아가듯이, 그곳이 다양한 삶을 표현하고 나누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동생 수연이와 나는 ‘서와콩’이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부른다. 아직 숲밭 이름을 정하지 못해 <서와콩 숲밭 콘서트>라고 잔치 이름을 붙였다. 서와콩만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농촌에서 자기 삶을 살며 노래 부르는 친구들을 초대했다.

또 장터도 열 계획이다. 마을 어르신께 우리 마을이 백 년 전에 아주 큰 장이 섰던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이곳을 ‘동곡 장털’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장터’가 시간이 지나면서 ‘장털’이라는 발음으로 바뀐 게 아닐까 싶다.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이나, 손작업으로 만든 물건, 음식을 파는 장을 열려고 한다. 셀러도 모집했다. 되도록 포장은 덜하고,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장을 만들기 위해 함께 애쓰기로 했다.

깊은 산골짝 마을에 사람들 마음이 모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만큼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지만, 기대가 더 크다. 이곳에서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까? 숲밭에 심긴 나무가 한 해 한 해 자라나듯이 이 자리에 함께하는 사람들의 삶에도 좋은 시간이 쌓여갈 수 있기를 바란다. 숲밭이 탄소뿐 아니라 세상에 따스한 것들을 가득 저장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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