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포가 서울로 편입된다고 김포의 농업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과한 상상력이 아닌가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김포는 신석기 시대부터 벼농사의 흔적이 발견된 지역이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로컬푸드 매장이 여러 곳에서 잘 운영되는 곳이기도 하다.

ㅣ박진희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지금이야 농촌에 살고, 한 쌀농사도 지었으니 내 고장에서 생산되는 쌀을 사서 먹는다. 하지만 도시에 살 때 밥은 주로 김포쌀, 강화쌀, 여주나 이천쌀로 해먹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 먹은 것은 김포쌀이었는데 김포는 집에서 지척 거리였다. 게다가 한강 하류가 지나는 평야에 토지가 기름져 예부터 좋은 쌀 생산지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으니 당연히 김포쌀을 먹어야지 하기도 했다. 먹어보면 역시나! 언제나 맛이 좋았다.

주말이면 가족들과 가까운 김포로 나들이를 가거나 김포 맛집 탐방을 했고, 한강 하구로 찾아오는 재두루미를 보러 가기도 했다. 한때 청소대행업을 했던 남편 덕분에 김포에 새로 생기는 아파트들의 규모와 성장세를 지켜볼 수 있기도 했다. 아이들 키우는데 더 좋을 것 같다며 조카가 최근에 김포로 이사를 가기도 해, 교육도시로서의 김포의 면모를 보기도 했다. 내 기억 속 김포는 그저 도시도, 그저 농촌도 아닌 생동감 넘치는 곳이었다.

도시민 시절 우리집 나들이와 밥맛을 책임지던 그 김포가 요즘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김포의 서울 편입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포의 서울 편입 이슈가 뜨니 경기도 여러 지역의 서울 편입 이야기가 날마다 계속되고 있다. “아예 서울민국으로 이름을 바꾸는 게 어때”, “여기도 서울로 편입해 달라고 하자” 하는 농담도 넘쳐난다. 김포가 서울로 편입이 되면 서울시 김포구가 될까? ‘시’와 ‘구’는 지방정부의 권한, 재정, 모든 것이 다르다. 누군가는 이 이슈에 집값과 땅값을 떠올렸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유불리를 따져보았을 터다. 누군가는 수천년 김포의 역사를 정치거리로 부상시켰다고 속상했을 수도 있다.

영 멀리 떨어진 전라북도에 살고 있으므로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될 문제일 것 같지만, 서울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도농복합도시가 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제기할 때 정치적 판단으로 도농복합도시의 ‘도’만 생각하고, ‘농’을 아예 인식하지 않는구나 하고, 한사코 ‘농’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정부 여당의 인식 지반을 확인한 것 같아 못내 씁쓸했다. 김포가 서울이 되면 농업과 관련한 부처, 공무원의 수가 달라지고, 예산이 달라지며, 적용되는 법과 체계가 달라진다. 농업 관련 법과 예산은 농정의 기본이 된다. 서울시로 편입되면 농업의 기본 배경이 위축되는데 김포의 농업이 지속될 수 있을까? 게다가 지금의 서울시는 도시농업을 사실상 포기했는데 말이다. 그런 서울이 일부 도농복합도시가 서울로 편입된다고 해서 농업 유지와 활성화 정책을 새롭게 펼치게 될 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김포가 서울로 편입된다고 김포의 농업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과한 상상력이 아닌가 하고 누군가는 반문할 수도 있겠다. 2022년 1월말 기준 김포 농업인 인구가 김포시 전체 인구의 2.8%이니 농업이 뭐 그리 중요한 일이겠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김포는 신석기 시대부터 벼농사의 흔적이 발견된 지역이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로컬푸드 매장이 여러 곳에서 잘 운영되는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김포쌀은 지리적표시 제79호로 등록되어 있다. 지리적표시는 농수산가공품의 명성과 품질, 그 밖의 특징이 본질적으로 특정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해당 농수산물 또는 농수산가공품이 그 특정 지역에서 생산, 제조 및 가공되었음을 나타내는 표시이다. 그리고 이 법에 따라 등록된 지리적표시는 지리적표시권이라는 배타적 지식재산권을 가진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미식이 발전한 나라는 지리적표시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또 철저하게 관리 운영한다. 농업이 미식의 근간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지리적표시제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효과성은 있는지 의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리적표시제로 쌀이 등록된 곳은 김포쌀, 안성쌀 등 전국 6개 지역에 불과하다. 한반도의 농업, 그것도 주식인 쌀의 생산을 생각할 때 김포의 농업은 절대 포기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지 않은가? 김포시는 지난 2021년부터 김포시 푸드플랜 수립을 위한 계획을 본격화했고, 해마다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과 도농복합지역의 푸드플랜이 같을 수 있을까?

오늘날 한국의 인구 절벽, 수많은 군단위 지역의 소멸 우려는 지역 균형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화, 수도권 집중화에 기인한다. 그렇게 농업을 국가 중요 산업으로 인식하지 않고, 식량주권을 등한시하는 국가를 탄생시켰다. 정치적 계산법으로 ‘농’의 정체성이 있는 지역의 ‘농’을 철저히 배제하는 전략을 구사해도 좋다는 시대인식을 만들었다. 농업 생산과 생산자를 부정하는 정치가 중단되어야 농의 유령시대가 마감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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