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ㆍ독자투고
[농촌 2030, 그들이 사는 법] 보기 좋은 돼지 농장

[한국농어민신문]

김현희 순창귀농귀촌지원센터 활동가

3년 전 순창에 내려온 후 지금까지 나는 건강한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면서도 현실성 있는 소득을 올리는 소농 모델을 찾고 있었다. 올해부터 농사를 배우기로 결정한 농가가 바로 그런 롤 모델이다. 이곳은 자연 양돈과 친환경 과수농사, 논농사, 밭농사까지 짓는 복합 영농 방식이지만 부부 두 명의 노동력으로 충분히 소화 가능한 만큼만 짓는다.


작년에 청년들과 함께 시설 하우스 농사를 지었다. 함께했던 청년들은 1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본격적인 전업농은 자신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나 역시 중간까지는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나중에는 생계가 되는 농사를 제대로 지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청년들과 함께 농사지으며, 교육을 진행하고 행정 서류도 처리하느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전념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올해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농사라는 한 우물만 파자. 이를 위한 새해 첫 계획은 머슴살이다. 3년간 했던 활동가 일을 내려놓고, 내가 배우고 싶었던 농가에서 농사를 배우면서 기반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3년 전 순창에 내려온 후 지금까지 나는 건강한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면서도 현실성 있는 소득을 올리는 소농 모델을 찾고 있었는데, 올해부터 농사를 배우기로 결정한 농가가 내게 있어 바로 그런 롤모델이다. 이곳은 자연 양돈과 친환경 과수농사, 논농사, 밭농사까지 짓는 복합 영농 방식이지만 부부 두 명의 노동력으로 충분히 소화 가능한 만큼만 짓는다. 각각의 농사 규모가 크지 않아 한 품목만 놓고 보면 소득이 많지 않지만, 합쳐놓고 보면 작지 않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또 외부에서 투입하는 자재나 인건비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농가 운영이 가능하다.

다양한 부분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농장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축사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건강한 돼지무리였다. 냄새도 거의 나지 않고, 세상 편한 모습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돼지들을 보면서 참 보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돼지농장에서 보기 좋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보통의 돼지 축사는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분뇨 냄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의 축사는 편안하고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장 내에 집이 있고 바로 맞은편에 돼지 운동장과 모돈사가 붙어 있다. 집 양옆으로 비육돈사가 두 채 위치하고 있다. 아무래도 돼지가 계속 뛰어노니 먼지는 좀 날리지만, 그 외에는 딱히 불편할 것이 없다. 처음 이분들이 돼지를 기르겠다고 했을 때, 마을에서는 마을 초입에 돼지농장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돼지를 기르고 6개월쯤 지났을 때 마을 사람들이 왜 돼지를 안 기르냐고 물어왔다고 한다. 마을에서도 돼지를 기르는지 모를 정도로 냄새나 소음 등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육 규모는 100마리를 넘지 않는다. 축사 크기에 비해 입식 규모가 많이 작다. 모돈들은 자유롭게 종돈과 함께 지내고 새끼를 낳고 돌본다. 인위적인 개입은 최소로 하기 때문에 두 명의 노동력으로 발효 사료 배합까지 하면서 돼지를 기르는 것이 가능하다. 판매량을 늘려달라는 요구는 많지만, 부부의 노동력만으로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더 늘리지는 않고 있다.

새로 태어난 돼지들은 모돈사에서 어미돼지와 함께 있다가 충분한 크기로 자랐을 때 비육돈사로 옮겨준다. 이때 예방 접종과 거세를 하는데 나는 몇 달에 한 번씩 이 작업을 계속 보조해 왔다. 잔인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손발이 맞게 빨리 끝내면 돼지들의 스트레스와 고통도 적기 때문에 더욱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이 작업 외에도 사료 배합부터 다양한 관리 요령을 배워 건강하고 질 좋은 돼지를 기를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현대 축산에서는 500마리 이하의 돼지 사육은 부업형으로 분류한다. 보통 양돈을 한다고 하면 최소 몇 천마리의 돼지를 기르는 농가들이 대부분인데, 100마리 이하의 돼지를 기르는 것은 어찌 보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농사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 이런 농사를 짓고 싶다.

나에게 있어 농사는 단순히 돈 버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세상을 만들고 나서 보시기에 좋았다고 했던 것처럼, 나는 내가 일하는 농장이 보기에 좋았으면 한다. 그래야 매일매일 농장에서 일하게 될 나도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는 일하는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더 나아가 지역도 보기 좋아지는 그런 농장을 만드는 게 나의 꿈이다.

보기 좋은 농장이라는 게 1~2년 안에 완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지역에서 새롭게 축산을 시작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그래도 계속 로망과 꿈을 가지고 열심히 현장에서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 그러다보면 나에게 맞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농어민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