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슬(서와)/청년농부·경남 합천

[한국농어민신문] 

저녁마다 틈틈이 농부 시장 ‘마르쉐’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마녀의 계절’(지구로온 씨앗)이라는 이름으로 출점한다. 지난해 ‘숲과 나눔 재단’으로부터 풀씨 지원을 받았다. 풀씨 지원을 통해 플라스틱 트레이를 쓰지 않고 육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실험을 했다. 순환이나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를 찾아 씨앗을 심고, 모종을 길러냈다. 그리고 활동 과정을 나누는 풀씨 공유회를 농부 시장 마르쉐에서 함께 했다. 그때 인연으로 올해도 마르쉐에 나가게 됐다.

지난해에는 플라스틱 없이 키운 모종을 판매했다. 올해는 무엇을 통해 사람들을 만날까? 6월은 모종을 심을 시기가 아니고, 그렇다고 농산물이 풍성하게 나는 때도 아니라 고민이 됐다. 고민 끝에 우리는 ‘풀’을 주제로 잡았다. 친구들과 풀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는 풀과 친하게 지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람이 파헤쳐 놓은 땅을 가장 먼저 채우는 것은 풀이다. 풀이 뿌리 내린 흙에는 미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풀은 탄소를 다시 흙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풀이 자라야 다른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삶터가 생긴다. 공부를 시작한 뒤부터 풀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에는 무조건 뽑아내야 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풀을 잘 키울지,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한다.

환삼넝쿨 페스토와 개망초 페스토, 여러 풀과 허브를 섞어 만든 모기 기피제와 벌레 물린 곳에 바르는 질경이, 어성초 연고 등 우리가 6월에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것을 준비해 가기로 했다. 무엇을 팔지 정하고 나니 다음 고민이 이어졌다. ‘어디에 담아서 팔지?’ 모기 기피제를 스프레이 용기에 담아 판매하려니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스프레이 마개는 모두 플라스틱으로 된 것만 판매됐다. 내용물이 담기는 통 부분은 유리로 된 것이 있었지만, 유리병에 담긴 기피제를 들고 다니기는 너무 무거웠다.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용기가 있을까 싶어 인터넷에 찾아보았지만 원하는 크기의 병을 찾기 어려웠고, 가격도 너무 비쌌다. ‘대안으로 선택할 것이 이렇게 없단 말이야?’ 답답한 마음에 친환경 용기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생분해 플라스틱과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컨텐츠를 보게 됐다. ‘생분해와 바이오면 자연에 괜찮은 것 아닐까?’ 막연히 그렇게 생각만 해왔다.

플라스틱은 합성 고분자 물질로 분자 결합 구조가 아주 강하다. 그래서 분해가 일어나기 어렵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분자 구조가 잘 끓어지도록 만들어 분해가 빨리 되게 한 것이다. 그 조건만 맞으면 생분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석유 원료로 만든 것이라 해도 말이다. 또 생분해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처리된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식물이나 미생물 부산물을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재활용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식물로 만들었다 해도 일반 플라스틱과 같은 구조로 만들면 분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또 바이오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양의 식물이 필요할까?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현재 사람이 쓰는 플라스틱을 대체한다는 것이 가능한 계산일까? 더구나 대량 생산하는 과정에서 농약과 비료, 화석연료로 인한 환경 문제가 뒤따른다. 또 GMO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알면 알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사람이 편리하면서 지구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니 답이 없었다. 생분해가 되든, 식물로 만들든, 너무 쉽게 쓰고 버리는 것이 문제였다. ‘리필해서 쓰도록 재활용 페트에 담아 판매하면 어떨까? 집집마다 다 쓴 스프레이 병이 하나쯤 있지 않을까? 너무 편리한 것을 당연하게 찾는 습관을 바꾸어 가야 하는 게 아닐까?’ 아직도 무엇이 현명한 방법인지 잘 정리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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