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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2030, 그들이 사는 법] 청년지원사업 ‘잔혹사’
   

김현희 순창귀농귀촌센터 활동가

지원을 바라고 농촌에 온 것도 아니고, 지원이 없다는 이유로 당장 도시로 가버릴 것도 아니지만, 이왕지사 청년을 염두에 두고 지원을 하겠다면 실제적이고도, 지속적인 정책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농촌에 온 지 이제 2년이 채 안됐건만 가끔씩 ‘내가 어떻게 서울에서 살았을까’ 싶을 때가 있다. 어쩌다 서울에 가게 되면 바로 눈 점막 부분이 미친듯이 가렵고 코가 잠긴다. 또 길은 어찌나 그리 막히고, 운전자들이 날카로운지, 운전 한 번 하면 긴장으로 어깨가 뻣뻣하게 굳는다. 순창에 와서는 매연에 반응하던 비염은 거의 사라졌고, 텅빈 도로에서의 운전은 어려울 게 없다. 살아본 농촌의 삶은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적당히 불편했고, 또 쾌적했으며 외로우면서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청년 귀농귀촌지원정책에 있어서만큼은 항상 현실이 기대를 따라오지 못했다. 지금까지 나왔던 청년 정책들은 몇 해를 넘기지 못하고 흐지부지 사라지거나, 지원 내용이 완전히 바뀌는 수순을 겪었다. 그러다보니 올해 지원사업을 보고 내년을 계획하고 준비해 나가기가 어려웠다. 그저 매년 소 뒷걸음질에 쥐 잡기를 바라는 생각으로 어떤 지원사업이 나올지 기다리는 것 외엔 방도가 없었다.

지원을 바라고 농촌에 온 것도 아니고, 지원이 없다는 이유로 당장 도시로 가버릴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농촌에 내려오기 전 나름 공부하며 세웠던 계획은 실제 내려 왔을 때는 집에 대한 것도, 땅에 대한 것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교훈만 남겼다.

처음 귀농을 계획할 때 활용해야지 했던 지원정책 중에 ‘농산업인턴제’가 있었다. 18~39세의 귀농 희망자가 5년 이상의 영농경력을 갖춘 경영주 밑에서 인턴으로 일하면 정부가 월급의 일부를 10개월간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당장 기반도 기술도 연고도 없는 막막한 귀농 초기에 내가 본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농가에 가서 실제 일도 배우고 돈도 벌 수 있어 좋은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시골행을 결행하기 전인 2015년에 사라졌다. 그나마 순창에서는 ‘멘토멘티’사업이라고 불리는 ‘귀농귀촌 현장실습 지원사업’이 비슷한 내용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업비가 적어 기간도 짧고 받을 수 있는 대상자도 몇 되지 않아 아쉬운 사업 중 하나이다.

이후 가장 잔혹했던 청년 정책은 ‘청년농산업 창업 지원사업’이 아닐까 싶다. 청년의 지역정착을 실제적으로 돕겠다고 2016년에 야심차게 시작된 이 사업은 39세 이하의 청년 농부들을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쳐 모은 후 2년 동안 매월 80만원씩 지원해 주는 제도였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심사에서 추진 방식 변경을 요구받게 되면서 지원기간과 지원금 모두 절반으로 줄었고 지원금 용도까지 제한되는 등 전혀 엉뚱한 사업으로 흘러 흐지부지 사라졌다.

지난해에는 청년들이 함께 농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청년 교육농장 시범사업’이 나왔다, 지역에서 기반 없는 청년들이 함께 농장을 조성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되는 사업이었다. 농사지을 땅이나 숙소 등의 기반조성이 필요해 내년을 바라보며 사업을 준비했는데, 이 역시도 중간에 사라질 위기를 거쳐 사업내용이 크게 변경된 상태로 올해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청년 지원정책 중에서도 그나마 꾸준하게 유지된 사업이 있다.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주는 융자사업들이다. 그러나 내 자신이 먼저 농촌에서 잘 살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은 상황에서 기반 마련을 위한 융자사업은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로만 들린다. 어느 작물이건 수익 보장이 뚜렷이 되지 않는 현재와 같은 불안정한 상황에서 기반 마련을 위해 몇 억씩 되는 큰 빚을 지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하고 안할수록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렇게 몇 번의 아쉬운 사례를 겪고 나니 나부터도 청년 귀농정책이 일관성을 가지고 앞으로 더 개선된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기대를 잘 가지지 않게 됐다. 사업의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기본적으로 수립된 정책의 방향조차 그대로 끌고 가지 못한다면 청년들이 어떻게 이들 지원 정책을 신뢰하고 농촌으로 찾아올 수 있을까? 정착하는데 꼭 지원이 필요한건 아니지만, 이왕지사 청년을 염두에 두고 지원을 하겠다면 실제적이고도, 지속적인 정책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는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이 새롭게 시행됐다. 설명회도 가보고 지역에서 신청을 고려하는 다양한 청년들도 만났다. 아쉬운 점도 많지만 기반을 다지는 기간 동안 생활비를 지원한다는 대목에서 기대가 되는 사업이다.

또 2015년에 사라졌던 ‘농산업인턴제’는 ‘농업법인취업지원사업’으로 내용이 바뀌어 다시 모집 중인 듯하다. 어느 정도 ‘창농’과 ‘취업농’에 대한 지원정책을 마련해가고 있는 것 같다. 분명 정책을 실행해가는 과정에서 부작용도 생기겠지만, 후년에는 더 개선되고 발전되는 방향으로 지원정책의 기조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슴 한 편의 불안함을 밀어내고 다시금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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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현정 2018-02-11 10:17:54

    서울에서 담양으로 귀농한지 4년차 농부에요.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전혀 없지만 청년들이 농업만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것 만큼은 막아주세요. 농사를 짓겠다는 건강한 청년들이 참 소중한 만큼 국가와 국민 모두가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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