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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2030, 그들이 사는 법] 이제 우리도 알아야 한다

[한국농어민신문]

청년농부 김예슬

10월 5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천주교농부학교에 강사로 초대 받았다. 청년 농부로 살아가는 삶 이야기와 청년 농부로서 생각하는 환경 이야기에 대해 들려달라고 하셨다. 강의 요청서를 받아보니 강연 제목이 ‘청년 농부가 바라보는 지구의 운명’이라고 쓰여 있었다. ‘운명’이라는 말 때문인지 강연 제목이 거창하게 느껴졌지만 지금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지구 운명은 우리 발등에 떨어져 위태롭게 타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불편한 플라스틱’이라는 주제로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내가 지구 환경에 대해 깊이 공부 한 사람은 아니지만 강의 부탁이 들어오면 거절하지 않았다. 이 문제를 자꾸 꺼내어 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 혼자 노력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천주교농부학교 강의를 준비하다가 태풍 ‘미탁’이 우리나라를 지난다는 뉴스를 보았다. 태풍 ‘타파’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가을걷이를 앞두고 태풍이 온다니 바짝바짝 애가 탄다. ‘링링’과 ‘타파’로 태풍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더 어려운 일을 겪게 되지 않을까 걱정도 크다. ‘미탁’은 올해 우리나라에 오는 일곱 번째 태풍이다. 왜 이렇게 태풍이 많이 일어난 걸까? 검색을 해 보니 가장 큰 이유로 ‘지구 온난화’를 꼽았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진 바다에서 큰 태풍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앞으로 커다란 태풍이 더 자주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눈에 띄었다.

농사를 지을수록 기후에 대한 고민이 늘어간다. 여름은 너무 덥고, 비가 내리는 때는 뒤죽박죽이라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언젠가부터 ‘이때는 가물 거야’라는 생각을 미리하면서 농사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이렇게 이상 기후에 익숙해져보려는 내 모습을 보면 지구에게 미안해진다. 이상해진 기후에 적응하는 것이 대책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문제 앞에서 내가 너무 작게 느껴져 답답한 날도 많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많은 사람이 북극이 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삶터를 잃어버린 북극곰을 보면서 안타까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바뀌지 못했다. 그렇게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한 번 더 듣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천주교농부학교에서 지구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곰곰 고민 끝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은 일들에 대해서 들려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지구에게 필요한 사람은 마음으로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작은 실천이라도 하려고 애쓰는 사람일 테니 말이다.

내가 가장 기본으로 하는 일은 물통을 들고 다니는 것이다. 일회용 컵이나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기 위해서이다. 부엌에서는 비닐 백과 랩을 쓰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 대신 천 주머니나 뚜껑이 있는 반찬통을 쓴다. 이따금 어쩔 수 없이 써야 할 때가 생겨서 생분해가 되는 비닐 백을 한 통 사 두었다. 또 택배를 많이 줄였다. 주문한 물건과 함께 담겨 오는 비닐 포장재들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가게가 인터넷보다 몇 천원 더 비쌀 때가 많다. 하지만 ‘지구보다는 싸니까!’ 하는 마음으로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고 있다. 농산물 포장에도 마음을 쓴다. 플라스틱 병 대신 유리병을 쓰고, 지퍼 백에 담아야 하는 것은 생분해가 되는 봉투를 선택한다. 포장비가 조금 더 들기는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되도록 다 하고 싶었다. 이것 말고도 대나무 칫솔 쓰기, 휴지 둘둘 말아 쓰지 않기, 면 생리대 쓰기 같은 일들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조금 더 쉽게 대나무 칫솔을 살 수 있고, 종이에 포장된 휴지를 살 수 있고, 비닐봉투에 담기지 않은 농산물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그 물건을 쓰는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는지가 중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힘은 약해 보이지만 그 한 사람들의 선택과 소리가 모여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며칠 전부터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류시화 시인이 엮은 인디언 연설문집이다. 902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라 날마다 몇 쪽씩 읽고 있다. 시애틀 추장이 한 연설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대지가 풍요로울 때 우리의 삶도 풍요롭다는 진리를 가르쳐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가르치듯이, 당신들도 당신들의 아이들에게 대지가 우리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 사람이 땅을 파헤치는 것은 곧 그들 자신의 삶도 파헤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것을 안다. 대지는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며, 인간이 오히려 대지에 속해 있다. 그것을 우리는 안다.”

이제 우리도 알아야 한다. 아는 것에 그치지 말고 땅을 파헤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나뭇잎 물든 길을 따라 밭으로 가는 걸음이 좋고, 괭이질 하다가 올려본 하얀 구름이 좋고, 가을밤에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가 좋다. 이 좋은 날들을 언제까지나 누리고 싶다.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날들이다. 그 사실을 떠올리면 마음이 서늘해진다. 그래서 빌고 또 빈다.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도 봄다운 봄, 여름다운 여름, 가을다운 가을, 겨울다운 겨울을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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