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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2030, 그들이 사는 법] 산골마을 ‘청년농부 지원금’
   
 

김예슬 청년농부·경남 합천

청년 농부 지원금은 농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려는 청년들에게 삼 년 동안 준다.…막연하게 느껴지는 현실 가운데 청년 농부 지원금을 받게 된 것은 정말 고맙고, 놀라운 일이었다. 지원금으로 땅을 살 수는 없겠지만, 내 삶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사는 산골 마을에는 ‘열매지기 공동체’ 농부님들이 만든 청년 정책이 있다. 농부님들이 청년 농부와 마을 청소년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부금을 모았다. 그 기부금으로 나는 삼년째 ‘청년 농부 지원금’을 받고 있다.

청년 농부 지원금은 농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려는 청년들(스무 살에서 마흔 살까지)에게 삼 년 동안 준다. 스무 살 때부터 농사를 지어온 내가 뜻깊은 첫 지원금을 받았다. 지난해에 스무 살이 된 동생 수연이도 이년째 청년 농부 지원금을 받고 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농사를 지어온 구륜이도 스무 살이 되면 지원금을 받게 될 것이다.

한 해가 시작되는 봄에 지원금 100만원을 받는다. 마을에 사는 청년과 청소년 세 명 이상이 모여 활동을 할 때에도 지원금을 신청해서 받을 수 있다. 청년 농부 지원금은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다. 농사를 지을 종자를 사기도 하고, 잘 모아 두었다가 가을걷이를 마치고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한 번씩 참가하고 싶은 워크숍에 참가비를 내고 다녀올 때도 있다. 청년 농부 지원금이 있어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열매지기공동체 농부님들이 모은 기부금인 만큼 청년 농부에게 지원한다는 조건이 있다. 그래서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과는 다르다. 농부님들이 시작한 정책인 만큼 작은 한 걸음을 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꼭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해도 시골에서 살아가려는 청년에게 지원금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기 어려운 나에게 청년 농부 지원금은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다.

우리 식구는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한 밭을 꾸준히 쓰기가 어렵다. 올해도 3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밭을 돌려주게 되었다. 3년 동안 농약과 화학비료와 비닐 들을 쓰지 않고 정성을 다해 땅을 살리는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땅을 돌려받은 할머니는 비닐을 덮어 고구마 심을 준비를 하고 계신다. 할머니에게는 오랜 세월 지어온 농사법이니 그것을 틀렸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비닐이 덮인 밭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지금 우리에게는 땅을 살리는 농사를 이어갈 밭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원주택을 지어 귀촌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시골 땅값은 자꾸만 치솟고 있다.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값으로 땅을 팔면 농촌이 조금 더 건강해질 수 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막연하게 느껴지는 현실 가운데 청년 농부 지원금을 받게 된 것은 정말 고맙고, 놀라운 일이었다. 지원금으로 땅을 살 수는 없겠지만, 내 삶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로가 되었다. 청년 농부로 살면서 좋은 이웃들을 만난 것처럼, 땅과도 좋은 인연이 닿을 거라 믿는다.

동대 마을에 사는 농부 상평님은 내가 청년 농부로 잘 살아주길 바란다고 하셨다. 다른 젊은이들이 시골로 올 수 있는 길이 넓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청년 농부 지원금은 단순히 ‘나 한 사람’에게 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나를 통해서 어른들도 말하고 싶은 희망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나는 혼자 행복하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 꼭 입시와 대학, 취업에 매달리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삶으로 보이고 싶다.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보게 된다면 자기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청년이 늘어나지 않을까?

내 마음에 위로와 희망을 심어준 농부님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내 마음속 새싹이 든든한 나무가 될 즈음엔, 나도 누군가 마음에 작은 씨앗을 뿌리는 농부가 되고 싶다. 그것이 내가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누는 길이라 생각한다. 청년들 삶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국가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직 한계가 많다고 느낀다. 그러니 가까운 자리에서 청년을 만나는 마을에서 청년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면 좋겠다. 내가 열매지기 공동체 농부님들을 통해 든든하게 뿌리를 내려가는 것처럼 말이다. 청년도 마을도 함께 살아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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