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청년농부·전북 순창

[한국농어민신문]

왜 최저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농산물 판매 행사를 하면서 소비자 돕기가 아닌 농가 돕기라는 말을 사용할까. 수십만의 소비자들은 생산비도 안 나오는 가격에 감자를 구입하면서 어려움에 빠진 농가를 도왔다고 뿌듯해하고, 더 나아가 이렇게 과잉이라 싸게 파는데 대체 왜 내 주변에서는 폭리를 취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텐데 말이다.
 

코로나19로 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모임이 취소되는 등 판로가 막힌 농가들이 많아지고 이들의 시름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3월에 진행된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감자 팔아주기 행사는 큰 화제를 몰고 왔다. 10kg 감자를 택배비를 포함해서 5000원에 살 수 있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판매 사이트는 접속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고, 4~5분 만에 완판되는 등 연일 기록을 써내려 갔다. 3월 11일부터 24일까지 2주간 20만 6000상자를 팔았다고 한다.

도지사가 나서서 악성 재고로 남아 폐기처분 위기에 처한 감자를 팔아주는 모습에 언론은 칭찬 일색의 반응을 보냈다. ‘감자 팔아주는 도지사 문순C’, ‘능력자 문순C’ 등 다양한 호칭이 돌았고, 감자를 사기 위한 경쟁을 뜻하는 ’포케팅‘이란 말도 생겼다. 이런 화제성은 각 지역에서 다양한 과잉생산 농산물을 팔아주는 운동으로 확대됐다. 당장 어려움에 빠진 농가들을 도와주는 행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모두가 윈윈했다는 이 성공한 행사를 보는 내내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찝찝한 마음은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포털 메인에 올라온 "20kg 1000원..감자의 눈물..2400박스 팔아준 능력자 '문순C'(중앙일보 3월 14일자)”라는 기사에서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은 ‘왜 우리 동네 마트의 감자값은 이렇게 비싸냐’는 글이었다. ‘마트에서는 감자가 kg당 4000~5000원 하더라’면서 ‘유통업자들은 망나니’라는 댓글도 많은 공감을 받았다. 농촌에 살고 있는 내 주변 언니조차도 ‘10kg 5000원 감자’가 화제가 되고 난 후 마트에 감자를 사러 갔다가 너무 비싸게 느껴져 발길을 돌렸다는 이야기를 했다.

답답했다. 3월 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공시한 감자의 소매판매 가격은 100g당 430원에서 480원을 오르내렸다. 1kg에 4000~5000원 사이에 감자를 팔았다면 그 유통업체는  적정 수준의 가격에 판매를 한 것이다. 그러나 과잉 생산된 감자를 팔아주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정상가격에 판매한 유통업체들은 모두 폭리를 취하는 악당이 되어 있었다.

다른 팔아주기 운동에 동참하는 농산물도 마찬가지였다. 소비 위축으로 판매가 어려운 상황, 급식 납품이 어려운 상황, 과잉 생산된 상황 등을 이유로 들며 모두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파격적으로 싼 가격에 판매하면서 화제를 몰고 왔다. 소비자들이야 시장 가격보다 싸게 사는 데다 힘든 농가를 도와준다고 하니 안 살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싸게 사면서도 농가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보통 이맘 때의 저장감자는 저장비와 운송비·작업비·박스값·수수료 등을 통틀어 20㎏ 한 박스 기준 평균 단가가 최소한 1만8000원은 나와야 손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이익을 보는 기준이 아니라 손해가 나지 않는 기준이다. 생산비용을 계산했을 때 10kg에 도매로 최소 9000원은 받아야 하는 감자인 것이다. 택배비와 작업비, 박스비를 계산하면 10kg 한 박스 당 강원도에서 지원해준 비용은 4000원이 훌쩍 넘을 것이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과 정산 및 AS 인력 비용까지 고려해볼 때 소비자들은 사실상 1000원도 아닌 그냥 거저 감자를 가져간 셈이 된다.

왜 최저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농산물을 판매하는 행사를 하면서 소비자 돕기가 아닌 농가 돕기라는 말을 사용할까. 바늘구멍을 뚫고 ‘포켓팅’에 성공한 수십만의 소비자들은 생산비도 안 나오는 가격에 감자를 구입하면서 어려움에 빠진 농가를 도왔다고 뿌듯해하고, 더 나아가 이렇게 과잉이라 싸게 파는데 대체 왜 내 주변에서는 폭리를 취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텐데 말이다.

내가 너무 삐뚤게만 보는 것일까. 이번 감자는 생산 농가의 손에 5000원이 온전히 쥐어진 만큼 확실히 농가에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고, 이 정도의 판매 물량은 시장을 크게 교란시키지 않았을 수도 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하우스에서 출하되는 햇감자의 가격은 그렇게 낮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행사의 파급력, 소비자들의 인식 등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판매가 적정 생산가격을 보장하면서 판매하기 위해 노력 중인 농가와 유통업자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칭찬 일색의 반응에 비난 여론이라고는 받는 감자의 품질이 너무 안 좋았다는 점이 다인 언론의 반응 역시 서운한건 마찬가지다. 농가나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이러한 판매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농산물의 가격이 급등했을 때는 정부가 먼저 나서 저율관세(TRQ) 물량을 직접 수입 공급하며 물가 반등을 막으려고 대처하면서, 가격이 폭락했을 때는 싸게 먹을 수 있는 기회라며 생산비도 못 미치는 가격을 방치한 채로 소비를 조장하는 것이 농민이 된 나에게는 좋게만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여러 농산물 품목들이 어려움을 겪을 텐데, 이제는 조금 덜 화제를 몰고 오더라도 농민들이 적정 가격을 받으며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농가 돕기’라는 말을 당당히 사용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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